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23)
후배 중에 한 사람은 신학교 시절부터 늘 내 곁을 맴돌며 가까이해 주고 있었다. 이 친구는 집이 어려워져서 그랬겠지만 1학년 때부터 늘 한 벌 원피스만 입고 다니며 내 주위에 자리했다. 자연히 삶의 이것저것을 나누게 되었다. 내가 모진 재정 훈련을 받을 때 그 후배 어머니가 고구마 줄거리를 삶아 말려서 보내 주신 것이 우리 집의 유일한 반찬이었다. 그렇게 친근하게 지내며 죠이선교회에 같이 다니면서 은혜의 계절을 함께 했다.
이 친구는 친화력이 좋아서 어디를 가도 절친을 만드는 선수였다. 방통대에서 만난 ‘신기옥님’은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분이지만 찐 친구로 지내며 친교를 나누는 모습이 귀했다. 플랫폼 후배는 느즈막히 혼자 되신 목사님과 결혼을 하고는 아예 모든 아름다운 모임은 이 후배가 도맡아 이뤄냈다. 먼저 있는 자녀들의 믿음 생활을 위해 40일 금식기도를 두 번씩이나 하며 주님을 사랑했다.
이 후배는 좋은 식당을 알면 반드시 스승 목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나와 친구와 함께 식사를 대접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와서 물심양면으로 참여해 주곤 했다. 작은 언니의 정신 아픈 실수로 큰 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일에서 예수님 향기를 놀랍게 발휘하는 것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두르며 살아 있는 선행을 배웠다. 큰 언니 장례를 다 주관하고, 슬픈 조카들을 품에 안으며, 정신 아픈 작은 언니 병원 수발을 힘에 지나도록 하는가 하면, 퇴원 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언니를 집에 모시고 케어하기도 했다. 훗날 요양원에 모시고도 끝까지 돌보는 그 아름다움은 주님의 향기였다.
방 얻으러 다닐 때 “언니 나 이사 가야 되는데 같이 가 줄 수 있어요?”하면 며칠이고 같이 “주님 예비한 곳 찾게 해 주세요.”하며 발품을 팔면 어김없이 꼭 알맞은 집을 만나곤 했다.
내가 교회 일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옷은 항상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면, 어느 날 갑자기 불러서 유명 메이커에서 옷을 골라주었다. 우리 어머니 옷까지 그 친구는 책임져 주었다. 좋은 옷을 보면 반드시 친구 사모와 나를 극진히 입혔다. 맛있는 뷔페를 발견하면 거기에 데리고 가고야 만다. 용돈이 생기면 또 나누어준다. 그러니 샘솟는 돈도 아니니 그 친구는 늘 카드값에 힘들었을 거다.
이 후배는 운전을 잘해서 어디든 데려다주곤 했다. 동계올림픽도 구경시켜주고, 우리나라에 부활절 이벤트로 외국팀이 와서 공연할 때 티켓이 비쌌건만 관람하면서 실제로 주님의 부활 현장을 보듯이 은혜를 함께 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얼마 전에 홀연히 받았다. 언제까지나 ‘케어의 여왕’으로 섬길 줄 알았는데 나는 이 후배에게 사랑의 빚만 졌고 사랑만 퍼붓다가 그녀는 주님 품에 안겼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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