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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한 교회 앞의 긴 행렬… 코로나가 가져온 은혜의 순간

▲ 일본의 거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출처: 유튜브 채널 CBC News: The National 캡처

일본에서는 유독 사람들의 행렬을 많이 볼 수 있다. 주일 아침이면 파친코(슬롯머신)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유명한 라멘가게나 맛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을 심심찮게 본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한 교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본 선교를 하면서,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교회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경험했다.

지난 4월 부활절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학교는 휴교하고, 모든 모임들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교회도 온라인 예배로 긴급하게 전환해야 했다. 모든 활동이 위축됐고, 계획했던 ‘방과후 교실’과 ‘지역 아동식당’ 사역도 중지했다. 뜻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주님 이때에 교회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라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교회에 남겨진 200여 개의 마스크를 생각나게 하셨다. 당시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가게에서도, 인터넷으로도 살 수 없었고 정부에서는 마스크를 배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때라 사람들은 손수 천 마스크를 만들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200개의 마스크를 지역의 사람들에게 배부하려고 단순하게 계획했는데, 팀의 피터(홍콩) 선교사를 통해 홍콩의 교회들이 마스크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주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느꼈다.

낯을 가리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교회에 마스크를 받으러 많이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노인들이 사는 집을 우선으로 가가호호 방문해 배부하기로 했다. 첫날 교회가 있는 지역에 한 가구당 5장씩 들어있는 마스크 1팩씩 총 500장의 마스크를 배부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아베노 마스크로 알았다가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인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몸이 불편해서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가 마스크를 받고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다. 재봉틀로 마스크를 막 만들려고 했다면서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내가 그리스도에게 기도하겠다.”며 감사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리에 나와 마스크를 받고 이웃끼리 서로 교회를 칭찬하는 소리를 골목 반대편에서 들으며 우리는 다음 집에서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마스크 배부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올 때, 늘 지나던 거리와 집들이 새삼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외국인으로 살면서 주변에 대해 뜻하지 않게 경계심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날은 마을 전체가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 찬 듯했다. 나눔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노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기도

그리고 둘째 날은 교회에서 마스크를 소량으로 배부했다. 셋째 날도 역시 교회에서 마스크 배부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교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지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부터 교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2시간만에 1팩에 10장씩 들어있는 마스크 200팩인 총 2000여 장을 배부했다. 한 지인은 ‘마스크를 살 수 없고 전매해서 가격을 올려 받는 상황에 교회의 마스크 무료 배부가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자존심 강하고 낯을 가리는 일본인들이 코로나19 앞에서 마스크를 받고자 교회 앞에 줄을 섰다. 마스크 배부 사역이 끝나고, 한 할머니는 “다음에 또 와주세요.”라는 부탁을 했다. 일본에 와서 또 와달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이들이 예배를 드리고자 교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며 그때를 간절히 소망한다.
짧지만 긴박했던 2주 동안 우리가 사역하는 지역에 총 9500장을 배부하고, 의료기관에 500장, 지역의 다른 교회들에 1100장을 전달할 수 있었다.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었던 2주간은 코로나19가 열어젖힌 틈새로 쏟아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복음기도신문]

이충규 선교사(W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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