그리스 당국, 전복 사고 실종자 수색 사흘째…추가 생존자 ‘난망’
시리아·이집트·파키스탄 등서 목숨걸고 유럽행…“인당 570만원 지불”
“네가 살아 돌아오다니…신께 감사드립니다.”
네덜란드를 거쳐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의 쉼터에 당도한 시리아인 파디는 동생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그를 끌어안고 머리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18살 모하마드는 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14일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해안으로부터 서남쪽 75㎞ 바다에서 이주민 수백명이 탑승한 고기잡이 보트가 강풍에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이날.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이들 가운데 78명이 주검으로 발견됐고, 생환한 것은 아직 104명 뿐이다. 정확한 탑승자가 확인되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희생자가 최대 5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의 국적은 시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으로 다양하다.
혹시라도 피붙이가 살아 돌아올까 실낱같은 기대를 품은 이들이 수십명이 이곳 보호소에 모여들어 추가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경찰이 세워둔 창살 너머로 지나는 사람들을 붙들고 가족의 얼굴이 담긴 스마트폰 사진을 꺼내보이며 생사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파키스탄 출신의 아딜 후세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형제는 그리스에서 십수년간 불법체류하다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는데, 고국에서의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향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내 형제의 친구는 여기에 있다”며 “내 형제는 어디에 있나”라고 울부짖었다.
그리스 시리아인협회의 안와르 바크리 사무총장은 “이것은 비극”이라며 “어린아이들부터 16살, 20살, 25살까지 실종된 이들을 찾는 부모들이 내게 사진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바크리 사무총장은 “아직 생존자 중 여자는 없다”며 “모든 여자가 죽고, 가라앉았고, 아이들을 품에 안고 익사한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시시각각 구조의 ‘골든 타임’이 지나면서 희망의 불씨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구조된 생존자 중 대다수인 71명은 아테네에서 40㎞ 밖에 위치한 말라카사 수용소로 옮겨졌다. 이들은 그리스 정부에 망명을 신청할 전망이다.
살아돌아온 탑승자들은 배에 타기 위해 리비아 브로커에게 한 사람당 4천500달러(약 576만원)를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어선이 전복된 경위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침몰하기 15시간 전쯤 그리스 당국이 고기잡이배에 접근했으나, 탑승자들이 ‘이탈리아로 가고 싶다’며 도움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당국은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보트를 견인하려다 사고가 벌어졌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배를 끌어당기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최근 가난을 못이겨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피플’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중부 지중해에서 난민 44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7년 이후 최다 수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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