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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은 위협적이지만 성경은 읽을수록 기쁨을 갖게 했어요”

▶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들이 주로 출석하고 있는 터키 앙카라에 있는 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모습
터키에서 만난 그리스도인(1)

본향을 떠난 우리는 예외 없이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나거나 머무는 곳에 육신이 누울 공간이 있는 사람들은 나그네의 삶을 실감하기 어렵다. 우리가 나그네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인 소위 ‘난민’의 삶을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2018년 12월, 터키 땅에서 만났다. 신앙의 이유로, 또 자유로운 삶을 위해 고향을 등지고 난민 또는 세상을 등지고 나그네의 삶을 사는 성도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편집자>

2018년 12월 중순 어느 날.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소재한 한 교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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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앙카라에 위치한 교회. 예배를 마치고 각자 준비한 각국 음식으로 모든 성도들이 함께 만찬을 나눈다.

11시쯤 도착한 교회에서 10여 명 남짓한 성도들이 뜨겁게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1시간 가량 설교와 기도로 예배가 진행됐다. 예배를 마치자 접이식 책상들이 펼쳐지며 테이블로 변신했다. 우크라이나, 이란, 중미 출신과 터키 성도들이 준비해온 음식으로 식탁교제가 진행됐다. 이곳에서 이란 출신의 나세르 형제 부부를 만났다.

나세르 형제는 이란에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던 중 친절하고 자상한 특별한 고객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 여느 손님과 다르게 배려심이 뛰어난 그 손님이 전해준 한 권의 책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던 것이다.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읽어보시면 질문이 생길 거예요. 나중에 제가 올 때 설명해드리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고객이 건네준 인질(성경)을 나세르는 읽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질문이 생겼다. 나세르 형제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슬림인 그가 예수를 어떻게 만났는지, 무엇이 그를 그 진리의 바다로 이끌었는지 궁금해졌다. 대화는 다음 날 저녁 그의 집에서 다시 이어졌다.

나세르 형제 부부의 집은 깨끗하고 따뜻했다. 그를 우리에게 소개한 지인의 말로는 이 집에서 이렇게 온기가 느껴지기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평소 재정을 절약하기 위해 난방을 끄고 사는데 오늘은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고 스팀을 튼 모양이라고 했다. 슬쩍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복된 소식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성경의 어떤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믿게 됐나요?”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다.

“꾸란은 매우 위협적이지만 성경은 그렇지 않았어요. 성경은 읽으면 읽을수록 기쁨을 갖게 했어요. 꾸란은 짐을 지라고 강요한다면, 성경은 자원하는 마음을 갖게 했어요”

성경이 가져다 준 혁명

35세까지 무슬림이었던 그의 삶에 성경의 등장은 혁명이었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질문이 생겼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하루 5번씩 모스크에 가서 기도하는 살라트라고 불리는 의식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해서 일상생활에서 거짓말하고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렇다고 살라트를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이슬람 율법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에게 성경을 전해준 전도자는 “예수님도 이맘과 같은 선지자가 아니냐”라는 그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하며 성경을 풀어 설명했다. 그렇게 성경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 나세르의 눈길을 끈 말씀이 있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 7:7) 꾸란과 달리 성경말씀은 자발적인 순종을 요구했다.

전도자는 말했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닙니다. 기독교는 삶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예수님께서 나를 원하셔서 내가 주님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그리스도인입니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 삶 그 자체다”

그는 하나님을 더 알고 싶었다. 그리고 가정교회 지도자를 소개받았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슬림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그는 두려웠지만 그 지도자를 만나게 됐다. 그럴수록 하나님에 대한 갈망은 커져갔다.

그렇게 가정교회 모임에 참석하던 어느 날. 여러 명의 경찰이 그곳을 급습했다. 10여 명의 남녀 성도가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그 집을 수색해 성경과 교재를 발견했다. 경찰은 남녀를 분리시키고 손을 뒤로 묶은 채 끌고 갔다. 험악한 분위기에 구타가 이어졌다. 머리를 붙잡고 벽에 찧어 댔다.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그날 모임은 생일 때문에 모였기에 생일파티라고 말했다. 경찰은 예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그때까지 예수가 누군지 잘 몰랐다.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혹독하게 취조하던 경찰이 그를 놓아줬다. 다시 그런 곳에 가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간이 흘러 이듬해 이란의 설날인 노루즈에 그는 다른 도시에 일하러 떠났다. 그때 경찰이 다시 나세르의 집을 찾아왔다. 당시 상황을 부인 레일라가 설명했다.

“집을 뒤져서 성경과 PC에 있던 각종 파일들을 가져갔어요. 집에 남편이 없으니 경찰은 그냥 돌아갔어요”

레일라는 두려웠다. 귀중품을 챙겨서 어머니 집으로 갔다. 나세르의 친구는 앞으로는 출국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바로 이란을 떠날 것을 권유했다. 두 아들과 함께 나세르는 그렇게 급작스럽게 고국 이란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나그네의 삶을 터키에서 살게 됐다.

“이란에서는 별로 아쉬울 것이 없이 살았어요. 정든 고향을 떠난 뒤 돈이 없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는 해요.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주님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고 보호해주시고 있음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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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들이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발급받는 난민증명서

터키에 도착한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난민신분을 인정받은 뒤, 지금 있는 곳에 머물러 있게 됐다. 그는 그나마 전문기술이 있어서 다른 난민에 비해 조금 나은 형편이다. 직장을 구해 적은 월급으로나마 가정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아들 이먼과 에썬을 정규학교에 보낼 수 있는 형편은 못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홈스쿨로 공부하고 있다.

부인 레일라는 이란을 떠날 때까지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남편의 변화는 알 수 있었다.

“남편의 변화된 삶에 도전을 받았어요”

“옛날에는 술 마시고 난폭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예수를 믿고 난 이후부터 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가정적이고 자상하고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어요” 증인의 말은 힘이 있었다. 그런 변화된 남편을 보고 그녀는 이란 땅을 함께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터키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현재의 교회에 출석해 매주 목사님의 가정심방을 받으며 말씀으로 양육을 받고 있다.

“저는 요한복음 15장 12절 말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이 말씀을 보면서 제 삶에 큰 도전을 받았어요” 레일라는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예수님을 자신의 구원자이자 주인으로 믿게 됐으며, 지금도 말씀을 보며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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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세르의 가족. 두 아들과 아내는 영원한 본향을 소망하는 나그네의 삶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이란에는 가정교회가 여전히 있어요. 지금도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을 거예요” 지난 7년여의 시간 동안 주님의 인도하심을 고백하던 나세르 형제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얘기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네요” 진리를 찾아 나선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처럼 매일 또 하나의 여정을 밟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외울 수 있냐는 말에 부인과 함께 또박또박 이란어로 선포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현관문을 나서는 우리 일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는 손을 흔들며 알듯말듯한 미소로 배웅했다. 거리를 나서는데 겨울비가 차가운 공기와 함께 우리 일행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영원한 본향을 소망하는 천국 백성들이 이 땅에서 부딪치는 시간은 이 같은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고된 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은 향방 없는 수고로운 삶이 아니다. 레일라의 말이 귓전에 메아리쳤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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