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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터키·시리아 지진 대참사…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 터키·시리아 지진발생지역. 사진: Al Jazeera 캡처

지난 2월 6일(월) 새벽, 터키(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국민 사망자가 8일 현지 시각으로 9057명이라 발표했다. 반면에 시리아는 정부와 반군의 집계를 합쳐 26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시신이 건물 더미들 아래 더 묻혀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날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유니세프(UN 아동 기금)는 추위와 굶주림에 취약한 어린이 사망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이른바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인 재해 발생 후 72시간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끊어진 도로로 인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추위 속에 사투를 벌일 생존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 최대 피해 지역의 하나인 카라만마라슈를 8일 방문, 구호 활동을 독려하고 10개 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피해 도시를 1년 안에 재건하겠다는 것과 피해 가족당 1만 터키리라(531달러)를 초기에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우리 시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민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남겨지는 일은 절대로 허락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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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에서 구조되는 어린이. 사진: Channei4 News 영상캡처

이렇게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가동되고 있는 터키와는 달리 12년째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서 강진을 맞은 시리아 북서부의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그간의 계속된 전쟁은 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 기반 시설을 무너뜨렸고, 지금 같은 비상사태에 대처할 능력을 감소시켰다. 시리아 내 병원의 절반 수준만이 정상적인 의료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번 지진의 중심지인 이들립을 비롯한 피해 지역의 반 이상은 그나마 정부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반군 통제 영토이다.

그동안 시리아 정부는 반군 장악 지역을 고립시키고자 UN 및 국제 NGO들이 제공하는 식량과 의료용품, 담요 등의 구호물자를 터키와의 국경지대 한곳을 통해서만 반입하게 했는데 이 국경 도로마저 이번 지진으로 파손됐다. 유일한 통로가 끊어짐으로 구조인력의 진입은 물론이고 긴급 구호물자를 전달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등 유럽 각국은 시리아에 구호 물품 전달을 위한 추가 통로를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합법적인 시리아 정부를 통해 전달하면 된다며 국경 개방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아사드 대통령은 8일 유럽연합(EU)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년간 자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아사드 정부를 통한 원조 제공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단순히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전투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 세력을 제압하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쿠르드족이 이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터키 정부는 자국의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PKK(쿠르디스탄 노동자당)와 시리아 쿠르드족이 연계한 쿠르디스탄 국가 설립을 우려해 이를 막고자 친터키 반군을 세웠다. 지난 2019년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동부 쿠르드 지역에서 평화유지군 격이던 미군 철군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자마자 터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터키 반군을 앞세우고 터키 정예군의 압도적인 화력 지원으로 시리아 북서부 주요 지역을 점령해버렸다.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 민병대, ISIS,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임시정부, 이슬람주의 반군 분파 등등 피아를 구별 못할 만큼 뒤엉킨 여러 세력 간의 살육전이 이들립을 중심으로 북서부에서 지난하게 이어졌다. 이렇게 12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공포 속에 찢길 대로 찢긴 채 겨우 살아남은 시리아 주민들인데, 이번에는 땅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재난이 들이닥친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김시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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