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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편지> 봉투와 <돈> 봉투

사진: UnsplashRanurte

봉투 안에 편지가 들어있으면 <편지봉투>다. 그러나 봉투 안에 돈이 들어있으면 그것은 <돈 봉투>이다. 편지는 역사가 참 오래되었다. 아득한 옛날에도 편지들은 있었다. 신약 성경은 4복음서 외에는 거의 바울의 편지 모음이다. 물론 요한의 편지도 있고, 베드로의 편지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사대부 사이에 서찰이 오고 갔다. 특히 <청혼>과 <허혼>을 위해서 정성껏 만든 봉투에 서찰을 써서 왕래하기도 하였다.

16세기 교회 개혁자 요한 칼빈(John Calvin)은 <편지의 사람>이었다. 그는 그의 동료 개혁자들 뿐 아니고, 각국의 왕들과 제후들 그리고 당시의 종교계의 지도자들에게 날마다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요즘은 이메일과 스마트폰으로 편지를 보내지만, 그전에는 모두 종이에 검은 잉크를 찍어서 일일이 하고 싶은 내용을 쓰고 봉투를 만들어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이 마차를 타고 수백, 수천 리를 가서 전달하고, 다시 답장을 받아 오기도 했다. 칼빈은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교회 개혁의 의지를 마음껏 폈다. 특히 칼빈과 그의 제자인 데오도르 베자(Theodore Beza)와 주고받은 편지는 아예 큰 책이 하나 될 수 있도록 많았다. 그래서 칼빈은 베자를 그의 후계자로 삼고, 제네바 대학의 학장으로 앉게 했다.

필자는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에게 26년을 섬기면서, 50통의 편지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나의 책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라는 책 부록에, 박윤선 박사로부터 받은 편지 50통을 고스란히 올려놓았다. 그 편지 속에는 박 박사님이 부족한 종에게 보내는 애틋한 내용도 있고, 공부해서 자기의 과목을 이어가 달라는 후계 구도도 말씀했다. 편지를 봉투에 담아 보내는 것은 마음을 담는 것이고, 정을 담는 것이고, 사랑을 담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이 이루어졌다. 필자는 아내와 중매로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기에 연애를 해본 일도 없고, 영화관이나, 다방에 가본 일도 없다. 그런데 결혼 후 아이 둘 낳고, 외국 유학 때문에 1년간 떨어져 있을 때, 아내와 나는 약 150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진정한 부부애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는 전화도 안되고, 암스텔담과 서울 간의 편지가 두 주일이나 걸렸지만, 이틀에 한 번씩 편지를 쓰면서 그리움과 꿈을 나누며 서로가 잘 참고 견디며 부부의 사랑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편지와 봉투에 얽힌 사연은 또 있다. 인터넷과 카톡이 발전되기 전, 나는 전 세계의 위대한 개혁주의 학자들과 편지를 서로 교환했다. 필자는 약 100여 명의 세계 석학들과 교제했던 뒷이야기를 써서 <내가 만났던 100명의 개혁주의자들>이란 책을 출판했다. 그중에도 잊지 못할 편지들은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인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 박사나, 신약학자 헬만 리델보스(H. Ridderbos) 박사 등의 육필편지를 갖게 되었다. 그 편지들 속에는 저들의 인품과 학문이 오롯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물론 편지에는 위문편지도 있고 연애편지도 있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편지도 있고, 자녀가 부모에게 드리는 편지도 있다. 또 결혼식에 축의금 봉투, 상가에는 부의금 봉투도 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달라져서 봉투에 편지를 넣는 시대는 없어졌다. 그래서 우체국도 이제는 택배회사 비슷하게 되었고, 편지를 붙이기 위해 우체통을 사용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그런데 아직도 봉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교회이다. 그리고 교회에는 감사헌금, 십일조, 선교헌금 봉투가 있고, 여러 가지 목적 헌금 봉투가 있다. 이를 두고 비판자들은 ‘교회가 왜 헌금을 그리도 많이 강조하는가?’라고 비방한다. 그러나 그 헌금으로 한국교회는 세계 선교, 구제, 교육을 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교회가 되었다. 헌신도 훈련이고 감사도 훈련이다. 안티들은 교회 헌금 봉투를 두고 이런저런 비판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편지봉투보다 <돈 봉투>가 화제다. 당 대표 선거에 돈을 300만 원씩 넣어서 뿌리고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정선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비민주의적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모두가 <민주화 투사>란다. 알고 보니 <민주팔이>하는 모든 정치가들이 <돈 봉투>와 깊이 관련이 있다는 보도다. 그자들이 입만 열면 <민주>, 현수막을 들었다 하면 <평화>, 노래를 불렀다 하면 <우리 민족끼리>를 불러 대고, 고함쳤다 하면 보수 척결하고 <통일>로 가자고 했다. 이자들은 민주를 판매하는 <돈독>이 잔뜩 오른 자들임에 틀림 없다. 그들은 부정으로 금뺏지를 달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탈취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앞으로 어떻게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는지 모르지만, 재판부도 돈을 먹을 만큼 먹었다는 말이 돌던 대, 바른 판단을 내릴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한국교회의 교단장 선거에도 돈을 뿌리고 있었으니,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할 말이 없다. 교회가 순결과 진실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되면 세상과 정부를 향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특히 연합기관의 기관장 선거도 엇비슷했었다. 그래서 합동측 장로교총회는 이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수십 년간 이른바 <제비뽑기> 방법으로 교단장을 선출했고, 타 교단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절대로 <제비뽑기> 같은 것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 봉투>가 필요하니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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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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