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열방에 전쟁하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에 내 마음은 설레었다. 그간 듣고 배운 진리, 믿음의 삶이 실제가 되는 시간이 될 것과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아웃리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많은 영역이 민감하게 느껴졌다. 먼저 재정 영역에 대한 믿음이 실제로 다가왔다.
재정영역은 눈에 보이는 영역이기에 나의 마음을 더욱 조바심 나게 했다. 이 재정영역을 시작으로 하나님 수준의 일을 보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을 구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나의 숨은 동기가 드러났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 하나님을 믿고자 했던 나의 악함이었다. 내가 기도를 많이 하면 더 많이 채워주실 것이라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오해했다.
24시간 기도가 이어지는 열방기도센터를 방문할 때 주신 말씀,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딤전 6:17). 주님은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주목하게 하셨다. 주님이 신실히 행하시는 것을 보고 떠난 아웃리치!
에스더 말씀기도 때 보게 된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나님의 통치가 실제임을 믿는다.’는 엄청난 믿음의 고백을 하고 하나님 나라의 군사로 출발했다. 모든 상황을 능히 믿음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군사처럼 돌파와 개척과 승리만 이루어 낸다! 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자기 확신이었다. 주님은 잔뜩 들어간 내 힘을 빼기 시작하셨다.
현지인들에게 ‘나에게 실제가 된 복음’을 선포하는 시간, 치열한 내 안의 싸움을 통해서 ‘그래서 너에게는 복음이야!’ 라고 확증해주셨다. 나를 살리고, 또 영혼들을 살리는 생명 된 복음을 주시고 전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매일의 묵상과 결단대로 살 수 없는 나를 보며 낙심하기 시작했다. 벌레를 싫어하는 내게만 유독 벼룩이 10번씩이나 다리를 습격했다. 자는 것조차도 곤욕이었고 믿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 기도원에선 내 침대에만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내 가방 안에서만 벌레가 기어다니고, 가방 안에 있는 파일에까지 살아있는 벌레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를 따라다니는 벌레. 죽으면 죽으리라던 결단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스 하우스에서 진행된 말씀기도 수련회. 영적전쟁이 시작됐다. 구토, 복통, 오한 등으로 힘겨운 몸을 이끌고 한 시간 정도 되는 곳으로 장을 보러갔다. 나약해 보일까봐 괜찮은 척 참았다. 돌아온 후, 말씀기도를 하게 되었는데 인도자가 공교롭게도 바로 나였다. 이럴 때일수록 아픔에 자신을 내주지 말자며 큰 소리 뻥뻥 쳤다. 믿음 없어 보일까봐 또 참았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죽을 먹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아픈 것이 곧 불평이 되었고 하나님 나라의 군사가 그저 누워있는 꼴이라니, 슬그머니 원망도 올라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나는 무엇인가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나라의 전쟁은 씩씩하고 용맹스럽게, 나의 힘과 하나님의 힘을 합하여 승리를 이끄는 것이 아닌, 오직 믿음으로 싸우는 것임을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셨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시작된 수련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선교사님들과 오직 말씀 앞에서 한 마음과 한 뜻, 한 목적을 꿈꾸고 나누게 하셨다. 기쁨으로 충만케 하는 것은 오직 복음이다!
훈련 기간 중 가장 자신 있었던 복음 스피치 시간. 그러나 막상 아웃리치 기간 동안에는 이 자리를 믿음으로 받지 않고 피하고 싶었다. 복음의 능력보다 나를 신뢰하려는 잘못된 동기를 바로 잡으시고, 정말 주님만 붙들게 하는 상황을 허락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임마누엘하시는 하나님을 보았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지체들을 판단하고 정죄했던 화살은 곧바로 돌아와 나를 찔렀다. 느헤미야52기도 시간 중, ‘그런 네 존재가 살인병기야!’ 라는 말씀 앞에 엎어졌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나에게 의의 옷을 입혀주신 것이다.
내게 주신 율법을, 두려워 종 된 마음으로가 아닌 믿음으로 누리는 것이 결론임을 알게 하신 주님을 더욱 찬양한다. [GNPNEWS]
김홍한(소명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