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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유럽에 뿌리내렸는데…” 시리아 난민들 강제송환될까 불안

▲ 그리스 아파트에서 숙제하는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유럽 곳곳 난민 빗장…심사 잠정 보류

“9년 전 포화에 떠밀려 고향을 떠났죠. 이제 제 삶의 터전은 여기인데…. 제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리스 아테네에 사는 시리아 출신 남성 나젬 알무사는 11일(현지시간)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변호사이던 그는 2015년 내전이 극심하던 고향땅을 떠나 아테네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그는 지난 8일 뉴스를 보다가 고국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2011년부터 13년간 이어지던 고국의 내전이 드디어 끝날 것이란 기대감에 잠시 들뜨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간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간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을 상대로 자칫 강제로 고국 소환이 내려질까 하는 우려에서다.

벌써 시리아 인근인 튀르키예, 레바논 등에서는 수천명이 고국에서 아사드 붕괴 이후 평화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에 자동차에 짐을 싣고 귀향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리스,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제2의 삶을 일궈놓기 시작한 시리아 난민들이 선뜻 고향땅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험난한 피란길을 거쳐 타향살이의 설움 속에서 간신히 난민 신분으로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그간 쌓아올린 노력을 뒤로하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가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클 것이란 생각에서다.

알무사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출신인 그는 포탄이 쏟아지던 고국을 뒤로하고 겨우 그리스에 자리잡기 전까지 수단, 이란, 튀르키예를 떠돌며 2년간 정처없는 난민 생활을 겪어야 했다.

이제 다섯명의 자녀를 둔 그는 아이들이 이미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상황이며, ‘아버지의 언어’인 아랍어는 아예 할 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이 ‘아빠, 우리가 정말 저기로 돌아가야 해요?’라고 묻는다”면서 “예전에는 저기서 어떻게 살았냐고도 묻는다”며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럽연합(EU)에 정식으로 접수되는 시리아 난민 신청(1차 기준)은 2015∼2016년 최고조에 달해 매년 33만명 이상이 유럽 문을 두드렸다.

이후 잠시 주춤했던 난민 신청은 시리아 대지진 참사, 극심한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2020∼2023년 세배로 치솟았다.

그사이 유럽에서는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아프리카 난민 대거 유입으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오히려 난민을 상대로 빗장을 걸려는 극우 바람이 거세졌다.

이에 따라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몇몇 국가는 이번주 들어 아사드 정권 붕괴와 맞물려 시리아 난민 신청 수천건을 보류한 상태다.

독일 내 시리아 난민 지원 단체인 프로아실(ProAsyl)은 난민 신청자들이 강제로 본국으로 송환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향후 수개월에 걸쳐 시리아 치안 상황이 보고되기 전까지 안건이 불확실한 상태로 보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알무사의 그리스 체류 허가는 매번 갱신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며, 다른 난민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독일 에르푸르트에 머무는 한 시리아 출신 남성은 연말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난민 신청이 보류됐다는 통지를 9일 받았다고 한다.

2018년 피란길에 오르기 전까지 시리아에서 수의사로 일했다는 이 남성은 “‘멘붕’이 왔다”면서 “여기서 살기로 마음 먹고 독일어도 배우고 있었는데 여전히 폐허인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리아로 돌아가면 병력으로 차출될 것을 우려하면서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것은 모든 시리아인의 기쁨이지만 이미 많은 시간과 투자를 쏟아부어 여기까지 온 입장에서는 당장 돌아가는 걸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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