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정도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기도의 자리에 나가니 기도가 체질화 되더라는 한 증인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주님의 은혜로 선교사로 헌신하고 기도가 내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지 9년 반이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건만, 결단하고 또 결단해도 십자가보다는 얼마나 자아사랑을 택하기 쉬운지 내게 기도의 체질화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나를 기도의 삶으로 이끈 기도24·365 시간을 올해 여섯 살이 된 큰 아이와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루 종일 공동체를 통해 주님이 맡겨주신 책임을 감당하면서 막상 아이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선교사로 하나님 나라에 헌신한 부모 밑에서 아이가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중간 점검을 했다. 지금까지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아침 예배 때 간단히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귀한 보배 되신 주님이 주신 복음과 기도 외엔 아이에게 가르칠 것도 줄 것도 없지 않은가? 기도의 소원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니 큰 아이 ‘샘물’이와 기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라고 당장 구했다.
아이에게 며칠 정도 세계기도정보 책을 통해 열방을 구하는 기도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니 하겠다고 했다. 곧 주님은 아이가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로 된 세계기도정보 책을 주셨다. 주님이 기뻐하신다는 사인으로 받고 매일 저녁 8시~9시까지 함께 기도하기로 결단했다.
첫 날,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단순한 고백들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내 마음이 이런데, 하늘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기쁘실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이의 고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처음 누렸던 감동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더 기대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보게 하셨다.
우리의 기도시간은 이렇다. 우리는 왜 기도 24·365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나의 기도로 문을 연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찬양, 때론 새 찬양도 배우며 20분 정도 하나님을 높이고 경배한다. 아직 아이가 한글을 떼지 못해 함께 말씀을 보는 대신 성경을 암송한다.
그리고 만화로 된 기도 정보를 내가 이해한 만큼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기도하고 싶은지 나눈다. 그 다음 기도 제목을 제시해 함께 기도한 후, 아이의 기도로 마무리를 한다. 기도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아이가 눈에 띄게 어떤 영역이 변화되었거나 발전된 것은 없다. 그러나 기도를 반드시 들으시고 기도하는 사람을 변화시킬 주님을 믿게 하셨다.
부르키나파소를 위해 기도할 때였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라는 그림설명을 보며 딸은 “하나님, 제 이름처럼 부르키나파소에 샘물을 주세요.”라는 기도를 했다. 그 기도를 들으며 부르키나파소에 샘물 되신 주님이 정말 필요하고, 이 아이가 아프리카 땅에 생명으로 흘러가게 해 달라고 맘속으로 간구했다.
다음세대들이 많이 자살한다는 사모아를 위해서는 “하나님, 사모아의 아이들을 죽이지 마시고 살려주세요.” 내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들에게 삶의 소망을 갖지 못하게 하고 속이고 멸망시키는 사탄의 권세를 파하며 부르짖게 하셨다.
한 번은 친정 언니의 집에 방문했을 때였다. 8살짜리 조카와 샘물이가 함께 기도할 기회가 있었다. 기도에 대한 나의 설명을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조카를 보며 다음세대에게 가르칠 것이 기도밖에 없음을 절감했다.
그 다음 날, 다른 일정으로 우리는 다른 장소에 있었다. 비가 오는 저녁 8시즈음 조카가 이모와 함께 기도하고 싶다며 엄마를 졸라 수영장도 가지 않고 내가 있는 기도 장소에 혼자서 찾아왔다. 하나님은 한국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우리에게 큰 은혜를 주셨다. 눈물바다가 됐다.
간절한 마음을 주시고 기도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을 열어 보여주시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보라고,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세상의 수영장, 여러 학원이 아닌 영원한 수준의 것이라고 언니에게 맘껏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어미들에게 외치고 싶다. 자신의 아이들을 복음과 기도로 양육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말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일하신다. 이제 샘물이는 자기전에 기도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엄마의 저녁 스케줄을 점검해 준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스스로 기도 시간 뒤로 미룬다. 이 아이가 자라며 강력하고 거룩한 주의 군사가 될 것을 믿는다.
하나님은 은혜의 자리에 나를 끼워주시며 열국의 어미로 제대로 훈련시키시고 있다. 오늘도 내 장막에 들어온 이 기회, 시스라의 살쩍을 박는 일을 놓치지 않으련다. 사랑하는 신랑 되신 주님 속히 오시도록, 그 날에 주님 얼굴 기쁘게 뵙도록 말이다. [GNPNEWS]
한보현(315팀, 오후 2시, 8시 기도자)
필자는 선교사로 헌신 후 결혼하여 두 자녀를 낳고 현재는 순회선교단 아프리카지부에서 복음과 기도로 아프리카의 영혼들을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