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식당 운영 이유요? 하나님의 선하심을 전하고 싶어요”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김성민 형제(강서침례교회)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2012년 강서구 화곡동에서 ‘가격 없는 식당’으로 시작한 쌀국수집 틸란(TIN LANH. 베트남어로 ‘기쁜 소식’이라는 뜻). 세상 한복판에서 그리스도가 주인이심을 고백하며 시작한 틸란은 6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됐을까? 2013년 인터뷰 이후 5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보았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인터뷰 했을 때가 가게를 오픈하고 1년쯤 되었을 때니까, 그때까지도 정신이 없었어요.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긴장된 시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몸도 적응이 되고 손님도 늘어났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었어요. 6개월, 1년, 2년이 되는 시점에 한 번씩 그렇게 도약하는 시점이 있었어요. 신기한 건 어느 날 손님이 많이 오면 계속 그 다음날, 다음날에도 그만큼 와서 평균이 됐어요. 문을 열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면 식당이 꽉 찼어요. 말 그대로 손님들이 ‘밀려들어’ 왔어요. 돌아보면 다 주님이 보내주신 사람들이었어요. 그렇게 5년간 가격이 없는 가게로 운영하다가 계약이 끝난 작년 9월, 건물주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어요”

– 당황스러웠겠네요. 새로운 곳으로 옮길 생각은 안하셨어요?

“가게를 옮길 돈이 없었어요. 사실 사람들은 가격 없는 이 가게가 될까? 망하지 않을까? 했지만 주님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실제로는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제 능력으로는 감히 벌 수 없는 돈을 허락해 주셨어요. 차곡차곡 저축했으면 문제되지 않았을 텐데, 넘치게 주시는 만큼 뒷일 생각 안하고 선교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 흘려보냈어요. 뒷감당은 주님이 하실테니까요. 그러니 막상 가게를 빼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는 통장에 잔고가 없었어요.

계속 기도하고 주님께 구하고 있는데, 다행히 주인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1년 재계약을 하게 됐어요. 주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든 3개월 안에 비워주는 조건으로요. 그때 주변에 부동산 하시는 분들이 아예 건물을 사라고 소개를 많이들 하셨어요. 제가 돈을 엄청 많이 번 줄 아신 거죠(웃음). 20여 석의 이 작은 가게에 하루 200그릇 이상 국수를 만들었으니까요. 메뉴가 양지 쌀국수 하나니까 가능하기도 했죠. 준비하고 있다가 손님이 오시면 바로 내드릴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손님이 밀려들어 왔어요

– 몸이 많이 쇠하셨을 것 같은데요.

“육체가 쇠했죠(웃음). 지금 꼭 6년째인데 지난달에 당뇨병 판정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오픈하면 브레이크 타임인 3시까지는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요. 끝나면 밤늦게 저녁 먹고, 폭식하고…어쩔 수가 없더군요”

– 그때 ‘여기까진가? 그만 두라고 하시는 건가?’ 그런 생각은 안하셨나요?

“사실 날마다 이 자리에서 싸웠어요. 제가 꿈꿨던 이상적인 저의 모습은 이곳에 오는 한 사람 한 사람,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을 사랑으로 섬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손님들을 보면서 매일 싸움이었어요. 천 원을 내는 손님은 자주 오시면서 수백 그릇째 천 원을 냈어요. 오늘 천 원 있으면 천 원 내고, 이천 원 있으면 이천 원 낼 수도 있는데 그 가격이 본인에게는 정해져 있는 거죠.

물론 주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풍성히 채우셨어요. 그 모습을 계속 보는 제 마음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마음의 싸움이 되었어요. 그분이 오면 ‘주님이 보낸 사람이구나’ 하고, 내 의지와 감정을 꺾고 국수를 드렸어요. 감정으로는 반갑지 않지만. ‘주님이 주라 하셨으니 저는 줍니다’라고 고백했죠. 가장 무서운 건 학생단체였어요(웃음). 500원 정도를 내는데, 그것도 동전을 모아서 주고 가요. 가게 밖에 줄이 엄청 길어도 일어설 생각을 안하죠. 아이들은 떠들 얘기도 많고, 소스를 뿌리며 장난치고, 누가 먹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속이 터지죠. 감당이 쉽지 않았어요”

– 주님이 마음을 엄청 다루셨네요.

“네. 그런 시간을 지나다 보니까 믿음의 싸움을 매일 했어요. 매일 ‘주님이 틸란의 주인입니다. 저는 종이고, 주님이 주라면 주는 게 제 일입니다’ 손님이 올 때마다 그 고백만 했어요. 5년이라는 시간을 제 편에서는 그렇게 믿음으로 버텨왔죠.

그런 와중에 결혼을 하고, 주님이 자녀를 주셨어요. 2016년 3월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를 안고 있는데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어요. 너무너무 소중하고 귀하고, 예쁘고, 행복한 반면 한쪽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이렇게 아이가 사랑스러운데, 이 세상에는 사랑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구나…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 행복하지만 너무 아팠어요. 아내도 그랬어요. 우리 부부에게 동시에 주신 마음이었죠.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아이를 품는 가정에 대한 소원을 품게 하셔서 컴패션이라는 단체를 통해 작게 아이들 후원을 시작했어요. 집에 저금통을 놓고 같이 동전을 모으기도 하고요. 북한 아이들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도 후원하면서 아내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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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틸란 벽에 써 있는 소개글

그때 감사하게도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컴패션과 연합사역을 시작했어요. 교회가 북한 사역을 준비하는 일들을 시작하면서 컴패션 관계자들이 오셔서 강의도 해주시고, 교회가 가져가는 비전과 가정이 품은 비전이 같이 가게 됐어요. 주님의 인도하심이었어요.

그때 마침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어떻게 틸란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틸란을 해오면서 계속 고민해 왔던 건 확장이 힘들다는 것이었어요. 쌀국수 맛을 보시고 가맹점을 요청하시는 분들은 많았지만 가격이 없는 가게는 아니고 이 국수를 가르쳐달라는 취지여서 쉽지 않았고, 또 제가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가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고민하다가 주님이 주시는 소원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절대빈곤에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틸란으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거였어요.

이런 마음을 갖고 쌀국수 가격을 정하고, 컴패션과 조건 없는 연합으로 나아가게 된 거죠. 가격을 정하고 컴패션과 함께 하게 된 것은 작년 11월부터니까 꼭 1년이 됐네요”

절대 빈곤 아이들을 후원하기로

– 주님은 결국 틸란의 본질은 바꾸지 않으셨네요. 혹시 손님이 줄어들지는 않았나요?

“굉장히 많이 줄었어요. 한 30-40% 정도요. 이제는 줄을 서지 않고요, 날이 흐리고 미세먼지가 있으면 더 손님이 줄어요. 놀라운 건 가격이 없던 그때가 수입이 더 풍족했다는 거예요”

– 첫 마음으로 돌아가도록 하시는 일이 아닐까요?

“네, 맞아요… 맞아요. 처음 틸란을 시작했을 때 점심시간이 끝나는 3시까지 6명이 오신 적도 있었어요. 그날 손님들을 다 기억할 만큼 너무 손님이 적었던 날도 있었지요. 그렇게 시작했던 틸란이었는데, 손님이 줄어들자 저도 고민이 됐어요. 잘 못 왔나? 다시 가격 없는 가게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주님께서 제게 알게 해주시는 것들은 저를 낮추신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가격을 정하고 새로 시작할 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돈을 무지하게 벌겠구나(웃음). 이거 진짜 감당 안 될 만큼 돈을 벌겠구나. 이 돈으로 뭐하지? 제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어도 3년 동안 꾸준히 손님이 끊이지 않고 오는 걸 봤잖아요.

그 익숙함이 무서운 것 같아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 주님이 주시는 은혜가 익숙해지니까 교만해지잖아요. 그것처럼 손님이 오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던 거죠. 주님이 보내주신 사람들이었는데, 틸란에 손님이 많은 걸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거죠. 그러다보니 주님이 날마다 기적을 베풀어주시는 것을 당연한 일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제 모습을 알게 해주신 거죠.

그렇지 않구나, 다 주님이 보내주셨던 한 사람 한 사람이었구나. 다시 이것을 고백하게 하시고, 저를 낮추시는 걸 알게 하셨어요. 지금이 깨어지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는 시기에요. 처음엔 괴롭고 힘들고, 남들은 편하게 사는데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싶기도 했지만, 깨어지는 것이 더 주님이 드러나는 일이고, 깨어지는 것이 더 행복한 길이고. 오히려 그게 소원이 되어지는….

그래서 이제는 출근하면서 ‘주님, 오늘 더 깨어지려 출근합니다’ 이렇게 바꿔주셨어요. 그리고 내가 뭘 하든 주님께 중요하지 않겠구나, 내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그게 주님께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 진짜 예배자로 설 수 있는 것이 하나님께는 중요하구나. 제가 서있는 자리에서 정말 하나님이 하나님 되시고, 주인 되시고, 아버지 되시고, 그의 선하심과 능하심을 날마다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고백드릴 수 있다면 하나님은 그 삶을 받으시겠구나. 내가 가격을 정하든 정하지 않든 상관없이 하나님은 그걸 중요하게 보시는 분이 아니구나, 내 중심이 더 중요하겠구나. 그런 마음을 주셔서 마음 편히 하루하루 살아가길 바라요.

기대하는 게 있다면 주님이 허락하시면 이런 가게들이 2, 3호 많은 곳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꼭 틸란이 아니더라도 같이 협력할 수 있는 가게들이 생겼으면 해요”

–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가게를 해오면서 세상에서 강퍅해져버린 사람들 마음을 봐요. 이미 한국교회에 크게 실망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돌이키기엔 제가 걸어온 5-6년의 시간이 너무 짧은 거예요. 딱딱해진 마음에 진짜 생명이 들어가기까지 아직은 씨를 더 뿌려야 하는 때라는 걸 느껴요. 진짜 열매 맺는 그날을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 제가 계속해서 변함없는 삶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고, 또 이런 가게들이 더 많이 늘어나서 뉴스에는 기독교 안좋은 것들만 나오지만 삶의 구석구석에는 예수 이름으로 정말 은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저 역시 정말 열매 맺는, 잃어버린 영혼들이 정말 주님께 돌아오는 통로로 그렇게 쓰임 받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어요”

가격 책정 이후, 손님이 줄었지만

– 손님들은 크리스찬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많은 분들이 교회가 운영한다고 생각하세요. 으레 저렇게 운영하는데 개인이 하는 곳이라고는 생각을 못하세요.”

– 가격을 정하고 나서 섭섭해 하시는 분들은 없으신가요?

“그런 분들은 안 오고 계시겠죠(웃음). 틸란 쌀국수를 좋아하시고 단골로 오셨던 분들은 오히려 ‘더 잘됐다, 예전에는 먹으면서도 미안했다’라고 말씀도 해주세요.”

– 틸란에서 복음을 받으신 분들, 혹시 간증이 있으신지 궁금한데요.

“진짜 회심해서 돌아오는 분들을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어요. 아직은 더 씨를 뿌리는 때이지 않을까요? 교회에 다니시고 믿음이 있는 분들은 오셔서 위로도 얻으시고 함께 기뻐해주시고 가세요. 목사님, 전도사님들은 말도 걸어주시고, 근처 교회에는 몇 번 간증을 갔어요(웃음). 그런데 많은 경우 사실 이렇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분들에게는 국수가 맛있냐 맛없냐, 가격이 얼마냐, 오늘 줄을 서냐 안서냐. 이런 게 중요하지 별로 관심이 없어요.

한번쯤 물을 법도 한데 묻지 않으시고요. 그냥 어느 교회에서 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굉장히 오랫동안 여기서 식사하시는 분도 “교회에서 하는 곳이래” 하면서 식사하시지 사실 잘 몰라요.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님이 맡겨주신 자리니까 서 있어야죠. 주님이 그만 두라고 하시면 그만하고. 주님이 주인이시니까요”

– 한 사람이 회심하는데 한 인생동안 몇 천 번 복음을 듣는다는데, 다른 통로를 통해 주님이 일하실 때 틸란도 그렇게 기억나게 하시리라 믿어요.

“네. 꼭 제 눈에 열매들이 안보여도 보이지 않는 열매들로도 이곳을 사용하시면 정말 주님이 하신 일이고 감사한 일이죠”

– 후원하고 있는 컴패션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요.

“필리핀, 아이티, 에콰도르, 가나…. 다양한 나라 아이들인데 컴패션에서 연계해준 친구들이에요. 저희 가정에서 먼저 3명을 후원해왔었고, 틸란에서 20명. 총 23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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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틸란 벽에 걸려 있는 후원아동의 사진

컴패션은 단순히 재정만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양육을 책임지는 기독교 단체에요.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단체인데 그때가 첫 시작이었고, 지금은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다시 다른 나라 아이들을 도와준 첫 번째 국가가 우리나라가 되었어요.

재정적인 것뿐 아니라 성경적인 토대 아래서 교육하고, 또 의료적인 부분, 교회 예배 참여까지 그 모든 것을 하죠. 컴패션은 건물을 가지고 사역을 하지 않고 현지 교회와 사역을 함께 한다고 해요. 건물을 운영하면 운영비가 들잖아요. 그만큼 현지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건물 없이 현지교회와 협력해서 사역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매일 교회에 오는 거죠. 배우기 위해서요. 그럼 또 그 안에서 예배가 이루어지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자라나요. 교육받기 힘든 문화에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교육받은 아이들이 그 세대들을 또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되죠. 그런 사역을 컴패션이 감당하고 있더라구요.

아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두꺼운 성장일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안에는 이 아이의 장단점, 성장과정들을 선생님들이 다 기록해요. 행여 선생님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요. 다른 단체보다 컴패션이 좋았던 건 한 아이를 전인격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이고, 또 다른 단체들은 후원광고를 좀 불쌍한 모습으로 어필하는데, 그것도 아이들의 현실이기도하지만 컴패션은 아이들이 밝은 얼굴이에요. 결국 저 아이들에게 저 웃음이 흘러가는 모습이 감동이 되고 마음이 와 닿아서 컴패션과 연계하게 되죠. 어린이 사역은 컴패션이 더 잘 알고 오랫동안 해온 단체죠.

제가 직접 어린이 사역을 하는 것보다 더 경험 있고 전통 있게,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사역하는 단체들이 있으니까 그 단체를 통해서 잘 할 수 있게 후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물질을 흘려보내는 은사가 있다면 아내는 감성터치 쪽이에요. 아이들에게 편지가 오면 답장을 해주는데 저는 그런 걸 잘 못해요. 20명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야하는데, 아이들 생일이 몰리면 한꺼번에 3-4명에게 답장을 쓸 때도 있어요. 영어가 되는 아내가 주로 답장을 써요”

교회와 함께 긍휼사역에 참여

– 혹시 기억나는 편지가 있으신가요?

“5살 정도의 아직 어린아이들이라서 주로 그림으로 편지가 와요. “나는 축구를 좋아해요” 하면서 축구공을 그려오는 식이죠. 깊은 교제는 아직 못해봤어요(웃음). 사회에 자립할 수 있는 20살 정도까지 후원하는데, 언젠가 한번쯤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틸란 2호, 3호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일에 마음을 합하여 나아가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시죠? 혹시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주님이 이제 보내주시겠죠? 그렇게 하려면 일단 제가 없이도 이곳이 돌아가야 새로운 곳을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어요”

–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몇 분이나 되시나요?

“장모님도 함께 해주시고, 오전 오후,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 5명이에요. 저희 교회 청년들이 많고, 시간당 급여를 지급해요. 4대 보험도 들고, 법에 따라 지켜야 하는 건 다 지켜요”

– 운영이 빠듯하지는 않나요?

“월세, 기본 식재료비, 전기수도가스, 기타운영비, 인건비, 세금, 아이들 후원까지 주님이 최소의 비용을 허락해 주셔야만 가능해요. 감사하게도 여태까지 운영상 빚을 지게 하신 적은 없어요”

– 세상 가운데 있지만 틸란이 완전한 사역공동체라는 마음이 드네요. 예배는 어떻게 드리시나요?

“오픈 전 준비시간이 제일 바빠요. 예배드릴 만큼의 여유는 없지만, 매일 기도하고 시작해요. 주님이 주인 되시고, 주님과 동행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죠”

– 많은 분들이 틸란의 내용을 알면 더 기쁘게 이곳을 누리실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적극적으로 틸란을 알리고 축복을 공유할 생각은 안하셨나요?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곳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죠? 그런데 주방에 매여 있다보니 부지런하지 못해서(웃음). 제가 주방에서 나와야 가능할텐데요.”

– 지금이 은혜의 시간이라고 고백하셨는데, 좀 더 나눠주세요.

“네. 저도 정말 늘 싸워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세상의 온도가 달라요. 어떻게 이들을 파고 들어가지? 고민되죠. 가격 없이 할 때 주님이 풍성하게 주시는 은혜만 누리고, 그 은혜에 익숙해져서 살았는데 이제는 정말 운영이 빠듯하게 딱 맞게 주시거든요. 줄일 것은 최대한 줄여가고 있어요. 이젠 머리 파마도 안하고요(웃음). 그런데 갑자기 달라진 생활이 한동안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규모를 다 줄여야 하고, 예전에는 쉽게 지불하고 샀던 것도 웬만하면 안사고.

그러면서 왠지 모를 어떤 두려움이 들 때가 있어요. 아, 이러다가 진짜 계속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거 아니야? 라는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하고요. 예수님 믿는 저도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먹고 사는 게 두렵겠어요. 그럴 때마다 다시 또 복음 앞에 서는 거죠. 예수님이 나그네로 이 땅에 살다 가신 것처럼 나도 나그네로 살다가는 거구나. 다시 주님께 그렇게 헌신하고, 고백하고 주님 앞에 서면 예수님 때문에 또 행복해요”

– 그런 것들을 통해 마음이 가난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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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틸란의 쌀국수

“네. 예전에 지금보다 더 적은 수입으로 살았을 때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넉넉해지다 보니 감사함이 없는 거죠. 며칠 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여보, 우리 누워 잘 집이랑 세끼 먹을 밥 있으면 주님께 감사하자” 그렇게 고백하고 나니 또 너무 많이 우리에게 주고 계시는 거에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저는 너무 풍요롭게 살고 있는 거예요. 사실 주님은 저 아이들만큼 낮아지길 원하실 텐데, 아직은 저도 그렇게 낮아지기까지 간극이 크죠”

– 6년 동안 틸란을 통해서 이미 마음을 많이 낮추셨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한두 번 사건이 있다고 해서 제가 확 변하는 건 아니고요, 순간순간 주님이 지켜주시는 것 같아요. 한번은 두 분이 오셔서 국수 세 그릇을 시키셨어요. 한 분당 한 그릇이 기본이고 다른 한 그릇은 계산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가셨다가 분이 안 풀리셨는지 다시 들어와서 카드 취소하고 천 원을 내놓고 가셨어요. 그런데 마음이 정말 평안했어요. 내가 감당할만한 어려운 일은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진짜 큰일을 만나면 마음이 아예 평안해지는 때가 있잖아요. 그때 주님이 정말 제 마음을 붙잡아 주셨다는 걸 알았어요.

이건 이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구나, 악한 영이 역사하는 거구나… 오히려 그 손님이 안타깝게 여겨져서 취소해드리고, 천 원 받고, 가게 앞까지 나가서 인사했어요. 성질대로 했다면 싸움 나고 난리도 아니었겠죠. 가게에 찬양은 흘러나오는데 소리 지르고 싸우고 그런 모양이었겠죠. 정말 위기의 순간에 주님이 붙잡아 주시는 은혜가 순간순간 있었어요”

– 혹시 정말 배가 고프고 돈이 없어서 오시는 분은 없나요?

“손님들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항상 똑같은 옷을 입고 오시는 손님은 계셨어요. 형편이 어려우신가보다 그런 생각은 하죠. 저도 이곳에 어떤 분들이 오시고 형편이 어떠신지 다는 모르지만 주님이 보이지 않게 행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지금은 그리스도 사랑의 씨를 뿌릴 때

– 마지막으로 평소 기도의 마음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최근에 장인어른 상을 치렀어요. 알콜중독이셨는데, 오래전 장모님과 이혼하시고 혼자 살고 계셨어요. 아내에게도 아버지로 인한 상처가 있어서 저희도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어요. 늘 술에 취해있고 폭력에, 늘 술에 의존해서 그렇게 사시다가 고독사를 하셨어요. 장례식에서 장인어른을 섬겨주시던 목사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거리에서 막걸리를 한 잔하고 계신 장인어른을 전도하셨어요.

술 취하신 분 전도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저희도 술에 취한 장인어른이 어려워서 자주 뵙지 못한 거고, 만나면 또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고 상처받고 마음이 어려워지는 일들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분은 저희와 다르셨던 거죠. 술에 취한 장인어른을 식사하시자고 데리고 교회에 올라가셨대요. 거의 노숙자처럼 살고 계시는 장인어른을 정부지원을 연결해서 방도 얻어주시고, 늘 돌봐주셨더라구요. 그분을 통해 장인어른도 복음을 들으셨고요.

그런데 장인어른이 교회에도 술이 취해서 오시는 거에요. 다른 분들과도 싸우시고요. 그러다보니 한 성도가 이 사람만 아니면 내가 계속 이 교회에 나올 수 있겠다고 하셨다는데, 그런데 목사님이 그 성도를 잡으실 수 없었대요. 그분은 다른 교회에 가실 수 있고 받아줄 곳이 있는데, 우리 장인어른은 갈 곳이 없는 분이시니까요. 그분이 그렇게 섬겨주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내와 저는 술 취한 아버지가 어려워서 잘 찾아보고 돌보지 못했는데 예수님은 돌봐주셨구나, 예수님은 늘 함께 하셨구나… 장례식장에서 너무 큰 위로를 받았어요.

제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기도가 ‘오늘도 주님과 동행하게 해 주세요’인데요, 매일 하다 보니 또 그 기도가 추상적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장인어른의 장례식을 통해서 주님과 동행한다는 게 추상적으로 오늘 하루 영적체험을 하고 말씀 읽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하는 게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셨어요.

그날 이후로 가장 깊이 제 마음 속에 있는 기도는 이거에요. ‘주님,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삶이 되게 해 주세요’ 라는 기도요. 그게 제 마음 속에 지금 허락해주신 기도제목이에요.”

– 틸란을 위한 기도제목도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틸란은 사람이 일을 하고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연약할 수밖에 없어요. 늘 주님이 주시는 감사와 기쁨이 없으면 이 일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까칠한 손님들도 많고 분쟁이 생길 수도 있고요. 늘 그 가운데서 자기를 부인하고 섬기는 것이 쉽지 않죠. 함께 하는 틸란 식구들과 한 영혼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이곳에서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진심이 전해지는 틸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J

(틸란의 이전 이야기는 복음기도신문 75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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