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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베일의 양면성, 반외세에 대한 저항 vs 여성인권운동

▲ 인도네시아 여성들. 사진: 이정순 제공

이란 시위로 본 무슬림 여성과 베일(3.끝)                                

2. 무슬림 여성의 베일 종류

오늘날 이슬람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베일은 크게 두 종류로 전신 가리개용과 베일용 스카프로 나눈다. 베일 착용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종교적 성향, 집안 전통, 계층, 취향별로 그 명칭과 모양이 상이하다. 베일의 섬유와 디자인, 색상과 길이는 사회 환경, 기후, 지역과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다.

베일의 명칭과 종류는 다음과 같다. 
•아바야(Abaya)는 검정 겉옷으로 몸 전체를 덮지만 헐렁하다.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베이지색과 흰색이다.
•부르카(Burqa)는 얼굴을 포함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를 가리는 것으로, 눈에는 보통 면사포 같은 천을 사용하고 손에는 장갑을 끼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반적이다.
•니캅(Niqab)은 얼굴을 가리는 베일(천)이며 눈은 보이도록 한다. 다른 옷과 조화를 이루어 입도록 분리된 옷으로 부르카와 구별되며 색상이 다양하다. 
•히잡(Hijab)은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 모양으로 얼굴만 내놓고 상체를 가리며 입고 벗기가 쉽다. 
•차도르(Chador)는 머리부터 몸 전체를 감싸는 망토형 외투이며 작은 머리 스카프를 그 밑에 착용하기도 한다. 부르카와 비슷하지만 모양과 착용 방식이 다르며, 히잡과 비슷하다.
•샤일라(Shayla)는 직사각형의 긴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어깨 부분은 걷어 올려서 두른다.
•키마르(Khimar)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망토 형태로 머리카락, 목, 어깨는 완전히 감추지만 얼굴은 드러낸다.
2022년 11월 현재 이슬람협력기구(OIC) 산하 이슬람 57개국 중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며, 이를 어길 경우에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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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르키예 여성들. 사진: 이정순 제공

3. 다른 이슬람국가 여성의 베일 착용 

베일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프가니스탄 등을 간략하게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심장이며 발생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에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경찰과 사법당국은 모든 계층의 여성은 강제적으로 베일을 착용하도록 하였다. 베일 착용은 여성의 이동 자유는 물론 사회 활동의 많은 영역을 확보해 주고 있다. 2016년 4월 무함마드 빈 살만(Muhammad bin Salman)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개혁의 결정판 ‘사우디 비전 2030(Vision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 많은 변화가 있다. 아직도 많은 현지 여성들이 외출시 검정베일을 착용하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22년 11월 현재 베일을 착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는 젊은 여성들을 가끔 목격하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튀르키예 여성들의 옷에서 가장 세밀하고 화려한 부분은 베일이다. 오스만 제국(1299 ~1922)시기에, 여성들의 베일은 큰 도시와 시골 지역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베일 착용은 상류층 무슬림의 특권으로 받아들여졌다. 베일 착용은 점차적으로 중요한 무슬림의 관습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튀르키예 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urk 1881~1938, 재직기간 1923~1938)는 1935년 베일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튀르키예는 정당에 따라서 여성들의 베일 착용을 격려하거나 제한한다. 

아프가니스탄은 20세기 초의 이란처럼 서구지향적인 왕국이었다. 1970년대에 카불 시내에서 찍힌 미니스커트 입은 젊은 여성들의 사진을 인터넷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사진 대다수는 부르카를 뒤집어쓴 모습이다. 1973년 아프가니스탄은 공화국이 된 후, 1979년 12월부터 1990년 전후의 소련군 철수기간 동안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였으며 이슬람 율법에 따른 여성의 베일 착용의 강압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2021년 8월 20여 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수도 카불에 탈레반이 복귀하였다. 2022년 5월 7일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샤리아에 따라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하며 여성 공무원은 얼굴을 가리지 않을 경우 해고될 수 있다고 명령했다. 

4. 베일의 상징성  

이슬람에서 베일은 무슬림 여성들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의 상징이 되었다. 상징이라는 것은 하나의 표시에 많은 의미가 있고, 사회적, 심리적, 영향력이 크다. 또한 의미하는 내용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베일 착용은 지역에 따라 유사점과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국가에서 베일 착용이 상징하는 바는 한 가지 이상이 될 수 있다.

첫째, 베일의 착용은 다른 문화와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실재를 바라보게 한다. 무슬림들은 베일이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자신들에게 안전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베일은 간음과 간통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 수단으로 유혹을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를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다. 또한 베일은 남성에 의해 지배되는 공적인 공간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과 대중들 앞에 여성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기능도 한다. 베일은 신분 및 권위의 상징으로 정체성을 나타내며 명예를 존중하는 이슬람권에서 여성과 그 가족의 명예를 상징한다. 

둘째,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은 서구로부터 분리된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다. 여성이 베일로 얼굴 또는 온몸을 가리는 것은 신체의 물리적 보호를 위한 것이다. 특히 베일 착용의 역사가 가장 긴 서아시아는 일부 오아시스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후는 고온저습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베일과 전신을 가리는 의복은 뜨거운 햇볕과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신체의 과도한 수분 증발을 막고 강한 모래바람과 밤의 한기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의복이다.

셋째, 베일의 착용으로 무슬림들은 유행에 민감할 필요가 없기에 경제적으로도 유익하다. 베일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므로 낮은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중·하류층의 사람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다.

넷째, 특정한 옷은 종교단체의 상징일 수 있다. 옷은 신과의 친밀함과 헌신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이슬람권 국가에서 베일을 착용하는 것은 이슬람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다섯째, 남녀 분리의 관습이 엄격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베일 착용은 정숙성의 표현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상류층 여인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권위를 선망한다. 그래서 그들의 베일을 모방하며 미적 욕망을 표출하기도 한다. 베일을 착용하는 것은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과 예의 바르고 고상한 무슬림 여성을 구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여섯째, 베일의 형태는 종교에 기인하지만, 정치적 헌신의 양상을 나타내며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베일은 지역 안에서 식민지 세력에 반대하는 국가적 운동, 일반적으로 서구문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날 때 전통과 정체성을 재차 다짐하게 하는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은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무슬림 여성들은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 복장에 베일만 착용하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베일의 소매 끝에는 베일과 같은 색상의 꽃무늬의 수가 아름답게 놓여있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 검정, 흰색 등 단조로운 색상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무늬를 가진 패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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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틀짜는 튀니지 여인. 사진: 이정순 제공

IV. 나가는 말

베일 착용은 세계 곳곳에서 오래 전부터 존재하였다. 이슬람 문화의 형성 이전부터 베일은 남녀 의복 가운데 하나였다. 베일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머리만 착용하는 것과 온몸을 덮는 것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베일 착용의 관점은 이슬람 국가 안에서도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이슬람 여성의 베일은 그들의 신분, 민족, 종교 등을 나타내는 정체성의 상징과 커뮤니케이션의 한 도구로서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 착용 이유는 어느 지역에서는 반외세에 대한 저항이며,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여성인권운동을 의미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2022년 9월부터 이란에서 발생하는 반정부 시위를 단순히 여성인권의 탄압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란 역사에서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은 억압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왕조를 무너뜨리는 저항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란에서 발생하는 시위의 핵심은 ‘베일을 착용하느냐 착용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그 시위 뒤에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 이란에 누적된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 침체된 경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누적된 것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이란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세상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란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서구의 관점에서는 베일 착용을 여성의 인권과 억압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슬람권 안에서는 베일 착용을 원하는 여성들도 많다. 때로는 베일 착용이 거꾸로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슬람 국가의 정치적 상황은 항상 유동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서구적 혹은 페미니스트 관점만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사회와 문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이다. 따라서 베일의 정확한 의미는 그 사회 전체에서 찾아야 한다.

                      –참고문헌

이정순. “이란 역사에서 종교문화가 이슬람에 미친 영향.” 「중동연구」 제 4권.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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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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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 박사 | 한국 OM국제선교회 초대 부대표. 백석대학교 선교학 교수 역임. 순회선교사역 및 자역연구차 전 세계 6대주 94개국 방문(1980~2019). 현재 한국OM국제선교회 자문위원, 선교타임즈 편집위원과 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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