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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여행 동행한 작가… “말리지 못한 것 후회”

사진: Joe Green on unsplash

안락사 여정을 기록하기 위해 안락사 여행에 동행했던 한 무신론 작가가 안락사 현장을 지켜본 후 안락사 반대론자가 될 뿐 아니라 기독교인이 된 사연을 국민일보가 최근 전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의 작가 신아연(59)씨는 지난해 8월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호주 교민 A씨의 스위스 여행에 동참했다. 호주 교민신문 기자 출신이었던 신씨는, 자신의 20년 독자였던 A씨로부터 안락사를 위한 스위스 여행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신 씨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 자신이 안락사를 결정하고 그 진행과정을 올리고 있는 A씨의 게시물을 보며 ‘안락사를 하려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A씨는 실명으로 활동하는 신씨를 알아보고 대화가 이뤄졌다. 그 이후 안락사 예정일 한 달 전쯤 A씨는 신씨에게 안락사 여행에 동행해 줄 것을 제안해왔다.

신씨는 대화·글쓰기 상대로 존중해준 그분의 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위스 출발을 며칠 앞두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제안 거절과 안락사 결심을 돌리기 위해 전화했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고 “너무 일찍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라는 메시지만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신씨는 A씨 가족·친지들과 스위스 바젤의 한 호텔에 도착했고, A씨는 4박 5일간의 여행에 동행해 준 9명의 일행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과 덕담을 일일이 건넸다. 그러나 A씨는 일행이 돌아가며 결심을 말릴 때도 딴청을 피우는 등으로 대처해 그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신씨는 전했다.

안락사는 바젤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한 건물 내 스튜디오처럼 차려진 방에서 진행됐으며, A씨는 ‘나는 아프고 죽길 원하며 죽을 것이다’란 말을 복창한 뒤 약물 밸브를 돌렸다. 밸브를 돌린 지 8초가 지나자 A씨 얼굴이 꺾이며 사망했고, 고인의 유해는 국내 한 수목장에 묻혔다.

신 씨는 안락사 당시 일행 모두는 죄인처럼 앉아있었다며, 유족 중 특히 부인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마 버림받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신씨는 이 일을 계기로 ‘안락사 반대론자’가 됐다. 그녀는 “(안락사 현장을) 실제로 보고 나니, 그분을 더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안락사 찬성론자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라고 전했다.

이후 신씨는 고인의 뜻을 따라 집필하려고 했으나 입장을 선회, 정 반대되는 내용의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집필하고, “고인에게 면목이 없다”며 책 인세 일부를 호스피스 병동 확충을 위해 기부키로 했다. 이는 고통 대신 죽음을 택하는 고령자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 호스피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안락사를 목격한 신씨는 무신론자에서 기독교인이 됐다. 이는 A씨가 마지막 순간 말했던 ‘나 그만 갈게요’라는 말이 계기가 됐다. A씨는 신씨가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을 남기고 영면했지만, 신씨는 5개월간 ‘조금 전 멀쩡히 인사말을 한 그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신씨는 영혼의 존재, 천국 등 내세뿐 아니라, 신앙 없이 오갔던 호주 이민교회 생활 중 들었던 ‘부활’ ‘구원’ ‘영생’ 등 기독교에서 해답을 찾고 현재는 서울 주은혜교회(박철진 목사)에서 신앙생활 중이다.

신씨는 기독교 회심 이후 스위스에서 A씨를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아무리 유물론자라도 멀쩡한 사람이 죽는 걸 보며 ‘컴퓨터처럼 전원이 꺼졌나 보다’ 할 순 없다. 죽음 앞에선 무신론자와 유물론자는 없다. 그때는 사후 세계의 확신이 없어 그분을 더 말리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 법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이에 신씨는 조력존엄사 입법화 전 우리 사회에 안락사와 죽음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며 “안락사 찬반을 논의하기 전에 죽음을 양지에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게 중요하다. 이 작은 책이 그 분위기 조성을 돕고, 나아가 안락사 반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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