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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개방’ 외치면서 사회 통제 고삐…“사회 불안정 싹 자르기”

▲ 중국 베이징 경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간첩법·경찰력 강화, 시민간 감시 독려…”시진핑 안보 강박, 시민을 간첩 사냥꾼 만들어”

중국이 올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하면서 외자 유치를 위해 ‘개방’을 연일 외치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 통제·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 기업들에 개방된 사업 환경 조성을 공약하고 있지만, 간첩 정의를 확대하고 데이터 보안과 검열의 고삐를 조이며 기업 활동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발표된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초안은 모호한 표현과 규제로 중국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가 더욱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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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경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진핑 안보 강박, 시민을 간첩 사냥꾼으로 만들어”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시진핑의 안보 강박이 보통 시민을 간첩 사냥꾼으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 7월 1일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반간첩법을 시행한 후 자국민을 대상으로 간첩 색출법을 교육하며 주변 스파이를 찾아내라고 독려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첩보·간첩 색출 등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는 수십년간 ‘음지’에서 일해왔지만 지난달 1일 갑자기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반간첩법은 모든 사회의 동원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첫 게시글로 올렸다.

이어 지난 6일에는 해당 계정에 칭화대 등 주요 대학들이 게임, 상황극, 전문가 포럼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간첩을 식별하고 국가안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닐 토머스는 “국가안전부의 존재가 부각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정부 정책의 최우선 사항으로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간첩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과거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 만연했던 상호 감시와 신고의 기억을 간직한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신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난성 경찰은 주민들에게 수상한 이웃을 대상으로 애국심을 시험할 돌발 질문을 하라고 독려하고 있고, 산둥성 관영 매체는 ‘간첩이 당신의 사방에 있을 수 있다’는 표어가 박힌 포스터를 발간했다고 전했다.

베를린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의 카트야 드린하우젠은 “경제적 압박의 시기에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꽤 분명한 우려가 있다”며 “정치·사회적 결집을 위해 집단 공포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오스틴대 쉬나 크레이튼스 부교수는 시민들에게 상호 감시를 독려하는 것은 중국 통치 전반에 해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허위 신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쁜 정보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정보기관들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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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 (EPA=연합뉴스)

◇ 풀뿌리 치안 강화…”작년 ‘백지시위’ 이후 감시·통제 고삐”

간첩법 강화에 앞서 중국 공안부는 지난 3월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이라는 풀뿌리 근간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풀뿌리 치안 강화에 관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더 많은 경찰이 일선 경찰서와 도시 주거단지, 농촌 마을에 배치돼 현장 관리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국을 아우르는 이러한 정책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며 “당국이 사회 불안정 요소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해당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 종이를 들고나와 무언의 항의를 하면서 해당 시위는 ‘백지 시위’라 불렸다.

이어 지난 2월에는 후베이성 우한 등지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의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이 주로 시위에 나서 ‘백발 시위’라 불렸다.

또 허난성에서는 소규모 마을은행들에 돈을 맡겼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 수천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최근에는 부동산과 금융기관의 위기에 따른 소규모 시위와 농성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모두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이례적인 집단행동으로, 경제 부진 속 사회 불안 요인이 커지자 당국이 풀뿌리 치안 강화에 나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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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 (EPA=연합뉴스)

◇ ‘민족정신 해치는 의상’ 처벌·경범죄자 생체정보도 수집

여기에 최근 발표된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은 경찰 권력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표식을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 등이 위법 행위로 명시됐다.

그러나 ‘중화민족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이나 ‘중화민족 감정을 해치는 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

중국 화동정법대 헌법학자 퉁즈웨이는 현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정신을 정하느냐”며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감정을 정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개정안대로 법이 통과되면 “법 집행과 사법 업무는 (관련 기관) 수장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체포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끝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법학자들이 해당 법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많은 누리꾼은 개정안이 더 많은 검열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 개정안에는 테러범, 마약사범 등 중범죄자에만 국한됐던 지문, 혈액, 소변 등 신체정보 수집을 경범죄자에게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베이징대 법학자 선쿠이 교수는 최근 일련의 경찰 권한 확대 조치들은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 사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엄격한 절차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칭화대 라오둥옌 교수는 개정안이 “행정 집행의 필요를 넘어서고 있으며 시민의 이익과 합법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비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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