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책 중에서 목회 사역에 관해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은 폴 트립이 쓴 목회, 위험한 소명(Dangerous Calling)이다. 2012년에 출판된 이 책을 나는 여러 번 읽었다. 과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목회라는 소명이 각종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목회적 신실함을 강조하는 저자에게 나는 큰 영향을 받았다.
얼마 전 트립의 책을 집어 들고 뒷면을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명한 기독교 지도자 다섯 사람이 그 책을 추천했는데, 그중 세 명이 사역에서 떠났다. 굳이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두 사람은 목회 자격이 박탈되었고, 한 사람은 아예 기독교를 부정하고 완전히 버렸다. 목회 사역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소명인지 강조하는 트립의 주장을 증명하는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지금 당신이 그 책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는 내가 말한 세 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초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출판사는 재판을 찍으면서 그 세 사람 이름을 뺐을 것이다.
스펄전 목사는 이제 고전이 된 강의집 ‘나의 학생들에게’(Lectures to My Students/목회 황제 스펄전의 목회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꼭 안 가도 되는 상황이라면, 목회 시작하지 마세요. … 지금 이 강의실에 있는 학생 중에서 신문사 편집인, 식료품점, 농부, 의사, 변호사, 상원의원, 또는 왕이 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오,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 길을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26-27).
스펄전이 좀 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지혜를 놓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목회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 중 하나가 아니다. 진정으로 주님의 부름을 받지 않았고, 하나님의 양 떼를 쳐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벧전 5:1-4), 다른 소명을 찾으라고 말하는 게 옳다.
목사가 된 지 이제 십사 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새 내 주변에는 목회를 떠난 사람이 여럿 있다. 그중에는 애초 목회에 발을 들이지 않았어야 하는 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목회를 떠난 모든 사람이 다 실패자인 건 아니다.
목회를 떠난 친구 중에는 목회에서 손을 떼는 것을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훨씬 더 높은 봉급을 받는 공직을 맡도록 문을 열어 주셨지만, 그는 그 변화 앞에서도 목회를 놓지 않을 방법을 찾느라 힘겹게 씨름했다.
사역은 어렵다! 특히 요즘같이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사역을 계속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최근에 데이비드 머리가 쓴,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돌보는 데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지혜로 가득한 리셋하라(Reset)을 읽었다. 정말로 잘 쓴 책이라고 저자를 칭찬하고 싶지만, 그가 조금만 더 강조했으면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개인의 거룩함이다.
목회자가 삶에서 성화와 경건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을 때, 하나님의 양 떼를 돌보는 영적 능력은 크게 저하된다. 자기 영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목회자에게 육체적 건강을 얼마나 잘 돌보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말했다. “그대 자신과 그대의 가르침을 살피십시오. 이런 일을 계속하십시오. 이렇게 함으로써, 그대 자신도 구원하고, 그대의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구원할 것입니다”(딤전 4:16).
그리고 조금 지나서 바울은 돈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한다. “하나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 악한 것들을 피하십시오.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좇으십시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십시오. 영생을 얻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영생을 얻게 하시려고 그대를 부르셨고, 또 그대는 많은 증인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딤전 6:11-12).
우리는 성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복음 사역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사탄에게 저항하고 또 “선한 싸움을 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거룩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로버트 머레이 맥체인(Robert Murray McCheyne)이 말했다. “내 백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적인 거룩함이다.” 거룩이라는 단어는 21세기 목회자와 지도자에게 특히 더 중요하다. 모든 목회자가 예외 없이 자신만의 고유한 도전과 압박에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룩함을 추구하는 대신 다른 것(관리, 상담, 네트워킹, 방문, 심지어 설교)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몇몇 유명 기독교 지도자의 몰락을 목격했다. 거기에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별로 주목받지 않은 타락한 “보통” 지도자를 포함할 수 있다. 각각 상황은 다르겠지만, 타락한 지도자의 대다수가 주님과 함께 걷는 걸음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음으로 사탄에게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먼저 모든 목회자를 예수님의 예배자로 부르셨다(시 32:11)! 물론 예배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이지만, 목회자는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야 하는”(딤전 4:12) 부름을 받았다.
기독교 지도자여, 매일 몇 분이나 기도하고 있는가? 가르치고 설교하는 것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성경 읽기와 경건한 독서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영적 훈련을 추구하는가? 예수님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개인의 경건과 거룩을 소홀히 하는 순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양 떼를 돌보는 능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참으로 목회 사역은 “위험한 소명”이다. 목회에 도움을 주는 건강한 생활 방식과 습관을 기르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에는 한두 번의 실수로도 충분하다. 전쟁은 격렬하고(엡 6:10-18), 사탄은 실재하며(고후 11:14), 무엇보다 영혼의 구원이 우리에게 달려있다(고후 12:15).
모든 목회자와 지도자는 오래, 끝까지 목회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거룩함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의 소명과 일치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목회의 효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장수하는 목회도 힘들어질 것이다.
히브리서 12:14은 모든 믿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기를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서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거룩함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우리는 목회자로서 거룩함을 위해 매일 싸워야 한다. 그리고 교인에게도 그 싸움에 동참하도록 강권해야 한다!
원제: One Key to Ministry Longevity
다니엘 스테그맨 Daniel Stegeman | (DMin, Gordon Conwell Seminary)은 Pine Glen Alliance Church( Lewistown, PA)의 목사이며, The Gospel Coalition Canada의 에디터로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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