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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참 부끄럽습니다

▲ 오영철 선교사 제공

한 마디의 짧은 말이지만 선교지의 성도와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참 부끄럽습니다.”

태국 카렌침례총회 여전도회 사무실에 근무하는 ‘래포’ 직원의 말이다. 국경에서 전쟁으로 피신 나온 공동체의 지도자와 대화 가운데 나온 고백이다. 그것은 형편을 넘어서는 교회공동체의 헌신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미얀마 내전의 피해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돌아갔다. ‘티써래’라는 국경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곳은 전쟁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미얀마군과 카렌군이 같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양측 군에게 세금을 주는 정도로 끝나지만 전투가 발생하면 바로 전쟁터가 될 수 있다. 전투가 멀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었고 그 마을도 그 영향을 직접 받을 상황이어서 일단은 안전지대로 피했다.

여전도회 직원인 ‘래포’도 이번에는 같이 방문했다. 담임을 하는 ‘무무애’ 목회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제를 그 교회의 헌신으로 바꾸었다. 나도 그녀가 속한 ‘티써래’ 교회의 헌신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교회는 미얀마카렌침례총회(Karen Baptist Convention) 파안 지방회(Hpa An Association)에 속해 있다. 그리고 지방회 밑에 있는 시찰회는 미야와디Myawaddy)이다.

“우리 교회 침례 받은 교인이 35명인데, 1년에 지방회와 시찰회를 위하여 개인당 500받의 상회비를 보냅니다. 작년에 1만 7500받을 보냈습니다.”

보낸 상회비는 지방회와 신학교를 위하여 약 300받을 사용하고 시찰회를 위하여 200받을 사용한다고 했다. 액수는 그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놀랍다. 그곳은 하루 일당이 150받이고 미얀마인은 그보다 적은 100받(5000짣)이다. 그 지방회에 속한 교인들 모두가 4일에서 5일치 일당에 해당하는 헌신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5년 동안 지방회에서 3번의 건축이 있었는데, 교인들은 한번 할 때마다 1만 짣을 헌금했습니다.”

지방회 교인들은 추가적으로 3일치 일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건축을 위해 헌금했다.

“그런데 목회자들은 건축할 때마다 10만 짣을 했는데, 이번에는 30만 짣을 헌금했습니다.”

하나의 건축을 위하여 목회자들은 20일 일당의 헌금을 했다. 5년 동안 60일치 일당을 헌금한 것이다. 우리가 너무 부담되지 않는지 물었다.

“다른 지방회는 더 많이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렇게 답했다. 헌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방회에서 우리 교회에 두 곳의 전도처를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한곳에 20만 짣씩인데 두 곳이므로 작년에 40만 짣 헌금을 전도처에게 보냈습니다.”

놀랍게도 ‘무무애’ 목회자는 교회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다. 2008년 남편의 순교 이후 교회를 돌보는데, 옥수수밭을 일구고 돼지를 키우며 하는 자비량 목회자이다. 당초 2021년부터 일부를 지원하기로 하였는데, 전쟁이 터지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대부분 교인들이 가난하여 그녀의 수입 일부를 교인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사도 바울의 목회와 너무 닮은 신실한 목회자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래포’직원은 몇 번 고백한다.

“참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더 많이 헌신해야 합니다.”

그 안에 자기 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그들보다 훨씬 가난한 미얀마 카렌교회의 헌신이 태국 카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의견을 덧붙였다. 만약 태국 카렌 교회가 이들처럼 헌신하면 선교사들에게 총회 사역이나 건축지원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카렌 선교사들을 다른 민족에게 파송할 수 있다. 궁금하여 질문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헌금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주는 것이 얼마나 복인지 대하여 교육을 받았습니다.”

가정과 교회에서 드림과 헌신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복음을 알고 구원받은 존재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이 땅에는 많습니다.”

본인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곳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부부가 왔다고 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아니라 그런 도전의 씨앗이 자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신에 대한 교육과 본이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문화화 된 것이다. 한마디로 전도와 헌신이 이들의 신앙 유산이 되어 대를 이어 흐르는 것이다.

“저희들도 꼬샤뷰(Ko Thay Byu) 신학교 본당을 건축할 때 10만 짣을 헌금했습니다. 왜냐하면 졸업생들은 10만 짣씩 헌금하기로 마음을 모았습입니다.”

마침 꼬샤뷰 신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는 청년들이 이야기한다. 20대 후반의 젊은 사역자도 동일한 고백을 한다. 총회나 지방회 그리고 신학교에 대한 책임을 그들이 책임지는 주인으로의 대답이다. 태국 카렌교회 신학교 건축이나 총회 일과 비교하면 너무 대조적이다. 태국의 경우 지역교회는 대개 스스로 하지만 총회의 전체 재정과 신학교의 건축에서도 많은 부분을 외부 선교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대나무 바닥과 나뭇잎 지붕으로 만든 임시거주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그들의 대화에서 선교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재 선교계에서 고민하는 자립과 자선교의 실천이 너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냉난방이 최적화되고 최첨단 시설이 갖춰진 강의실에서 못하는 것을 허름한 임시 건물에서 해내고 있다.

이 대화에 참석하면서 선교 여정의 큰 방향을 다시 확인한다. 협력과 나눔은 쌍방적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계 많은 곳에 다양한 교회를 세우셨다. 하나님은 그 가운데 함께 하셨고 그들을 위한 독특한 방법과 자원을 준비하여 놓으셨다. 이미 그 지역에서 그 방법과 자원을 통해 성숙하게 하나님의 일을 하는 교회가 많이 있다. 선교사들은 그 교회들을 통하여 이미 드러난 그 방법과 자원을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어쩌면 카렌 파안(Hpa An) 지방회는 태국 카렌 교회만의 모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도 그들을 통하여 배워야 할 영역들이 있다. 개혁 입법이 아니라 생존 입법이 필요하다는 2021년 감리교 장점개정위원장의 주장은 한 교단의 형편만은 아닌 듯싶다. 현장에 있는 한국 선교사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30대 새로운 선교사가 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성장하는 선교지의 모델로 소개한다면 모순이다.

무시 받고 잊혀진 주변부 공동체가 때로 하나님의 선교를 더 잘 드러낸다. 군대와 돈을 통해서가 아니라 십자가라는 연약함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을 마냥 신뢰하는 그들은 참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들은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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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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