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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타락한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됐을까

ⓒ 안호성

“하나님께서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신적 작정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신 사람들을 이 타락 가운데서 구해내시는데 그들의 행위를 전혀 보지 않으시고 순전히 당신의 선으로써 하시며 자비를 베푸신다(벨직 신앙고백서 제16항)” 

모든 인간은 첫 인류 아담의 첫 번째 범죄로 말미암아 인간성 전체가 오염되어서 그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고, 진리의 빛이 비쳐도 그것을 깨달을 수 없다(요 1:5, 10). 그리고 그 빛을 향해 나아오지도 않는다(요 3:20). 이 무서운 타락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는 과연 어떻게 예수님과 하나님을 믿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잘못된 생각

첫째로, 인간은 타락하지 않았으며, 혹시 타락했어도 하나님을 알고 추구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일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은 부족해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이런 생각과 이것의 변용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합리성과 합리적 의사소통 방식을 의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이 가진 모든 문제를 인간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적 상담학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힘을 합치면 문제를 능히 극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혹시 뜻대로 안 되어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이 하나님을 믿는 것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으로 하나님을 선택해서 믿고, 순종하면 구원을 얻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구원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펠라기우스 사상(Pelagianism)이라고 한다. 이것은 타락의 심각한 결과를 말하는 성경의 선언과 대조되어 오래전부터 이단시됐지만, 역사 안에서 계속 존재해왔다. 현대에는 성경을 그대로 철저히 믿으려는 사람들 외에는 이런 사고가 거의 승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신학들도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니 다른 영역에서는 얼마나 더하겠는가?

둘째는, 인간은 타락했으므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나님께 순종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우리의 원죄와 그 결과를 해결해 주시면, 우리의 그 순종이 구원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다. 예전에는 천주교회(Roman Catholic Church)가 이런 생각을 널리 펼쳤다. 그래서 종교 개혁 시기에 이런 천주교적 사유 방식과 구원 이해를 반(半)펠라기우스 사상이라며 종교개혁자들은 강하게 지적했다.

성경이 말하는 타락의 심각성을 철저히 받아들이는 개신교의 교회는 믿기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믿은 후에도 사람은 늘 부족하고 흠이 많아 아무리 순종을 잘해도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자격이 없고,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의 공로만을 의지할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런 철저한 개신교의 입장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그저 교파적으로 개신교 안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구속 행위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천주교회에서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성령님의 능력 가운데서 우리가 하나님께 순종하는 모든 것이 고려되어서 마지막 날에 최종적 칭의를 인정받게 된다는 주장을 한다.

이로 인해 개신교 내에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천주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에 좀 더 가깝게 가려는 사람들과 성경의 원리에 충실했던 개신교의 본래적 칭의 이해를 고수하는 사람들 사이의 내적 분열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근본적 이유를 부정하는, 이와 같은 일이 개신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경적인 생각

성경의 가르침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그저 하나님의 자비로, 타락한 우리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자비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타락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믿고 따르지 않을 사람들인데 하나님께서 그의 자비로 우리가 믿도록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을 믿도록 해주신 그 분의 놀라운 자비에 대한 찬양과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자비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영원 전에 우리를 선택하신 것에서 드러난다. ‘벨직 신앙고백서’ 제16항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신적 작정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신 사람들을 이 타락 가운데서 구해내시는데, 그들의 행위를 전혀 보지 않으시고 순전히 당신의 선으로써 구원하시며 자비를 베푸신다.”

‘벨직 신앙고백서’의 작성자였던 귀도 드 베레(Guido de bres)는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성경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엡 1:4-7).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1) 창세전에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들을 그의 기쁘신 뜻대로 선택하셔서 (2)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즉 죄값이 치러졌고 자유한 사람이 되어(속량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게 하셨는데 (3) 그 목적은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며,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는 것이라는 것을 믿고 고백해 왔다. 그러므로 (1) 하나님의 기쁘신 뜻대로 창세전에 선택된 사람들이 (2) 역사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그리스도의 십자가 속죄 사건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는데 (3) 우리를 이렇게 선택하신 목표는 이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면서, 그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는 것을 향해 나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바울이 비시디아 안디옥에서도 복음을 전할 때, 누가는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 13:48)라고 말한다.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사람들은 반드시 십자가의 구속을 믿는다는 것을 우리는 성경과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작정이 이루어진 것이 창세전임을 에베소서 1장이 말하고, 이에 근거하여 다른 것들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요일 4:19)라고 하셨고,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요일 4:10)라고 하신 말씀에 언급된 그 하나님의 사랑도 이미 창세전부터 있었음을 배운다. 그러므로 존 칼빈의 말처럼, 과거의 좋은 신앙의 선배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믿음이 창세전에 있던 선택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자비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 [복음기도신문]

이승구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 저서로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21세기 개혁신학의 방향’,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등 다수.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를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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