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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정체성 치료 의학적 증거 약해”…英보건당국 연구결과

▲ NHS 로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핀란드·스웨덴 이어 英 NHS, 사춘기 차단제 처방 등 관련 규제 확대
NYT “청소년기 성정체성 치료 수요 증가 우려 따른 유럽 변화상 일부”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적 치료의 효과에 대한 증거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소아과 의사 힐러리 카스 박사 연구팀은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의뢰로 진행한 연구 결과의 보고서에서 사춘기 차단제 사용을 비롯한 청소년 대상 성 정체성 치료법에 기초적인 의학적 증거가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이같은 치료법의 장기적인 효과 역시 명확하지 않다며 “청소년 대부분에게 의학적인 경로는 성별과 관련된 고통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성 정체성 치료법에 관한 국제 지침 등을 검토하고 성 정체성 문제를 겪는 청소년과 가족, 성인 트랜스젠더, 임상의들과 성소수자 단체 등을 인터뷰한 끝에 도출한 결과다.

카스 박사의 연구 결과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성별 위화감’을 겪는 청소년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한 가운데 나왔다. 성별 위화감이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별로 자신을 인식하는 데 따른 고통을 의미한다.

특히 1990년대 네덜란드에서 성별 위화감을 겪는 청소년에게 변성 등 2차 성징을 억제하는 사춘기 차단제를 투약하면서 관련 치료법이 주목받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네덜란드 의사들은 사춘기 차단제가 성별 위화감을 느끼는 젊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궁극적으로 성전환을 위한 치료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벌어 준다고 판단했다.

그 뒤 2011년 네덜란드에서 사춘기 차단제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유럽 등지로 치료법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영국에서도 성 정체성 클리닉에 접수된 청소년 의뢰 건수가 2014년 470건에서 2022년 3천600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핀란드, 스웨덴 등 주변국에서 이런 호르몬 요법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네덜란드에서조차 치료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의학계 안팎에서 관련 논쟁이 촉발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20년 NHS는 카스 박사팀에 연구를 의뢰했고, 4년 만에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고서 발표와 맞물려 NHS는 앞으로 임상시험 대상에 등록된 환자에게만 사춘기 차단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확대했다.

또한 성별 위화감을 포함한 성 정체성 문제를 겪는 청소년을 위해 NHS가 운영하던 전문 치료 클리닉인 타비스톡 성 정체성 개발 서비스(GIDS)를 폐쇄하고 새로운 청소년 클리닉 두 곳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젠과 같은 호르몬을 미성년자에게 처방할 때는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보고서는 약물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길고 성별 고민을 야기할 수 있는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NHS의 치료 기준이 부적절하다며 심리 치료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핀란드와 스웨덴 역시 사춘기 차단제 등 약물 사용에 대한 제한을 확대했다며 영국 보건당국의 이번 결정은 청소년 성 정체성 치료 수요가 증가하는 데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유럽 변화상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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