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베이징 라마교 사찰, 3월 초부터 매일 4만명 긴 줄”
중국이 올 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일상 재개를 한 후 불교와 도교 사원을 찾는 현지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전했다.
베이징의 유명 라마교 사찰 융허궁(雍和宮)은 지난달 초부터 매일 약 4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평일에도 이 사찰 밖에는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에 따르면 올 초부터 중국 전역의 사찰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310% 급증했는데, 방문 예약의 절반은 MZ세대가 차지했다.
SCMP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삶의 압박에서 벗어나 복을 기원하려 불교와 도교 사원을 방문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훙수에는 최근 사찰 방문 경험 등과 관련해 약 90만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로 인해 불교와 도교 사원이 중국 국내 관광의 핵심 기둥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대부분은 주말을 이용해 사찰을 찾지만 어떤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몇개월씩 템플 스테이를 하기도 한다.
2021년 대학을 졸업한 루쯔(25) 씨는 선망의 대상인 한 전자상거래 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나 1년 만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퇴사한 후 저장성의 한 절에 들어갔다. 그는 절에서 1년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루씨처럼 ‘번 아웃’이나 환멸을 느낀 뒤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잠시 벗어나 진로를 다시 모색하는 중국 젊은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이 3년간의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면서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7.1%에 이어 올해 1∼2월에는 18.1%로 더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젊은이들이 사원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으로도 이어져 향을 피우고 경전을 외우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돕는 다양한 앱이 선보였다.
그 중 화웨이의 앱스토어에 오른 한 앱은 57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는데,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중국 젊은이들이 사찰로 몰려드는 현상에 관영 매체도 주목했다.
신경보는 최근 논평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압박에 대처하는 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젊은 중국인들은 향을 피우는 데 자신의 희망을 걸기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달 북경일보의 한 평론가는 젊은이들이 직면한 압박이 무엇이고 그들이 찾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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