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오영철 칼럼] “교회당 건축이 선교의 전부는 아닙니다”

분송 목사(좌)와 오영철 선교사(우).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초등학교 4학년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전부인 그에게 깊은 위엄과 권위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비굴함이나 비천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그의 강의 가운데 면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므앙노이’라는 교회를 담임하는 68세의 분송 목사의 모습이다.

2022년 11월 25일 태국한인선교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카렌족 분송 목사를 강사로 초대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볼 때 참 어울리지 않은 세미나 외형이다. 강사는 매홍손이라는 태국에서 가장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가난하고 저학력인 카렌 마을 목회자이다. 반면 강의에 참석한 여성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남자들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대학원을 졸업한 선교사들이 현지 가난한 저학력의 목회자에게 가르치는 것이 정상처럼 보인다. 그런데 20여 명의 한인 선교사들과 태국 목회자들이 외견상 학력이 낮은 그의 진솔한 목회 나눔에 깊이 빠져들었다. 더 나아가 그의 목회가 선교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좌표라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그의 목회와 자세, 그리고 관점은 너무 성숙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목회하는 므앙노이 교회는 매홍손 빠이군에 위치한 깊은 산골의 카렌 마을이다. 166명의 교인들은 대부분 시골의 가난한 농부들이다. 그렇지만 그 교회의 사역의 너비와 깊이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2021년 한 해 십일조가 약 2만불이었고, 전체 헌금은 2만5000불 정도이다. 이 재정 가운데 그가 속한 빠이 지방회(노회)를 위하여 2000불을 보냈고, 카렌침례총회를 위하여 2000불을 보낸다. 그리고 두 곳의 카렌 전도처를 돌보고 있다. 미얀마의 카렌 실향민, 방콕의 개척교회 그리고 실로암 신학교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헌금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번의 교회 건축과 대 회의실 그리고 현재 건축하는 식당을 건축할 때 한번도 외부에 요청한적이 없다. 그 헌신들이 대단하였다. 성도들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다가오는 그의 요청이 있다.

“선교사님들은 교회 건축을 지원하지 말고 십일조와 헌신을 가르쳐 주세요”

그는 강의 중에 이와 같은 의미의 이야기를 여러 번 하였다.

“가장 좋은 길은 우리가 스스로 돌보는 것인데, 십일조를 온전히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방문하고 한국인 강사를 통하여 여러 번 들은 것이 한국교회의 헌신이라고 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이 우리들에게 그것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 건축 지원이 오히려 문제가 된 경우를 몇 경우를 예를 들었다.

“교회당이 큰데 예배 드리는 교인이 몇 명 안됩니다. 어떤 곳은 아예 예배를 드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한번은 그가 교회당을 지원하려는 한국 선교사를 만났다고 한다. 그는 그 선교사에게 교인들이 먼저 헌신한 후에 지원하라고 제안했다. 목회자 사례비도 교인들이 주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선교사는 그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국교회 예산으로 교회당을 건축하고 목회자 사례비를 주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한국의 지원이 멈추자 목회자는 떠났고, 몇 명이 안되는 교인들은 교회당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선교사들은 임시로 섬기는 분들이고 우리 현지인들이 주인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지 교회의 헌신의 결과에 대한 예상이었다.

“만약 우리 카렌 침례총회 240여 조직교회가 온전한 십일조를 한다면 우리는 외부에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외국에 4-5명의 선교사도 파송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관점은 전통적인 선교지와 선교사 파송 국가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었다. 21세기 선교의 특징은 “모든 곳에서 모든 곳에서”라는 새로운 선교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교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용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그의 경험 나눔과 강의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주었다. 어떻게 하여 그는 성숙한 주인 된 자세와 헌신을 실천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사실 그의 외적 요소들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학력, 태국어, 세상 지식에 대하여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영적인 단단함과 부르심을 따라 살아온 목회자로서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깊은 안목을 가지게 되었을까?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의 목회자로서 신실한 여정과 관련된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을 졸업한 이후 15살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18살에 졸업했다. 그 때가 1970년이었는데 지방회에서 현재 목회하는 므앙노이에 파송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곳에서 목회를 한 것이다. 50년이 넘는 목회자의 여정이 있었다. 목회자로서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깊이 있는 영적 혜안을 깨닫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경우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전에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실천하였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지만 본인을 천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하는 신실한 목자이다.

많은 한국교회는 교회당을 짓는 것을 선교의 큰 결실로 여기고 있다. 그가 볼 때는 그런 교회당 지원이 현지 교회의 주인의식을 해치고 있다고 한 것이다. 한국 교회가 어쩌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현지 교회에게 헌신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 교인만큼 헌신하는 교인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교회의 그 헌신과 십일조를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교회의 헌신을 경험해도, 현지어를 못하면 선교지에서 그 헌신을 나누기가 어렵다. 그러기 때문에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언어가 잘 안 되어도, 교회 건축을 도울 수는 있다.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이 부족해도 숫자를 나누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것을 해 내는 선교사를 일부 한국 교회에서는 사역을 잘 하는 선교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분송 목사는 그런 선교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더 나아가서 그런 선교사를 연결하는 현지 지도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주인으로서 현지교회의 역할을 하기도 전에 외부에서 재정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당 건축 지원 말고 한국 교회의 십일조와 헌신을 가르쳐 주세요”. 분송 목사의 이 요청은 이전보다 더욱 분명한 한국교회 선교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십일조도 헌신도 줄어가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 한국 선교사의 빠른 노령화와 선교비 감소는 한국 선교사 지형을 급속히 바꿀 것이다. 만약 우리가 십일조와 헌신을 나누고 실천한다면 현지 교회는 스스로 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교회당 건축을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후원자의 예상과 다른 선교지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의존적인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거나 아예 예배를 드리지 않는 교회당도 생긴다는 것이다. 심각한 상황은 이미 이것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분송 목사의 성숙한 안목과 영적인 깊이가 더욱 존경스럽다. 선지자적인 그의 호소와 요청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 안 된다.[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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