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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국 칼럼] “아내의 순종이 감사했다”

ⓒ 김현의

얼마전 알고 지내던 목사님 부부를 뵙게 되면서 받은 은혜가 있었다.

두 분에게 우리는 ‘사랑과 섬김’에 빚이 있었다. 그래서 만나뵙게 되면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여쭤보고 어느 날 저녁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날을 며칠 남겨두고 아내는 내게 ‘헌금’을 드리고 싶은 마음을 나누었다. 마땅한 일이었다. 불러주신 경제 영역 안에서 ‘섬기기 위함’이라는 목적으로 20여 년을 살아 오게 하셨기 때문이다. 아내의 요청은 마땅히 드려야 할 우리의 순종이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안될 것 같아요”

그러자 아내는 그 이유에 대하여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때 나는 “내 코가 석자에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입 밖으로 하는 순간 ‘내가 왜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며, 가져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신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시 각자의 주어진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불편한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서 갑자기 ‘십 년 전 어느 날 이와 같은 상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다. 말씀을 묵상 중에 ‘사르밧 과부’에 대한 말씀으로 내게 찾아 오신 날이었다. 그 때 ‘꽉 쥐어진 내 손’을 말씀으로 ‘펴게 되는’ 은혜를 입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내가 보게 된 나의 ‘실체’는 ‘다시 꽉 쥐어진 내 손’이었다.

하루 종일 이 일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떤 것보다 ‘지금 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나 스스로 믿음도 자란 것 같고, 말씀도 더 가까이 하는 것 같고, 영적인 삶을 더 가까이 살아내는 것 같았는데 전혀 그 때와 다르지 않는 ‘내 안에 내재하고 있는 죄’가 보였다. 매일을 참 열심히 믿음으로 달여온 것 같았는데 ‘꽉 쥐어진 내 손’을 여전히 펴고 싶지 않는 죄인이 보였다.

그렇게 드디어 ‘약속의 날’은 찾아왔고 목사님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교제했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기쁨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헌금을 드리지 못하게 한 죄송함’ 때문에 너무 크게 행복해 할 수 없었다.

그 때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섬겨주신 헌금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여러 지체들의 식사를 잘 섬겼습니다”

무슨 말이지 하며 생각해보니 아내는 믿음 없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주님의 말씀’에 잘 순종했던 것이다. 아내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꽉 쥐어진 내 손’을 펴지 않는 한 ‘내 손에 쥐어질 수없다’는 것을…

아내의 순종이 감사했다. 그리고 남은 교제의 시간 마음 다해 ‘크게 행복한 미소와 교제’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해를 더할 수록 경험이 쌓이고, 특히나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특별한 시간들이 계속해서 쌓여 간다고 해도 그것이 ‘나의 믿음’을 증명해 줄 수 없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어떤 누구보다 큰 은혜를 받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내 속에 내재하고 있는 죄’를 보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경험과 지식’이 나의 믿음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알면 알수록 벼가 고개를 숙이듯 ‘믿음의 삶’은 점점 더 ‘낮아짐과 순종’의 삶으로 증명되는 것이기에 오늘도 불편한 나의 실체를 보았으나 ‘내 안에 내재하는 죄를 죽여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셨다.

네가 이 세대에서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딤전6:17-18)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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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국 | 1997년부터 ‘mission’이라는 의류 유통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7년에는 oikonomos mission 단체를 설립하고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청지기’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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