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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철원의 겨울, 주님은 과부와 어린 것들을 돌보셨다

사진: pixabay.com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이란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3)

살길을 찾아 강원도 철원 고향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전에 어머니 정신 아픈 병을 고쳐주신 스승을 찾아 수도원에서 은혜받으며, 군인들 상대로 삯바느질과 조금의 밭농사 등으로 겨우겨우 연명을 해왔다.

겨울은 다가오건만 풀만 가득 나뭇간에 있지 장작이 없어서 어머니는 어린 오빠를 데리고 산에 올라갔다. 썩은 나무뿌리랑 굵은 나무들을 산 위에서 여러 둥치 묶어서 굴려 보내고 내려 와 보니 한 둥치도 없었다. 눈이 오니까 나무하러 나온 군인들이 밑에 있다가 웬 떡이냐 하고 다 가져간 것이었다. 얼마나 참담하던지 빈손으로 눈물을 흘리며 집에 왔다. 그날 밤에 눈이 엄청 많이 와서 꼼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강원도 철원은 눈이 참으로 많이도 오는 곳이다.

“하나님, 나무해 놓은 것은 군인들이 다 가져가고, 집에 쌀도 떨어져서 밥도 못합니다. 우리 세 식구도 남편 있는 하나님 나라에 데려가세요.”

오빠는 어머니가 밥도 안 주고 울면서 기도만 하니까, “에잇 나는 소변 보고 올래요.” 하면서 밖으로 나가더니 뛰어 들어왔다. “엄마 엄마 누가 지게에 한 짐 지고 우리 집으로 오고 있어.” 하며 소리친다.

“네가 뭘 잘못 보았지. 이 눈구덩이에 누가 우리 집에 오냐?” 어머니는 듣지도 않았는데 조금 후에 “쿵!”하며 누가 짐 내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과연 어떤 분이 땔감과 쌀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사연인즉 수도원에 한동안 기도하려고 서울에서 오신 차 집사님이었다. 그분도 우리를 모르고 우리도 그분을 모른다. “군탄리에 정속장이라고 있는데 자꾸 애들하고 나한테로 오겠다는구나. 수도원에 가서 쌀은 꾸어달라고 하고, 나무는 내가 보여주는 데 가면 솔잎이 많이 모여 있으니 그것을 긁어모아서 갖다 주어라!” 하나님이 말씀하셨단다. 수도원에 물으니 쌀도 주고 지게도 빌려주어서 한 번도 지게를 져보지 않았지만 쌓인 눈을 헤치고 가지고 온 것이었다. 아들과 해놓은 몇 나무 둥치는 다 가져가시고, 눈 강산에서 한 과부와 어린 것들을 직접 돌보시고 먹이시는 하나님이라고 해야 할까?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그 추운 겨울에 오빠와 나는 화롯불 앞에서 기차놀이를 하며 낄낄거리며 지냈다. 화롯불에는 재를 담고 그 가운데 벌겋게 달아오른 숯을 묻고 재로 덮었다.

이 화롯불은 아주 훌륭한 난로가 되어 우리 방을 훈훈하게 한다. 화롯불에 모여앉아서 이불 꿰매는 굵은 실을 오빠 것 한 줄, 내 것 한 줄 재 위에 늘어뜨리고 또 묻고 그리고 또 재 위에 늘어뜨린다. 이 실이 기차이다. 실 한끝에 불을 붙이면 실은 빨간 불을 타고 재 위로 달리다가 재 밑으로 터널을 뚫고 달리다가 또 재 위로 올라온다. 누구의 기차가 빨리 달리나 응원을 하고 함성을 지르고 웃고 떠들며 우리는 추운 강원도 철원의 겨울밤을 견뎌냈다. 사랑하는 주님이 함께하셨기에 이 추위도 추억을 한 자락 수놓은 것이다.

우리 집은 사렙다 과부의 행복이 이어온다고 나는 늘 되뇌인다. 집에 쌓아놓을 양식은 없었다. 그러나 새 날이 오면 반드시 사렙다 과부의 기름통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고 밀가루 통에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우리 집에서 양식이 없어서 굶은 일은 없었다. 잠시 배고파서 물을 잔뜩 마시고 뛰어가면 배에서 물소리가 양철통의 물처럼 출렁출렁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것도 깔깔거리며 그 소리를 즐기곤 했다.

내 사역 기간에도 통장에 묻어 둘 돈은 없었다. 그러나 항상 나는 풍족했고 때로는 나누어 줄 조금의 부스러기도 있었다. 많아서 교만할 사이도 없고 없어서 잠언 기자의 고백처럼 비굴하지 않도록 주님의 보장으로 우리 집 먹을 것과 입을 것의 마련은 주님의 몫이었다.

또 하나 우리 가족에 대해서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오빠가 내성적이고 조용할 뿐 아니라 신앙도 고등학교 이후에는 존경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속에 조금 시원치 않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집 안방에서 교회를 시작하였을 때, 새벽이 되면 나는 억지로 예배 자리에 앉아 참석하곤 했다. 하루는 창세기 9장을 오빠가 설교하는데 ‘무슨 은혜받을 것이 있겠어?’ 하며 설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근데 에구머니나! 강단에 오라버니는 간데없고 예수님이 서 계시는 것이 아닌가? 창세기 9장 18절부터 29절이었다.

“셈과 야벳이 옷을 가져다가 자기들의 어깨에 메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그들의 아버지의 하체를 덮었으며 그들이 얼굴을 돌이키고 그들의 아버지의 하체를 보지 아니하였더라.”(23절)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하나님이 야벳을 창대하게 하사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시고…”(26-27절)

하나님께서 “네 오라버니의 부족함을 옷으로 덮어라. 셈과 야벳이 되거라” 하시는 것 같았다. 그다음부턴 오라버니 뵐 때 나는 벌벌 떤다. 주님의 옷으로 덮는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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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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