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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다시 시작된 전 세계 무슬림들의 라마단

▲ 라마단 기간에는 밤에도 모스크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진: pixabay

밖에서 보는 이슬람(54)

올해도 어김없이 전 이슬람 세계의 단식 절기인 ‘라마단’이 3월 23일부터 시작해서 총 30일간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전 세계의 이슬람권으로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슬람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당장 눈앞에 닥친 시급한 교회의 목회와 양육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슬람권 선교를 놓고 무슬림들을 향한 복음 전도는 절대 쉽지 않다는 한국교회의 선입견도 한몫을 담당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은 매년 두 절기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라마단’이라고 알고 있는 단식 절기이다. 원래, ‘라마단’이라는 의미는 아랍어로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미다(ramida)’에서 유래되었다. 뜨거운 태양으로 갈라진 땅바닥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데, 금식으로 타는 듯한 갈증과 고통을 의미한다.

라마단은 단식 그 자체가 아니라 총 열두 개로 이루어진 이슬람 달력 가운데 아홉 번째 달을 가리킨다. 특별히, 이슬람교에 의하면, 무슬림들의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계시가 처음 내려진 달이 바로 이 ‘라마단’ 월로 무슬림들에게는 가장 성스럽고 중요한 기간으로 여겨진다.

라마단 월중에서도 특별히 스물일곱(27) 번째 밤은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알라’로부터 첫 계시를 받던 때이다. 그래서 이날을 ‘신성한 밤’으로 알려지면서 라마단 기간 총 30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로 지켜지고 있다. 무슬림 대부분은 이날을 알라의 축복과 보상이 가장 많은 밤으로 믿으면서 모스크에 모여 예배드리며 밤을 새워 기도하며 지낸다.

무슬림들은 이 라마단 30일 동안 아랍어로 단식을 뜻하는 ‘싸움’을 한다. 30일 동안의 단식(싸움)이 끝남을 축하하는 명절을 보내는데, 이를 아랍어로 ‘이드 알 피뜨르(Eid al-Fitr)’라고 한다. 다른 명절 하나는 양 같은 동물을 희생해서 제사하는 희생절 명절로서, 아랍어로는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라고 부르며, 라마단 단식이 끝난 이후 70일 되는 날부터 시작되며, 이슬람력으로는 제12월이다.

침도 삼켜서는 안 되는 라마단 단식

이슬람 세계에서 라마단 월에 단식이 시작되면 전 세계 무슬림들은 30일 내내 하루 중 일출 시각에서부터 일몰 시각까지 음식을 금한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음식, 음료, 흡연 등을 금하며, 또한, 폭력(싸움과 전쟁), 분노, 시기, 탐욕 등도 삼가야 하는 등 철저히 절제된 생활을 한다. 심지어 침조차 삼켜서는 안 되며, 부부관계도 금한다.

라마단 월의 단식은 신앙고백, 예배, 구제, 성지순례와 더불어 무슬림이 지키고 있는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라마단 단식은 무슬림들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길러주며 소외된 주위의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무슬림들이 단식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면서도 예외적으로 전쟁 중인 군인, 여행자, 어린이와 노약자, 환자,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 월경 중인 여성 등은 단식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나서 채우지 못한 라마단의 단식 일수를 반드시 채우도록 권장하고 있다.

무슬림들의 단식과 영적 생활

한 달이나 지속되는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단지 음식을 먹지 않는 금욕만이 아니라, 예배와 꾸란 낭송 등의 영적 생활에도 신경을 쓴다. 평소에는 예배에 열심을 내지 않았던 사람조차도 이 기간이 되면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려고 한다. 이 기간 무슬림들에게 꾸란 일독이 장려되기도 하며, 저녁 예배 시간 이후에는 모스크에 모여 꾸란 낭송회를 하는데 이때 무슬림들이 함께 모여 꾸란을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 기간에는 거리마다 색종이나 깃발 혹은 모스크 모양의 리본을 달거나 집집이 빛나는 색등을 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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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 집이나 거리에 달아놓는 색등을 파는 가게. 사진: pixabay.

이프따르싸후르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의 하루 단식은 모스크의 ‘아잔’ 소리와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끝이 나는데, 이 단식을 푸는 첫 음식 혹은 그 시간을 가리켜 ‘이프따르’라고 부른다. 무슬림들은 하루 중 단식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이프따르’ 음식을 미리 차려 놓고 단식의 끝을 알리는 ‘아잔’ 소리를 기다린다. 하루 내내 전혀 먹지 못한 무슬림 대부분은 ‘이프따르’를 가능하면 집에서 먹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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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 내내 시청이나 구청에서 이프따르 단체 식사를 제공한다. 사진: pixabay.

이를 위해 하루의 일몰 시각이 가까이 오면, 직장이나 일터에서 무슬림들이 거의 같은 시간에 귀갓길에 오른다. 일분일초라도 ‘이프따르’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귀가하려고 질주하지만, 한꺼번에 귀가하려는 바람에 대도시에서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일몰 시각 훨씬 전에 살짝 퇴근하는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적지 않지만 서로 눈감아 주는 것은 불문율로 되어 있다.

라마단 기간 하루의 ‘이프따르’가 끝날 때쯤에 거리에 나가보면 언제 교통 체증이 있었냐는 듯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있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두가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이프따르 음식을 먹고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도시의 거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다. 거리에는 전차나 버스도 보이지 않고 긴급한 용무의 차량만 보일 뿐이다.

하루 중 이프따르 식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시끌벅적한 축제가 시작된다. 하루 동안의 허기진 배를 채운 무슬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산책하기도 하고, 친척과 이웃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자정이 지나도 거리는 조용해지지 않는다.

하루 중 단식이 끝나면서 먹는 음식을 ‘이프따르’라고 한다면, 하루 중 단식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먹는 음식을 ‘싸후르’라고 부른다. 새벽이 되면 ‘메싸하라띠(Mesaharati)’라 불리는 사람들이 일출 전 마지막 ‘싸후르’ 식사를 위해 일어나라고 동네 골목마다 북을 치며 다니는 전통은 이미 오랫동안 라마단 기간의 진풍경이 되었다.

라마단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들

한때 이슬람 세계의 단식 절기인 라마단 기간에 국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역 라마단 운동’이라는 기도 운동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그 이름이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으로 바뀐 것을 보며 다행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용어들은 매우 민감해서 무슬림들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키우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해외 이슬람권 현장에서 살면서 이슬람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 모순점과 비 진리성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며 적지 않은 반박 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사역 현장의 여러 무슬림을 향해 이슬람이 가진 모순점과 허구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도 했고, 기독교의 우월성과 진리를 피력하면서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필자의 이런 전도 방법은 꾸란도 제대로 읽지 않아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가운데 오직 맹신으로만 평생을 살아 온 그들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지 못했다.

그때 그들은 오히려 필자의 논리적인 반박에 자기들의 모순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은 절대 그리스도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를 반박할 구실을 찾아 다시 논쟁하려는 노력만이 되풀이되었을 뿐이었다. 당시 필자의 접근 방식은 마치 그들의 잘못되고 모순된 점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밝혀내고, 심지어 부끄럽게까지 해서 이제 그 길로부터 돌아서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그들을 불편하게만 했을 뿐 그들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복음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무슬림들의 연례 종교행사, 라마단

우리 교회에서 보면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은 분명 이질적인 신앙을 가진 무슬림들에 의해 치러지는 연례 종교행사이다. 이 기간이 되면 전 세계 강성 이슬람주의자들은 라마단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알라 앞에서 무슬림들의 회개와 영적 각성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복음 전도 현장에서 팽팽한 영적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라마단은 전 세계 무슬림들의 명절 기간이기도 하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한 불교 신자들을 향해 우리가 영적 전쟁을 선포하고 조심하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해외 선교 현장을 포함해서 국내 선교 현장에서도 이제 이웃이 되어 살아가기 시작한 무슬림들을 향해서도 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존중과 행동으로부터의 배려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우리의 진정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의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진리를 아끼지 않고 나누는 일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그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최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나누어 주려는 우리 모두의 간절함이 바로 존중과 배려를 통해서 복음 전도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국내 곳곳에서 선택의 자유도 없이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기쁜 소식을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교회 밖에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무슬림 손님들은 지금 주님께서 한국교회로 보내주시고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랑과 전도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우리 한국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을 얻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순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번 라마단 단식 기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한 번쯤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첫째, 라마단 단식 기간 매일 단식을 끝내고 ‘이프타르’ 식사에 참여하는 무슬림 이웃들을 초청해서 정성스러운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은 어떨까?

둘째, 지금 이웃으로 살아가는 무슬림들을 향해 지속해서 옳지 않다고 계속 부정적으로 얘기하면서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얘기(복음)를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셋째,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을 향해 품을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존중과 배려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주변의 무슬림 이웃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나누는 방법들을 고민하면 어떨까?

끝으로, 이제 시작되는 올해의 전 세계 이슬람의 라마단 단식 절기를 지켜보면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단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단지 율법의 복종만을 통해 확실하지도 않은 구원을 어렴풋이나마 기대하며 살아가는 무슬림들이 이사야서 말씀을 깨닫고 참 진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보라 너희가 단식하면서 다투며 싸우며 악한 주먹으로 치는 도다. 너희의 오늘 단식하는 것은 너희 목소리로 상달케 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찌 나의 기뻐하는 단식이 되겠으며 이것이 어찌 사람이 그 마음을 괴롭게 하는 날이 되겠느냐 그 머리를 갈대같이 숙이고 굵은 베와 재를 펴는 것을 어찌 단식이라 하겠으며 여호와께 열납될 날이라 하겠느냐. 나의 기뻐하는 단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며 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사야 58:4~7)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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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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