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이번 달 주님은 ‘하나님 나라 백성이 필요를 공급받는 방법’에 대해 친히 가르쳐주셨다. 선교사인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나는 어떻게 하나님께서 기도를 통해 기적적으로 우리 가족의 필요를 채우시는지 눈으로 보며 자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 지급받은 휴지가 떨어졌다. 아침에 눈을 떠 플로잉(나눔·후원) 박스, 사물함 등 주님이 공급하셨을 만한 모든 곳을 뒤졌다. 그러다 결국 지체에게 얼른 빌려 사용했다. 지체를 통해 공급받은 거라고 변명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하나님께서는 내가 변명할 수 없도록 이틀간 아침마다 누군가 플로잉 박스에 내어놓은 휴지를 보여주셨다. 그 휴지들이 외치는 것 같았다. “이 믿음 없는 놈! 살아계신 하나님을 휴지 하나 못 주시는 분으로 취급하는 놈!” 나의 믿음 없음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기도실에서 창세기 1장을 읽다가 펑펑 울며 회개했다. ‘나는 얼마나 하나님을 관념 속 하나님으로 대우해 온 걸까?’ 부모님께 공급하시는 하나님이었을 뿐, 내게 공급하시는 하나님으로 믿어본 적이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내가 가지고 있던 필기구를 플로잉 박스에 내놓았다. 나는 적당히 내 생각대로 순종을 가장하여 ‘이만큼 했으니 내가 원하는 브랜드의 볼펜 리필심을 주시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주님은 교묘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바라는 마음 중심을 비추시고 회개케 하셨다. 하나님은 인간적인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어 가셨다.
이런 믿음의 기다림을 처음 경험해본 나는 중간에 또 부끄러운 사건을 저질렀다. 플로잉 박스를 지나가던 중에 노란색 볼펜이 눈에 들어와서 홧김에 가져다가 강의안을 쓰기 시작했다. “주님, 맞죠? 주님이 주셨죠?” “하람아, 나는 네게 노란색 펜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 없어! 내 약속 수정 하지마! 난 바로 그 볼펜심을 네게 줄 거야.” 믿음 없는 죄인임을 회개하며 가져온 펜을 원위치 시켰다. 기도로 인내하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그렇게 약 3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주님 허락해 주세요.’ 기도하며 강의 에세이를 쓰려고 필통을 열었는데, ‘주하!’(주님이 하셨습니다)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새 볼펜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구하던 그 볼펜심은 아니었지만 주님이 주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다림 끝에 얻은 건 볼펜이 아니라, 내게 공급하시는 선하신 나의 아버지였다. 하나님께서 세밀히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법을 알려주시는 길에 기쁘게 유유히 따라가려 한다. [복음기도신문]
지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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