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그러나 이맘때가 되면 한국교회의 원죄(原罪)가 오버랩된다. 1938년 9월 10일 제27회 대한예수교장로교 총회에서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공식적으로 가결했었다. 물론 일제의 회유로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가톨릭은 진작 신사참배를 감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던 장로교회도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사실 장로교 총회가 신사참배를 가결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배교행위>이자, <여호와와 바알>을 동시에 섬기는 행위이므로 천추에 씻지 못할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제1계명을 범한 것은 성경 진리와 기독교이기를 포기할 뿐 아니라, 칼빈(J. Calvin)과 낙스(J. Knox) 그리고 돌트총회(1618~1619)의 내용을 송두리째 파괴한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그날 성명은 이랬다.
목사, 장로들이 모인 총대들이 이런 짓을 한 것은 한국교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주기철, 손양원, 한상동 목사를 비롯한 신사참배 반대 운동가들은 대부분 구속되었고, 그날 삼엄한 정사복 일본 경찰들의 위압이 있었다지만, 여호와의 영광이 무너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찬탈 되는 그 순간에 목사, 장로들이 그렇게 잘하는 <아니오>를 아무도 말 못한 것은 한국교회의 분명한 수치였다. 오직 미국 정통 장로교회 파송 선교사 한부선(Bruce F. Hunt) 선교사만이 <아니오!>를 큰소리로 외치다가 교회당 밖으로 끌려나갔다.
그런데 신사참배를 가결한 총대들은 즉시 일본 경찰 당국이 마련한 택시를 타고 전원 신사에 가서 참배를 했다. 그리고 오후 2시에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회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한해 후인 1939년 제28회 총회 회의록을 보면, 제28회 총회는 신의주 제二교회에 모였다. 그런데 이때 정말 희한한 예식이 있었다. 이름하여 <국민정신 총동원 조선 예수교 장로회 연맹 결성식>이었다.
전통적 대한 예수교 장로회 총회는 없어지고, 그때 식순은 다음과 같았다.
- 궁성요배- 일동기립
- 국가봉창
- 황국신민의 맹서 재송
- 찬송가
- 기도
- 성경봉독/ 그리고 선언에는 <동양평화>, <내선일체>, <황국의 부동의 국시> 등의 말이 나오고
- 일본관리의 축사
- 황군 장병을 위하고 동양평화를 위해 묵도 등등
총회가 이러니 후일 개교회 모든 예배 순서는 이것을 모델로 하여 따라 했다. 그러니 한국교회는 없어지고, <일본기독교 조선 장로교>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선예수교 장로회 대구 신정교회 순서는 이랬다(1943년).
1.국가봉창- 일동 기립 2. 궁성요배 3. 대동아 전쟁 필승기원 묵도 4. 황국신민의 맹서 재송 5. 우미 유가바 합창 6. 찬송 7. 사도신경…
이렇게 신사참배를 했던 한국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었다.
나는 신사참배를 반대했던 출옥 성도들에게 설교도 듣고 교재도 했었다. 한상동, 황철도, 한부선, 손명복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고, 나는 이인재 목사님에게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치욕스러운 신사참배가 오늘날 다시 자행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국의 대형교회 지도자들 중에 평양을 들락날락하면서 김일성 우상 앞에 절을 하고, <빵 공장>, <국수 공장>, <병원>, <학교>를 세워주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느 목사님은 직접 말씀 하시기를, ‘평양에 갈 때마다 10만 불을 갖고 간다’고 자랑했다. 물론 목사님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북한 사람들의 영혼을 사랑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어려운 동포를 도왔던 것이 아니고, 오히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삼대 세습을 견고히 하고 정권을 더 연장시킨 꼴이 되었고, 핵 개발을 도운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북의 세작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언론인들을 끌어들여 돈은 돈 대로 빼먹고, 종북사상으로 대한민국을 완전 점령하였다. 미국 종교 사전의 10대 종교에서 <김일성주의 주체사상>은 <종교>라고 분명히 나와 있는데도, 요즘 젊은 목사들은 주체사상이 종교인지도 모르고 종북사상에 물들어 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도 제 二 신사참배가 아닐는지?
코로나가 2년 동안 창궐할 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교회를 길들이고 통치했다. 그런데도 목사님들은 순한 양처럼 잘도 순종하고, 모든 예배를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전철과 버스는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타고 다녀도 정부에 대해 큰소리 한마디 못하면서, ‘이웃과 함께’라는 구실로 교회 문을 닫아 두었다.
이것이 신사참배와 무엇이 다른지? [복음기도신문]
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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