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선교사 자녀 캠프를 위한 지원팀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원팀 구성원들의 국가 배경이 독특했다. 지원팀원 7명의 국가 배경은 과테말라, 멕시코, 엘살바도르, 인디아, 미얀마, 태국 그리고 한국이다. 이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선교지로 이해되는 나라에서 왔다. 그런데 이들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캠프를 섬기는 선교사이거나 선교 관심자들이다. 이들은 선교 대상자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선교사 모임이 잘 될 수 있도록 자녀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이다.
2024년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약 50명의 선교사와 자녀들이 태국 치앙마이에서 모였다. 그들은 모두 라틴아메리카 교회에서 파송 받아 아시아에 와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다. 한국교회에서 라틴아메리카는 일반적으로 선교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은 한국교회의 이해와 매우 다른 모습이다.
현재 라틴아메리카 선교연합회(COMIBAM)에 속해 있는 선교사가 3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데, 그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아시아에서 사역하는 라틴아메리카 선교사들은 5000명 정도로 예상된다. 이번에 그들 가운데 일부가 치앙마이에서 선교사 캠프를 한 것이다.
이번 캠프를 주최한 팀이 관계자들에게 선교사 자녀(MK) 지원봉사팀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봉사팀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탁월하게 일처리를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로 협력할 때 발생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언어가 문제였다. 라틴아메리카 선교사 자녀들은 스페인어인데, 아시아권 봉사자들은 스페인어를 전혀 모른다. 이전에 전혀 만나보지 못하였던 봉사자들이다. 준비 기간도 매우 짧았다. 더 심각한 것은 어린아이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 봉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뭔가 어설픈 팀이었다. 주님의 도우심을 기도하면서 다국적 다민족, 다언어 팀들이 치앙마이에서 만났다.
그런데 캠프를 마치고 놀라운 결과를 경험하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채워주심을 모두가 고백했다.
“하나님은 우리와 다른 계획이 있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선교사의 피드백이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인도하셨습니다.”
멕시코에서 준비해 온 담당자의 고백이었다.
“이번 선교사 캠프는 너무 좋았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봉사자의 마음을 담은 고백이었다. 염려했던 것과 다르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에게 유익한 캠프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떤 한 선교사 그룹의 선교사캠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의 선교가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온 에콰도르,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라는 중남미 약소국가들 출신들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다. 이들은 민족적으로 대부분은 백인이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 중심이다. 한국교회에서 이들을 선교 대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세계에서 이제 세계 선교의 중심 역할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배경이 되는 라틴아메리카는 소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속한 지역으로 과거 ‘제 3세계’, 개발 도상국’이라고 불렸다. ‘글로벌 사우스’는 1969년 칼 오글레스비(Carl Oglesby)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북반구 선진국으로부터 지배를 받아 고통을 당한 지역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오늘 이 단어는 기독교권에서 세계 교회의 중심 지역(Majority World)을 의미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선교계에서도 가장 역동적이며 새로운 선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지역을 말한다. 본래 부정적인 의미의 ‘남반구’와 다른 의미로 기독교에서는 사용하고 있다.
이제 라틴아메리카를 단지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할 선교지로 이해하는 관점은 교정되어야 한다. 그들은 1960년 이후 강력한 교회 부흥을 경험한 후 역동적인 선교 운동으로 발전되었다. 1970년대부터 그들은 소수의 선교사를 파송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 약 3만 명의 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하였다. 그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선교사들이며 동역자들이다.
이번 치앙마이에서 모인 선교사 캠프는 세계 선교의 중심이 되는 라틴아메리카 선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선교 방법과 후원 구조는 불안한 점이 있다. 그들의 현장 적응과 사역 출발은 기존 선교단체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동시에 그들의 헌신과 생존성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헌신은 우리가 배워야 할 교회들이다. 이것은 새로운 세계 선교 상황에서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이며 서로 배우고 지지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제 “모든 곳에서, 모든 곳에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의 선교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하나님의 선교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선교를 위한 부르심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다시 느끼게 한다. 라틴 아메리카 선교사 자녀 캠프를 위한 봉사자들의 연약함을 통한 하나님의 풍성함은 그런 다양함의 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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