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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폭염 41도, 업그레이드 된 거리 급식

사진: 원정하 제공

어제는 미칠 듯한 더위 속에서, 직사광선을 받으며 거리 급식 사역을 했습니다. 습도 높은 41도! 이글이글 불타는 빈민가의 광장에서, 원 없이 땀 흘리며 뛰다가 집에 와서는 더위를 먹고 누워 버렸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정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돌아가지 않더군요. 글도 못 쓰고 잠도 못 자고 헉헉대었습니다. 앓아 누으면 딱 좋았겠지만 그날 수요예배 설교자이기도 하고, 또 다음날(오늘) 새벽기도 설교자이기도 하기에 그냥 안 아프기로 했습니다. ^^

어제의 거리 급식은, 몇몇 후원자들의 뜻에 따라 평소보다 덜 엄격하고, 더 아름답고 관대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아예 그렇게 써 달라는 목적으로, 큰 재정을 헌금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사역의 경우, 300개보다 개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싣고 갈 공간이 부족하고, 또 맥도날드 측에서도 아침에 그 이상의 동일한 햄버거를 주문받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원래 나누어주지 않던 초콜릿을 품목에 추가시키고, 음료수도 더 비싸고 맛있는 것으로 아낌없이 준비했습니다. 거기에 볼펜과 손 세정제 등의 선물을 더 준비해서 함께 했던 현지인 도우미들에게 나누기도 했습니다.

또 300인분의 햄버거를 수령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기다리는 동안, 점포 앞을 지나가던 걸인 일곱 명을 불러서 햄버거와 만화 전도책자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포 매니저가 그 일곱 개의 햄버거는 자기 지점이 계산하겠다고 해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믿지 않는 이들과도 동역이 됩니다.

또한 몇 가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먼저, 석정이(6학년)와 현서(중1)를 동원해서 빨랫줄로 ‘행동 유도선’을 만든 것입니다. 일종의 ‘폴리스라인’이지요. 군중을 자연스럽게 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1~300까지 써 있는 쿠폰을 나누어 준 것입니다. 줄을 선 사람들을 열 명씩 쿠폰을 주고, 열 명씩 번호를 불러서 해당 번호의 쿠폰을 내야 햄버거, 음료수, 초콜릿, 만화 전도책자와 교환 받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사진: 원정하 제공

덕분에 평소보다는 새치기나 중복수령이 훨씬 적었습니다. 다만 300명이 훌쩍 넘은 후에 계속 줄에 합류하여, 줄을 한참 섰는데 받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약간 발생하기는 했습니다. 그 쪽에 두 명만 더 투입할 수 있었어도 좋았을텐 데 미안하더군요.

이렇게 시스템이 잘 잡히니, 배식 초중반에는 통제가 거의 완벽했고 마지막에만 두세 명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내 아이는 특별하니 무조건 달라.”는 사람 한 명, 그리고 줄 안 섰던 아이 하나를 데려와서 “이 사람은 내 친척이니 무조건 달라.”는 사람 한 명. 저는 “이곳의 모든 아이들이 특별합니다”, “줄에 서 있는 모두가 누군가의 친척입니다.” 이렇게 대답해 주었지만, 이들은 정확히 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반복합니다.

이렇게 요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나름 이 마을에서는 기가 세고 힘이 있는 사람들로, 일부러 배식이 끝나갈 때 오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줄 서기 싫다는, 나름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또 줄 안 서고 받는 자신의 모습을 공동체에 과시하고 싶은 심리도 있습니다. 저희가 새치기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오직 장애인 뿐입니다.

유일하게 줄을 세우지 않은 다리를 다친 아이. 사진: 원정하 제공

그래서 ‘그럼 쿠폰 받고 한참 줄 서서 기다리던 저 아이 중 하나를 빈손으로 보내고 당신을 줘야겠는가?’라고 물으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응!’ 하는데, 그 뻔뻔함에 오늘도 결국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안 그러려고 다짐했는데 ㅜㅜ)

선글라스도 벗지 않은 상태로 그에게 다가가서 “가!!!!!!!”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똑같이, 베이스 톤에 제일 큰 성량으로 “가!!!”만 세 번 반복했죠. 그제서야 가더군요. 그러고 나니, 다른 이들은 아예 억지를 부릴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화낼 것 없이, 차라리 힌디어를 모르는 사람처럼 미소 짓고 ‘노 쿠폰? 노 햄버거. 아임 소리’ 이 말만 반복하는 고장난 레코드가 되거나, 못 들은 척 무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사람들도 똑같은 문장만 계속 반복하는 작전을 쓰니까요. 그런데 화를 안 내면, 우리 일이 끝날 때까지 똑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하며 방해하다가 떠나는 뒷모습에 욕하고 소리 지를 것도 뻔하니, 차라리 남들 다 보는 데서 꾸짖어 쫓아내는 게 시간도 빠르고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50인분이라도 더 가져올 수 있었더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3000개를 가져왔어도 어차피 동일한 일은 발생했을 것입니다. 배식 시간이 길어지면, 소문이 나서 더 멀리서부터 더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가능성도 커집니다. 또 폭염 속에 음식이 상할 수도 있구요. 집단 식중독이라도 나면 큰일입니다. 배식량을 늘리기 어렵더라면, 출동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어제는 다행히 ‘행동 유도선’과 쿠폰의 존재 덕에 평소보다 질서가 잘 잡혔습니다. 적어도 ‘오래 줄 섰는데 못 받았다.’, ‘당신들이 저 사람들 두 개 줘서 내가 못 받은 거다.’ 같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곤란한 항의는 듣지 않을 수 있었으니 감사합니다. 떠날 때 한 여자아이가 ‘두 개 받은 친구 있다.’고 일렀지만, 웃어넘길 수 있었습니다. 혹여 그렇더라도, 제대로 줄 서서 쿠폰 받고 햄버거를 집에 가져다 둔 후 처음부터 그 과정을 다시 밟은 아이일 테니까요.

사진: 원정하 제공

후원자의 사랑(재정), 그리고 집행자의 지혜, 그리고 충성(맺집)이 한 곳에 부어져야 가난한 자들의 뱃속에 떡 하나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이니, 하나님의 말씀도 함께 주어집니다. 공정하고 관대하고 지혜로운 사역이 계속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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