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음세대 선교사를 양육하는 기독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과정을 다 배우고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글자를 보고 한 번에 말해야 하는 시험이었다. 한 아이가 쭉 잘 읽어나가다 한 번 실수를 했다. 아이는 너무 속상해하며 얼굴을 팔로 감싸면서 책상에 엎드렸다. 괜찮다고 위로해 주고 나머지를 더 읽어 내려갔는데, 몇 개 더 틀렸다. 아이는 틀릴 때마다 너무 괴로워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아이는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책상 아래 들어가 쭈그리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왜 울고 있어요? 뭐가 속상했어요?”라고 묻자, 잘하다가 항상 마지막에 못하는 게 속상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아이를 보며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목회자 가정의 첫째로 태어났다. 난 내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패를 두려워했다. 기준을 세우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매번 실패하고 괴로워했다. 그럴 때면 아빠는 “실수를 많이 하고, 많이 넘어져 봐야 넘어진 자들을 도울 수 있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진다. 완벽하고 실수를 안 하면 자기를 의지하고 하나님 의지하는 것도 못 배우고 교만해진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세운 높은 기준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맞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당시에는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나의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아이에게 하나님께서는 시험 문제를 다 맞히는 것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 오늘 같은 일이 또 있을 때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아이는 “이제 친구들과 놀까요?”라는 말에 나가서 친구들과 잘 놀았다. 바로 믿음으로 일어난 아이가 놀랍고 기특했다.
이 일이 있기 전 나 역시 나의 죄인 된 모습으로 인해 낙심해 있었다. 교육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온 학교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다. ‘난 하나님의 용납하심을 받았는데 왜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지 못할까?’ 이 일을 통해 단순히 인정하게 되었다. 평생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용납하심을 받으며 살았어도,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용납할 수 없는 죄인이라는 것을.
오히려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는 것은 ‘제 멋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과 왕이신 하나님을 끌어내리고 내가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그리고 내 원함 대로 되지 않은 게 하나님의 은혜라는 마음을 주셨다. 내가 아이에게 하나님께 감사하면 된다고 했던 것처럼 하나님께 감사드리기로 결단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복음기도신문]
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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