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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흉터

사진: Jametlene Reskp on Unsplash

이곳에서 나는 더위와 음식 때문에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벌레들이었다.

살면서 벌레가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나에게 있어 벌레는 손바닥 혹은 운동화 한 짝만 있어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모기를 비롯한 이곳의 각종 날 것들과 벌레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를 타고 올라오는 도마뱀, 자고 일어나면 발아래 밟혔던 개구리와 지네, 내 손만 했던 곰벌레, 참새 같았던 나방, 시도 때도 없이 급습했던 날벌레는 견딜만했다.

그런데 모기도 아니면서 벼룩도 아니면서 개미도 아니면서 나를 물어뜯는 그것들. 뽀또뽀또와 챔피언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것들은 40도가 넘는 무더위와 입에 맞지 않은 음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한국의 모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 번 물리면 화상을 입은 듯 물집이 잡혔고, 살갗이 뜯겨 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데다, 간지럽기까지 했다.

긁으면 너무 아프고, 긁지 않으면 더 아픈.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도착하고 보름 동안은 거의 폐인처럼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온몸은 담배 빵을 맞은 것처럼 흉터투성이가 되었다. 그 와중에 감사했던 것은 얼굴은 한 군데도 물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치제와 모기약도 소용없었고 바퀴벌레도 맨손으로 잡는 담대함 따위는 더 소용없었다.

벌레에게 물린 살갗을 더욱 짓무르게 했던 땀 때문에 나의 흉터는 더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다. 시차 적응은 호강에 겨운 소리였다. 짐 정리도 하기 전에 예기치 못한 복병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매일 기도했다. 벌레에게 물리지 않게 해달라고. 아니면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고. 아니면 흉터라도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물론, 벌레가 깡그리 없어지거나 최소한 줄어들기만 해도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기도는 계속되었다. 아픔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기도했는데, 그 기도에도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셨다.

조금씩 나의 기도가 지쳐갈 때쯤 문득 이곳의 사람들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레 퇴치제도, 물파스도. 모기약도 없는 이곳 사람들은 벌레를 어떻게 극복할까? 싶었다. 설마 벌레가 나만 물 리는 없지 않은가?

나는 만나는 아이들의 살갗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유심히 살피니 보이지 않았던 흉터가 보였다.

까만 피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을 뿐, 아이들 검은 살갗 곳곳이 벌레에게 물리고 다치고 찢어지고 불에 데고 까인 흉터들이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처들은 흉터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속살의 흉터도 보여주었다. 자신의 것들과 닮아있는 나의 흉터를 보고 어린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좀 큰 아이들은 ‘I’m sorry’라고 했다.

그러고는 나의 흉터를 만져주었다. 흉터가 닮은 우리는 좀 더 가까워졌다. 예수님의 흉터로 우린 구원받았다. 흉터 없는 사랑은 없다는 것을, 십자가에서 가르쳐주셨다.

사랑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닌, 흉터투성이의 속살을 만져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벌레에게 물리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흉터였다. 흉터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의 상처도 몰랐을 것이다. 흉물스러웠던 흉터가 마치 커플링 같다.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아파보지 않으면 타인의 아픔을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사랑은 아픔을 통해 배워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흉터투성이가 되어서야 그들의 아픔을 병아리 눈물만큼 이해할 수 있게 된 나는 그만큼 그들을 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벌레는?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물렸다. 하지만 나의 면역력은 레벨업이 되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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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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