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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내 다양성 조치도 안팎서 ‘도전’…“모두가 불만”

▲ '소수 인종 입시 우대 위헌'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성원들은 ‘미흡’ vs ‘지나쳐’ 양분…백인에 대한 역차별 지적도
불확실한 경제상황…기업 내 다양성 관련 예산 삭감되고 인력도 줄어
“대학 소수 인종 우대 위헌 판결, 기업에 냉각 효과줄 듯”

미국 대학들의 소수 인종 입시 우대 정책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유사하게 기업 내 다양성 조치도 안팎에서 도전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선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강화됐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사내 DEI 관련 예산과 인력은 설 자리를 잃고 점점 줄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대기업 인사 책임자 1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향후 12개월 내 DEI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9%로, 지난해의 84%보다 대폭 줄었다.

워싱턴 DC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돈 크리스천도 WSJ에 “기업 고객들이 다양성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지난 3월 인력공급업체 켈리가 1천500명의 최고 경영진, 이사회 멤버, 부서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약 20% 만이 다양성에 관해 열린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의 30%보다 감소한 수치다.

지난 5월 발표된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에선 조사 대상자 중 약 40%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일하는 직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양성 정책에 대한 직장 구성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우선 소수자들은 회사의 다양성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온라인에서 열린 다양성 관련 토론회에서 버라이즌과 제록스 임원들은 유색인종 채용과 승진이 더딘 점에 직원들이 실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제록스 내 일부 흑인 직원과 경영진은 회사가 약속을 충분하고도 신속히 이행하지 않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제록스 내 다양성 책임자인 예타 톨리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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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회사의 다양성 정책으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도 높다.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의 DEI 담당 조너선 맥브라이드는 “고객사들은 (다양성 정책으로) 일부 직원들을 소외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특히 백인 남성 직원의 소속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근로환경 자문 업체인 킨센트릭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백인 남성 절반 이상은 직장에서 평가절하되거나 자신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답했다. 비(非)백인 남성 가운데 같은 답을 한 비율은 약 43%였다.

주택 건설업체 클레이턴의 인사 담당 부사장 사라 샤프는 WSJ에 “사람들은 ‘우리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다가도 ‘지나치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채용의 공정성을 높여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소수자를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비꼬아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대학들의 소수 인종 입시 우대가 위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기업들의 채용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맥브라이드는 “대법원의 판결은 기업 내부에 냉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대학 입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채용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면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대학 인재 풀에도 당연히 변화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오랜 채용 및 승진 관행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WSJ은 “직장 내 다양성 조치에 대해 이미 지지자와 회의론자 모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구직자의 기술이나 직원의 승진 자질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관리자들에게 놓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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