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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버지의 마음’… 한 사람의 순종에서 시작된 컴패션 이어가기

영화 아버지의 마음 한 장면. 사진: 컴패션.

[편집인 칼럼]

6.25전쟁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한 미국인 선교사의 순종에서 시작돼, 지금 전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를 돕는 사역으로 발전한 비영리단체 컴패션의 고백이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잊혀진 가방’ ‘제자 옥한흠’ 등 전통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로 유명한 파이오니아21의 김상철 목사가 감독한 영화 ‘아버지의 마음’이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과연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충남 당진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약간의 우려는 어설픈 기우에 불과했다.

러닝타임 99분 동안 스크린은 주옥같으면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듯한 문장과 장면들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절망의 늪에서 펼쳐지는 기적의 이야기. 가장 큰 아픔이 가장 큰 사랑이 된다. 가난한 자를 도울 때 내가 가난한 자임을 알게 된다. 컴패션은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놓친 문장이 더 많다.

엄마를 잃은 필리핀의 소녀 나탈리는 그녀를 찾아온 후원자에게 어색한 웃음으로 대했다. 그러나 후원자 황태환 에이치유지 대표가 자신과 동일하게 사랑하는 가족, 그것도 생후 5개월의 아들을 잃은 아픔과 상실의 시간이 있었음을 고백하자 두 사람은 공감대를 찾아갔다. 또 오랜 식민지 기간 종족갈등을 겪어온 르완다에서 1994년 네 살의 투치족 어린이 메소드는 100일만에 총 100만명의 제노사이드에서 무참하게 죽임당하는 아버지를 지켜봐야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후투족 고아를 돕는 컴패션 후원자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6.25전쟁 기간에 고아로 전락해 미국에 입양되었다가 훗날 선교사가 되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은퇴 선교사 캐시의 이야기. 한결같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사연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고백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한계 상황에 놓여진 삶을 살아야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또 고난과 절망 끝에 마침내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이야기가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혹한 현장에서 겨울낙엽처럼 쓰러져가는 어린아이들을 목도한 이후,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에 순종한 한 사람의 삶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었다.

6.25전쟁 직후 찾은 한국에서 전쟁 고아를 만난 에버렛 스완슨 선교사는 반복해서 물으시는 하나님의 질문 ‘너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려느냐?’에 답을 찾아야만 했다.

문득 20여년 전 필자가 선교사로 헌신할 때 들었던 김용의 선교사님의 강의 주제 중 하나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었다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생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아들을 보내셔야 했던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된 사람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컴패션 설립자 에버렛 스완슨 선교사가 그랬던 것처럼 고통과 고난의 현장을 아무 것도 보지 못했던 것인양 살 수 없게 만드는 헌신의 패스워드가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에서 컴패션이 시작됐다. 또 그 사랑의 도움을 받은 열방의 다양한 인생들이 동일하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생명이 생명을 낳는 역사가 지금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영화는 그려내고 있었다.

아버지의 마음에서 시작된 컴패션의 고아를 위한 1:1 결연을 통해 생명이 생명을 살려내는 묵직한 감동은 그저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컴패션이 어떻게 또 다른 컴패션을 낳는지 그리는 영화를 보는 동안, 극장 곳곳에서 눈물 훔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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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사태를 겪고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아를 돕고 있는 메소드와 컴패션 후원자 황태환 에치유지 대표.

컴패션의 승리가 펼쳐내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다. 가족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던 르완다의 고아 소년 메소드 앞에 나타난 한 군인의 이야기다. 나중에 커서 원수들을 죽이겠다며 다짐하던 소년에게 그 명단을 주면 다 처리해주겠다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소년의 마음에 새겨진 분노를 치료하고 소망을 갖고 살아가게 한다. 그 비밀은 스포일러를 우려해, 직접 영화를 보면서 찾을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남겨둔다.

그리고 번외 감상. 오늘 우리 한국 사회는 이념 갈등으로 거의 내전 상태에 달해 있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답정너’, ‘답은 정해졌다 너 때문이야.’ 옳은 지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않을 수도 있는 해법이다. 그러나 너의 무지가, 너의 견해가 제거돼야 우리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고집불통의 생각은 결코 해법이 될 수가 없다. 르완다 사람들이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있는지를 이 영화는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내가 경험한 인생. 내가 겪어온 세월로는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시대의 아들 딸이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이 땅에 고통과 고난을 허락하신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라는 영화 내레이터 신애라의 고백처럼 오늘 우리 사회의 갈등 해법은 논리의 정당성과 옳고그름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에 있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런 놀라운 영화의 관람객이 없어 상영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멈춰서게할 사람은 없을까? <본지 편집인>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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