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째,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봄베이 한인교회의 백일학 집사님으로, 동생도 선교사님이고, 아들도 선교사님이신 분이십니다. 뭄바이에 사업차 와 계시는 동안 토요일에는 멋진 SUV와 기사 가네쉬 형제를 대동하고, 저희가 어디를 가든 사역에 동참해 주십니다.
덕분에 저희는 더 많은 인원 및 더 많은 물자를 싣고 더 멀리까지 편안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세례식 등 교회 행사, 여러 빈민가들, 나환자촌, 고아원 등을 기동성 있게 다닐 수 있었지요. 또 기회 되실 때마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셔서 동역자들 모두 만세를 부르게 해 주시곤 합니다.
집사님께서는 오늘(5/6)도 마히마 교회의 ‘쏠라뿌르’ 전도여행을 위해 필요한 힌디, 마라띠 신구약 성경 150권의 재정을 후원해 주셨을 뿐 아니라, 그 책을 수령하러 다녀오는 길에도 동행해 주셨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신약만 있는 ‘기드온 성경’은 비교적 구하기 쉽지만, 신구약이 다 있는 성경은 생각보다 찾기 힘듭니다. 서점에도 없고요. 게다가 기독교 서점이 아주 적어서 최소한 왕복 세 시간은 오가는데 소모하게 됩니다. 또 서점 역시 빈민가를 겨우 면한 가정집들 사이에 창고 비슷하게 숨어있는 경우가 많고요. 결국 찾게 되면, 성경 및 온갖 기독 용품을 가득 싣고 돌아오게 됩니다.
이번에는 이미 주문했던 성경 150권뿐 아니라, 그 서점에 쌓여있던 세 박스의 마라띠 신약 기드온 성경, 한 박스의 텔루구어 기드온 성경, 그리고 (아마도 미국에서 만들어 보내준 것 같은)100페이지가 넘는 힌디어 만화 성경(!) 다섯 박스, 그 외에 몇 박스의 각종 전도지들과 성경책들을 얻어올 수 있었습니다. 돈을 주고 산 150권보다 몇 배의 자원들이 생긴 셈입니다. 당장 전도여행 뿐 아니라 여러 사역에서 요긴하게 쓰일 물건들이 쌓이고 쌓였습니다.
아닐 형제에게는 소원하던 크고 무거운 주석 성경을, 아카쉬 형제에게는 KJV 성경을 사주고, 또 교회 사역에 쓰일 몇몇 소품들과 성찬 제기, 포도주 등을 사고 나니 제 봉투도 텅 비어 버렸지만, 저희의 입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아닐과 아카쉬 형제는 자신들의 지갑까지 텅텅 비워가며 신앙 서적 및 사역 물품들을 사더군요. 이것들은 돈이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거든요.
SUV 뒷자석을 접어서, 이 모든 걸 꽉꽉 채워 넣는 중노동을 하면서도, 마치 부자가 된 듯한 뿌듯함이 저희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그걸 교회 3층까지 올리며 구슬땀을 비 오듯 흘렸지만, 기쁨이 피로를 몰아냈습니다. 서점 측에서도 유료와 무료를 막론한 악성 재고들(?)을 비울 수 있음에 너무나 행복해했습니다. 분명히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시장 거래였건만, 저희는 자연스럽게 만나서도 함께 손 모으고 기도하고, 떠나기 전에도 손 모으고 기도하게 되더군요. 서점 주인과 고객이 영수증을 주고받은 후 함께 기도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시는지요?
그렇게 제일 더운 날, 크고 작은 수십 박스의 복음이 창고에서 차로, 거리에서 교회로 옮겨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아니면 동네 서점에서 성경을 살 수 있는 우리나라가 문득 그리워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돕는 손길들과 함께 큰 사랑으로 작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는 게 참 기쁨입니다. 이 기쁨이 저희의 삶에 늘 떠나지 않기를.. 그리고 귀한 헌금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경과 전도책자가 단 한 권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인도의 영혼들에 심겨지기를 기도해 주세요!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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