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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동행]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사진: pixabay.com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이란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4)

“권사님, 좋아하시는 찬송 있으세요?” 심방 오신 목사님이 물으시니 지체 없이 어머니는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며요” 하신다. 그러시며 이 찬송을 좋아하게 된 연유를 말씀하신다.

전화기도 없는 때인지라, 시골교회 목사님은 갑자기 심방 가자고 우리 집에 오셔서 어머니를 앞세우실 때가 많았다. 목사님 혼자 각 가정을 심방 하시기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완고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갈 때, 오늘 내일 서리가 올 것 같아 급하게 김장거리를 밭에 나가서 거두어야 하는데, 목사님이 들이닥치셔서 이 동네 심방 왔으니 앞서시라고 하셨다. ‘김장거리 어쩌고’ 이런 것을 도시 젊은 목사님이 알 턱이 없다. 혼자 어린 것들 데리고 사는 과수 댁의 어려움은 전혀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감히 누구 말씀을 거역하겠는가? 밤늦도록 목사님 모시고 심방을 하고 가을걷이는 뒤로 미뤘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이쿠! 서리가 하얗게 덮이고 배추 무는 다 삶아 놓은 것 같이 되어 그해 김장을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큰 냇물 건너 사시는 분이 김치를 줄 테니 가지러 오라셔서 감사함으로 갔다. 이분은 무당하다가 회개하고 이제 갓 믿은 분이었다. 예배드리고 말씀 좀 가르쳐 달라 해서 신앙생활을 지도해주다 보니 그만 날이 어두워졌다.

사랑이 많은 만큼 꾹꾹 눌러서 한 통을 머리에 이워주는데 아이고, 목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저녁이 되어가니 서둘렀건만 섣달그믐이라 달빛도 없고 캄캄한데 큰 냇물 가까이 왔으나 징검다리를 찾을 수가 없다. 내려놓으면 다시 머리에 일 수가 없을 것 같고 난감한 상태인데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비추었다. 서둘러 마지막 징검다리를 건너니 그 빛은 온데간데없이 싹 사라졌다. 그래도 아는 길이니 무사히 집으로 와서 이 찬송을 냅다 부르시며 좋아하시게 되었단다. 그렇게 가져오신 김장으로 우리는 걱정 없이 그해 겨울을 났다. 하늘의 환한 빛은 어머니 가슴에 항상 남아서 비추었다.

그때 “목사님 심방 동행 못해요. 나 김장거리 거둬야해요.” 했으면 어머니는 그 밤 하늘의 환한 빛을 못 보셨을 것이다. 하나님도 그리 급하게 도우실 리도 없고 말이다.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주께서 항상 지키시기로
약속한 말씀 변치 않네
하늘의 영광 하늘의 영광
나의 맘 속에 차고도 넘쳐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영원히 주를 찬양하리
캄캄한 밤에 다닐지라도
주께서 나의 길되시고
나에게 밝은 빛이 되시니
길 잃어버릴 염려없네. (찬송 445장)

또 그때는 그렇게 하루 종일 죽어라 일하시고도 밤에는 어김없이 오리 정도 되는 곳에 있는 교회에 가서 혼자 기도하다 자다 하셨다. 그러다 목사님이 새벽기도를 인도하러 나오시면 예배 드리고 잠든 나를 업고 오셨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침을 준비하곤 하셨다.

하루는 비는 추적추적 오고 교회는 비가 새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기도하셨다.

“내가 혼자 유독 왜 이리도 기도해야 하나. 아무도 안 하는 철야 기도를~” 했다.
“이제 나도 그만하리라.” 마음 먹자마자 하늘에서 노한 음성에 혼이 나셨다.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느니라!” 벽력같이 큰 말씀이 들려왔다.
“아이구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기도를 쉬지 않겠습니다.” 회개하셨단다.

그 많은 교인들이 집에서 잘 먹고 쿨쿨 자도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이 젊은 가난한 과수댁의 기도는 왜 그리도 들으시려고 했을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결론이다. 젊은 과수댁의 기도를 그렇게도 혼쭐을 내면서 원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그러나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마24:36)

우리 세 식구는 이렇게 주님 품 안에 똘똘 뭉쳐서 전쟁 후유증을 견뎌냈다.

아침 저녁으로 우리는 ‘가정예배’를 드렸다. 특히 저녁예배는 어머니가 길게 예배를 인도하셔서 우리는 “엄마 빨리 빨리요.”를 연발했다. 성경은 한 권을 가지고 식구들이 돌려가며 읽었다. 나는 글을 잘 모르니 어머니가 선독을 하고 나는 따라 하는 것으로 내 차례를 때웠다.

어머니가 제일 많이 부르신 찬송은 그때 수도원에서 사용하는 복음성가이다.

이 찬송은 유재현 목사님이 지으신 찬송이다.

세파에 밀려 시달리어도
안심을 하고 믿고 가라
물 위로 지금 걸어가시는
주님만 보고 따라가자.
두려워 말고 안심을 하라
주님이 나를 잡고 가시니
파도가 감히 빠칠 수 없고
죽음도 나와 상관없다.

찬송, 성경 읽기가 끝나면 어머니가 기도를 하시는 데 세계 일주를 하시고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를 날려야 기도가 끝난다.

근데 문제는 어머니가 기도하다가 너무 고단하시니까 엎드려서 졸으신다. 내가 어머니 허벅지를 꼬집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세계일주를 하신다. 아이고야! 그렇게 세계 평화와 복음전파를 위해 끈질기게 기도하셨다. 어머니의 그 길고 긴 기도가 끝나고, 주기도문 차례가 되면 오빠와 나는 누가 빨리 끝내나 내기하는 것처럼 달리고 달린다. 빨리 끝나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말이다.

밥 먹을 때도 반드시 믿음의 의식을 치러야 한다. 그 의식은 식탁 찬송과 성구 암송이다.

주님의 식구 한 식탁에 단란히 함께 둘러앉아,
감사를 하고 먹게 되니 참 평화롭도다.
기쁘도다 우리 식탁은 예수님도 함께 계시네.
천국의 잔치 벌어지니 즐겁고 맛있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 (계11:15)

오빠와 나는 조그만 원형 밥상을 두드리며 이 찬송을 한다. 그 후에 또 위 말씀을 외우고 어머니의 감사 기도가 있어야 우리는 그 따뜻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우리 집은 견고하게 되는 세 식구의 천국이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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