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동행] 나와 변론하자

사진: 유튜브채널 Samuel Kim Ministry 캡처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이란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1)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당연히 대학에 당당히 들어갈 줄 알았고 또 이것이 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대학입학원서를 들고 재정보증 서줄 사람을 아무리 찾아도 아무도 없었다. 서주고 싶은 사람은 집이 없고 집이 있는 사람은 나와 관계가 끈이 짧았다. 내 친구는 무사히 대학에 들어갔건만 야간대학 가는 꿈마저 좌절되었다. 그러자 독한 마음이 생기고 어려서부터 다니던 교회와 하나님께 반감이 생겼다.

“까짓 대학도 못들여 보내는 하나님이면 내 힘으로 해보고 말거야”

이후 돈벌이라면 무엇이든 해서 하나님을 이겨보고야 만다라는 식으로 덤벼들었다. 아이들 공부지도하던 것도 때려치우고 직업을 찾고 돈을 따라다니며 내 영혼은 극도의 방황을 시작했다. 어머니께는 친구 집에 가 있는다고 하고 모든 것이 제멋대로였다.

그런데 웬걸, 따라다니는 돈은 벌리지 않고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기 시작해서 위장 고장으로 밤새 고통하는 날이 일쑤였다. 성경책은 늘 여행 가방 맨 밑에 모셔놓고 보지도 않으면서, 하나님은 결코 잊지는 않겠다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6개월 남짓 정말 다른 사람 일생을 살듯 쏟아부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공허해지는 어느 날 ‘나는 왜 이리 방황 하는걸까?’ 하면서 어머니께 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군가 내 몸을 ‘홱!’ 돌이켜 놓는 것 같이 뭔가 내 맘에 ‘싸악!’ 들어오는 바람이 느껴졌다. 그날 갑자기 나는 짐을 싸갖고 집으로 왔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시며 나를 반기셨다. 어머니의 특기다. 왜냐고 묻지 않으시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밤, 내 인생이 이렇게 사는 것이라면 “일찍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지도자로 지내던 사람들도 교회에서 위선 떨며 늙어 80-90세 살면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나는 그렇게 위선자로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죽어버리자니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한 영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예쁜 분홍색 머리핀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책상 밑에 보니 그것을 그 애가 발밑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그 “예쁜 핀”을 나는 발을 뻗어서 내 자리로 가져와 그것을 훔쳤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근데 그 도둑질이 필름처럼 내 머리에 또렷이 펼쳐졌다. 과거로 돌아가 그 애한테 사과하고 죄를 씻으면 좋으련만 다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시 몇 가지 잘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죽으면 내 죄들만 남겠구나!”라는 생각에 머리를 들 수 없게 속상했다. 그렇게 잘 살아왔고 사람과 하나님께 떳떳한 ‘나’인줄 알았는데 죽으면 끝이 아니었다. 아이구 괴로워! 챙피해!

그때 “얘야, 성경을 읽어라!” 평소에 잔소리처럼 늘 말씀하시던 소리가 어머니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누구의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확연히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이끌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선반에 오빠가 학교에서 성경퀴즈대회에서 상으로 받아온 성경이 눈에 띄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성경을 아무 데나 우선 펼쳤다.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희게 되리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사야서 1장 말씀이었다. 1절부터 읽어가던 중에,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이사야 1:3)

이 말씀이 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패역을 거듭하느냐, 온 머리는 병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뿐이거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부드럽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1:6)

“변론하자!”(1:18)

이 구절에서는 내 앞에 둥근 원탁이 있고 그 앞에 하나님이 와 앉으셔서 내게 “네 인생이 그렇게 고달프냐?” “나하고 얘기해 보자.” 하시는 것같이 느껴졌다.

성경 글자들이 확대되어 한 글자 한 글자 탁탁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와! 하나님은 내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대화하고 따져보고 들어주려고 앞에 와 계시구나! 내 죄가 아무리 붉고 검어도 눈과 같이 양털같이 희게 해 주신다는 거구나! 이것을 느끼니 나는 죽어야겠다, 나는 죽으면 ‘죄’만 남는구나 하는 생각이 어디로 슉 날라가 버렸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밤에 성경에 빨려 들어가듯이 이사야 서를 거의 다 읽어내려간 것 같다. 새벽 4시가 되자 나는 쏜살같이 교회로 갔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산 중턱에 있었기에, 교회는 달려 내려가서 다리를 건너서 또 산 중턱에까지 올라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달음에 간 것 같다. 그날부터 나는 새벽마다 누가 가라고 하는 것도 아니건만 교회로 달렸다. 목사님의 말씀은 뭔지는 다 모르겠지만 꿀 송이 같이 달았다.

후에 알고 보니 나의 어머니는 나도 어려서부터 잘 아는 스승 멘토가 계셨는데 “선숙이 요새 어떻게 지내냐?” 물으셨단다. 그때, “몰라요. 친구집에요.” 대답하셨다가 “네가 에미냐?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면서.”라고 호통을 치셨단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워낙도 많이 주리셨건만 한 끼씩 금식하시면서 “주님! 선숙이 좀 붙잡아 주세요!” 기도하셨다고 나중에 구역예배에서 간증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 금식기도 응답으로 나는 방황을 멈추고 집에 온 것이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면 하나님이 다 들어주시니 열심히 기도하라고 권면하시는 것을 들으며! 깨달았다. 어머니의 애끓는 기도 때문에 하나님은 내 마음 눈을 밝히신 것이다.

“아! 우리 어머니는 나를 위해 두 번 산고를 겪으셨구나! 한 번은 뱃속에서 내가 나올 때, 또 한 번은 내가 죄 속에서 나와 구원받을 때였구나.” 그렇게 나는 두 번 어머니의 산고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났다.<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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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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