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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잤어요”…갈 곳 없는 자립준비청년

▲ "여기서 잤어요"(촬영 임지현, 연합뉴스 사진)

보호 종료 이후 거리로 내몰려
전세임대주택 구해도 임대료 부담에 내쫓기기도
“긴급 주거지원과 입주 이후 관리까지 필요”

“여기서 잤어요. 2021년 5월. 정확히 2년 전이었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 사는 A(29)씨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잠원한강공원 화장실 옆에 있는 벤치였다.

2013년 보육원을 나온 뒤 A씨가 마주한 현실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열악한 주거 상황을 보여준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지내다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만 18∼24세 청년을 말한다.

연합뉴스는 A씨를 비롯한 7명의 자립준비청년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었던 주거난을 알아봤다.

공통으로 친구 집, 피시방, 찜질방에서 자거나 노숙을 하는 등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어렵게 임대주택을 구하더라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집을 포기하는 현실에 놓이기도 했다.

◇ 보육원에서 나오니…결국 거리로 내몰렸다

A씨가 처음 보육원을 나온 나이는 19살이었다. 당시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은 달랑 300만원. 보육원을 나오면서 자립 정착금으로 받은 것이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1천만원 이상의 정착금을 지원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고 있으나, 당시엔 권고 기준이 300만원이었다.

A씨는 보육원을 3년 먼저 나온 친형과 함께 광주광역시에서 월세 25만원 원룸텔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

형과의 동거는 평온하지 못했다. 형은 A씨가 받은 자립 정착금 등을 생활비와 렌터카 이용 등으로 탕진했다. 또 기분이 나쁜 일이 생기면 A씨를 때리기도 했다.

A씨는 새벽에 집에서 나와 도망치기도 여러 번 했지만, 그때마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형의 사과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통장에 든 돈이 4개월 만에 다 떨어지자 원룸텔에 잡은 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피시방, 친구 집, 건설 현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 등을 8년 동안 돌아다니며 살았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았던 A씨는 2021년 2월 서울 역삼역 근처에서 다시 같이 살자는 형의 부름에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왔다.

A씨는 “그때 제안을 거절했어야 했다. 형과 같이 사니 다시 폭행당했고, 2021년 5월 형이 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나를 때리고 반바지와 반소매, 슬리퍼 차림으로 쫓아냈다”고 했다.

신분증, 핸드폰, 지갑도 없이 집에서 쫓겨난 A씨는 한강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보며 무작정 걸었다. 언제든 물속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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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원한강공원(촬영 안철수, 연합뉴스 사진)

그렇게 A씨의 한강 노숙 생활이 시작됐다. 날이 따뜻해진 5월이라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은 잠원한강공원이었다.

데이트하는 커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친구나 가족끼리 소풍 온 무리 사이에 A씨가 덩그러니 있었다.

A씨는 씻지 못해 몸에서 냄새나는 게 눈치 보여 사람들이 없는 저녁에 주로 움직였고, 낮에는 인적이 드문 화장실 옆 벤치에서 선잠을 잤다.

노숙 시작 후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무작정 걷다가 쓰레기 봉지 안에 버려진 치킨을 꺼내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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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 쓰레기 봉지였어요. 거기서 치킨 꺼내먹었어요.”(촬영 임지현, 연합뉴스 사진)

그렇게 노숙 생활을 닷새째 이어가던 중 A씨는 앞에 지나가는 누추한 행색의 노숙자를 보며 “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1만원을 건네준 행인의 도움으로 피시방에 들어간 A씨는 지원단체에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작년 2월 LH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했다.

LH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전세 주택을 결정하면 LH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맺고 이를 입주 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최대 1억2천만원의 전세금이 지원되고, 입주자는 100만원의 보증금, 싼값의 월 임대료와 공과금만 내면 된다.

◇ 월 임대료 부담 등으로 임대주택에서 내쫓기기도

운 좋게 LH 전세임대주택을 얻더라도 사기 피해, 월 임대료 부담 등으로 소득이나 재산이 사라지면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B(25)씨는 2020년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 LH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가 살고 있었으나 사기와 경제적 착취를 당해 집을 떠나야 했다.

지적장애 2급이기도 한 B씨는 같은 아동복지시설 출신 지인에게 대출 사기를 당해 2천500만원의 빚이 생겼다. 또 대출금을 갚아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택배 상하차, 건설 현장 노동 등으로 번 돈을 지인에게 대부분 넘겼다.

하지만 B씨 명의의 대출금은 갚아지지 않았다. 이에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진 B씨는 25만원 내외의 임대료와 공과금을 3개월 넘게 체납했다.

쌓이는 체납금이 부담스러웠던 C씨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고 LH 전세임대주택에서 자기 발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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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씨가 살고 있는 원룸텔 방(촬영 임지현, 연합뉴스 사진)

이후 B씨는 건설 현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를 떠돌다가 현재는 경기도 안양의 3평짜리 원룸텔 방을 얻어 지내고 있다.

제도의 지원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입주 이후의 관리가 되지 않아 다시 주거 취약 상태로 내몰리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 20%가 취약 주거 경험…”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2020년 보건복지부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3천104명의 자립준비청년 중 20.6%가 보호 종료 이후 구금시설, 노숙 등 취약 주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자립준비청년 7명 중 4명도 노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지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은 청년 전세임대주택의 공급 물량 내에서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거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자립준비청년의 47.9%만이 정부 차원의 임대주택 지원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었다. 나머지 절반의 자립준비청년은 지원 범위 바깥에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전세임대주택 물량이 부족해 지원을 못 받기도 하고, 지원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임대주택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입주 이후의 관리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매월 임대료 15∼20만원과 취업·학업 지원을 위한 사례관리비 50만원 등을 주는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360호만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매년 나오는 자립준비청년 2천500여명의 약 14%만이 지원을 받는 것이다.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집을 구하더라도 자립준비청년은 사기에 취약하고 소득이 불안정해 집을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성 착취의 위협에 놓이거나 노숙하거나 피시방, 찜질방 등에서 잠을 자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갈 곳이 없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긴급 주거지원을 해주고,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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