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기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 헨리 오사와 테너(Henry Ossawa Tanner, 1859~1937)는 흑인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흑인 인권의 현실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가늠해 본다면, 아버지의 영향을 반영한 그의 경건한 그림들은 우리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술사에서는 테너뿐 아니라, 반 고흐와 같이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화가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테너의 그림만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위대한 유산으로 빛나게 만들었다.
그 중 잔잔한 느낌의 이 작품은 남루한 옷을 입은 두 흑인 부자가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기도를 올리고 있는 장면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식탁 위의 접시는 가짓수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변변한 음식도 보이지 않는다. 그림의 제목 <The Thankful Poor>의 ‘poor’를 ‘가난한’의 뜻으로 유추해 본다. 그 들은 당시 사회에서 힘없고, 소외되었으 며, 단지 태생적으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대 당하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사 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제목에 ‘thankful(감사하는)’을 붙인 것은 그 자체 로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 그림은 ‘말씀대로’ 사는 이들을 완전하게 시각화 한 것이다. 그 말씀은 바로 “범사에 감사하 라”이다. 하나님께서는 현실을 보면서 상황 과 조건에 걸맞은 당연한 감사를 말씀하지 않으셨다. 주님은 믿음의 눈으로 상황과 현 실, 조건을 뛰어넘는 감사를 바라셨다. 바 로 가난하지만 믿음으로 부유함을 누리는 이 흑인 부자와 같이. 이처럼 범사에 감사 하기 위해서는 믿음과 인내가 필요하다.
주님이 그 어떤 현실과 목적지로 인도하 시든 간에, 그분의 선하심을 믿는 믿음과 비록 현실의 암담함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어두울지라도 인내하는 신앙만이 범사에 감사를 이룬다. 비록 그림 속 소년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 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흔들림 없는 기도는 테 너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훗날 이 아들의 인생에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리라.
(헨리 오사와 테너, <감사할 줄 아는 가난한 이들>, 1894, 유화, 개인소장품)
글. 이상윤(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