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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추흐라 계급 한 사람으로 시작된 ‘부흥’

▶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는 추흐라(왼쪽, 출처: World Watch Monitor)와 예배를 드리는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본지 자료사진)
▶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는 추흐라(왼쪽, 출처: World Watch Monitor)와 예배를 드리는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본지 자료사진)

무슬림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파키스탄에서 기독교 역사는 그리 폭넓게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파키스탄의 기독교 인구는 3% 수준. 그것도 19세기 후반 불가촉천민 계급인 ‘추흐라’를 통해 집단개종운동이 시작되면서 이 정도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역사와 그 이후의 상황을 파키스탄에서 사역한 지 30년을 맞는 영국의 프리다 캐리선교사(Church Mission Society 소속)가 정리한 자료를 번역, 소개한다. <편집자>

성과 없던 상류층 복음 사역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복음 전파 사역은 기대와 달리 별 성과가 없었다. 힌두 의대생 타쿠르 다스, 시크교 사업가 디다르 싱, 마울비(무슬림 선생) 악바르 알리 등 몇몇 뛰어난 인재들이 기독교인이 되었으나 그 대가는 엄청났다. 막대한 사역비와 회심한 현지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가족과의 절연, 선교사들은 막심한 핍박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50여 년간 파키스탄 교회는 여전히 수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선교사들이 낮은 카스트 계층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선교사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과 낮은 계층의 사람들 중 몇몇만이 세례를 받는 데 그쳤다. 그중 상당수는 불가촉천민 계층의 하나인 베를 짜는 사람들이었던 메그(Megs)들이었다. 파키스탄의 카스트는 피부색이나 직업에 따라 크게 승려계급인 브라만, 군인·통치계급인 크샤트리아, 농민, 상인계급인 바이샤 및 천민계급인 수드라로 나누어진다. 각 카스트에는 엄청나게 많은 하위카스트가 존재하며, 이 카스트제도에조차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이다.

그 이후 1880년대에 들어 역시 불가촉천민 중 하나인 추흐라(Chuhra) 가운데에서 큰 복음 운동이 시작되는데, 이로 인해 진정한 수적인 돌파가 일어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 시작된 추흐라 복음화

청소가 주된 직업이었던 추흐라는 펀자브에 있던 가장 큰 불가촉천민 계층으로 188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그 수가 100만 명이 넘었다. 1873년 이전에도 몇 명의 추흐라들이 회심을 하고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운동은 시알코트(Sialkot, 파키스탄 펀자브 동북부 도시) 인근의 시골에 살고 있던 ‘디트’라는 한 문맹 추흐라의 회심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는 가죽을 사고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는데, 힌두교에서 회심한 중류 카스트에 속한 농민 자트(Jat) 계급의 나투라는 사람에게서 복음을 듣게 되었다. 그 후, 디트는 시알코트에 있는 미국합동장로교회(American United Presbyterian, UP) 소속 선교사 사무엘 마틴 목사를 찾아가 세례를 청했다. UP의 선교 정책상 회심을 했다 하더라도 몇 주간 정해진 기독교 교육을 받기 전에는 회심자들에게 세례를 줄 수 없었다.

그러나 디트는 완강했다. 마틴 목사는 “이 약하고 무지한 하나님의 아이 같은 디트가 만약 곧바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 박해를 받을 뿐 아니라 성도 간의 교제도 없고, 부족한 성경지식으로 인해 그가 본 믿음의 불씨가 순식간에 꺼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나 디트는 세례를 받은 후 선교사의 반대에도 불구, 자신의 시골 마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불가촉천민 디트의 복음 전파

그렇게 고향에 돌아간 디트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믿음의 사람이 되어 장사를 하며, 친척과 이웃들에게 꾸준히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디트는 자신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된 아내, 딸, 삼촌, 그리고 몇 명의 이웃들을 시알코트로 데려와 세례를 받게 했다. 그는 주변의 친척과 이웃에게만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가죽 장사를 하며 마을과 마을을 다닐 때마다 듣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나눴다. 이렇게 전도에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작 생계수단이었던 가죽 장사에는 소홀하게 되었다. 이를 본 선교사들은 디트가 장사를 하는 것보다 자신과 같은 불가촉천민들에게 전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 그가 전임 사역을 할 수 있도록 1880년부터 매월 얼마의 재정 후원을 했다.

그가 세례를 받고 11년이 지난 후에는 추흐라 계급에 속한 사람들 중 500명 이상이 예수께로 인도되었다. 1900년 즈음에는 절반의 사람들이, 1915년에 이르러서는 시알코트와 그 근방에 있는 대부분의 추흐라 사람들이 디트를 통해 예수를 영접하게 되었다. <계속> [GN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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