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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일본 아이가 준 식탁보에 나는 조선 아이를 위해 상을 차린다

사진: Brooke Lark on Unsplash

주일 예배를 마친 뒤 일본 자매 한 명이 조심스레 봉투 하나를 건네준다. 열어보니 새하얀 식탁보가 들어있다. 얼마 전에 교회 자매 몇이 집에 밥을 먹으러 왔었다. 갑자기 만들어진 식사 자리였다. 급히 집에 있는 재료를 찾아 일본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잡채, 그리고 아웃리치팀이 주고간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상차림을 도와주던 자매가 식탁에 그만 미역국을 쏟았다. 식탁에는 식탁보가 깔려 있었는데 정말 미안해하는 자매에게 별일 아니라 하며 식탁보를 얼른 걷어 내었다.

자매는 그것이 미안하고 갑자기 밥을 먹게 된 일이 감사하여 선물을 준비했단다. 세탁해서 깨끗해졌다고 말하는 내 입은 연실 기뻐하고 있다. 받은 식탁보가 새하얗다. 집에 와서 새하얀 식탁보를 깔아보니 정말 하얗다. 방 안이 전부다.

‘못타이나이’ 아까워서 사용할 수가 없다. 다시 잘 개어 넣어 놨다.

‘그날 그때 사용해야지.’ 내 마음에 감추인 1순위가 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마 13:44)

요즘 거룩한 질투로 씨름하고 있다. 나는 이 땅 일본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이젠 한국 인천공항보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더 편안함으로 안겨준다. 한국은 순례자의 여정, 일본은 집이 되었기에 그런가. 일본 마트의 일본 냄새가 좋아졌다. 잘 못 먹던 쯔유(일본 다시 간장) 요리가 맛있어졌다.

‘곤니찌와’ 인사하는 일본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정하니 좋다.

이 땅 일본이 좋다. 하지만 이 땅 한 모퉁이 감추인 조선이 더 좋다.

이 땅 일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다. 하지만 감추인 조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좋다.

함께 예배하는 일본 성도가 좋다. 하지만 주방 한편에서 아이들을 위해 급식을 준비하는 조선의 엄마가 더 좋다. 케이카를 위해 기도한다. 하지만 서희를 더 기도한다.

이 땅에 와서 조선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일본 아이들을 더 바라보면 질투가 난다.

일본을 더 바라보다가 겨우 찾은 조선을 잊을까 봐서, 소홀해질까 봐서, 모르는 체할까 봐서.

누구든 이 땅에서 조선을 만나거들랑 아껴둔 마음을 다 쏟아 진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

하나님 마음에 감추인 1순위는 무얼까?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열렸다. 베풀어진 잔치에서 많은 사람이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 혼인 잔치에는 비밀이 있다. 잔치 마지막에 가장 맛있는 포도주가 나오는 것. 그때야 비로소 최고의 기쁨에 취하는 것. 이 비밀을 맡은 자도 주님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때를 위해 감추인 아끼는 마음이다.

얼마 전에 이 땅에 북에서 온 조선인, 남에서 온 조선인, 일본 땅에 사는 조선인이 함께했다. 이 땅의 일본교회에서 하나가 되어 손을 잡았다.

이렇게 나눠짐이 최고의 하나 됨이었다. 최고의 소망이었다. 최고의 기쁨이었다.

이 땅에 감추인 보화가 있다.

감추인 보화를 발견한 마리아는 순전한 나드 한 근 전부를 예수님 발 위에 부어 밭을 산다.

감추인 보화를 발견한 가난한 과부는 두렙 돈 전부를 드려 밭을 산다.

자~ 우리의 인생에 감추인 보화를 찾았는가?

하나님이 세상에 베푼 잔치에서 단지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 하나님의 계획은 하나님의 세상을 천국 잔치로 만드는 것.

난 일본 아이가 준 식탁보에 조선 아이를 위해 상을 차리고 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가장 맛있는 포도주에 흠뻑 취하리라.

최고의 기쁨을 넘어 영광을 보리라…

아~ 주님! 저의 감추인 보화는 주님, 당신이었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 8:1)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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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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