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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카렌의 본회퍼, 버마족 아웅 찌 목사의 죽음

▲ 아웅 찌 목사. 사진: 오영철 제공

영국에 있는 카렌 저널리스트 에드워드(Edward)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이 왔다. 지난 2월 17일 미얀마 내전에서 한 카레니군 소속 군인의 전사에 관한 소식이었다. 전사자가 평범하지 않은 신분과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레니군(Karenni Democratic Front)에 소속된 버마족 의사이자 목사인 아웅 찌(Aung Gyi)라는 사람이었다. 독특한 그의 신분과 죽음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전사한 곳은 카레니주(Karenni State)와 샨주(Shan State)의 경계인 모베(Moe Bye)이다. 현재 미얀마의 내전 지역 가운데 가장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 중에 한 곳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카레니와 샨주가 연결되며 수도인 네피도(Naypyitaw)가 멀지 않다. 현재 카레니주 대부분은 카레니군과 국민방어군이 통제하고 있다. 미얀마군은 이 지역을 잃게 되면 수도 네피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얀마군은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이다.

지난 2월 15일부터 미얀마군은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군자원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오늘(20일)까지 5일 동안 적어도 9번의 공군기 공격이 있었다. 20일에는 미얀마 공수부대 40명이 낙하되어 병력을 증강했다. 탱크와 대포도 동원되었다. 미얀마군은 샨주(Shan State)에서 40대의 차량으로 병력을 계속 보내고 있다. 19일까지 적어도 40명 이상의 미얀마군이 사망하였고 20일에도 사망자는 늘어났다. 카레니군과 다양한 국민방어군도 병력을 집중하여 미얀마군과 5일째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28,000여 명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전투의 위험 때문에 피신한 상태이다.

반군부 측의 희생도 적지 않다. 17일 전투에서 반군부에 속한 카레니군과 국민방어군에서 20여 명이 사망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아웅 찌이다. 머리의 상당부분이 훼손된 것을 보면 저격수에 의한 사망이다.

사실 그가 그곳 전투현장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는 버마족이다. 카레니(Karenni/Red Karen)는 카렌족(Karen)의 한 종족으로 버마족과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 민족적으로 도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작년 1월까지 양곤에 있는 병원 소속된 의사였다. 원하기만 하면 편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목사이다. 그가 기독교인이 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2013년에 예수를 믿고 새로운 신앙 여정을 시작했다. 복음에 대한 열정 때문에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주일에 그 교회에서 목사로 섬겼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섬김이 특별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육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돌보고 치료하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런데 2021년 2월 1일 미얀마군의 쿠데타로 그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군의 쿠데타에 대한 반대를 위해 ‘시민 불복종운동’으로 참여했다. 정부 병원의 일을 거부하고 코로나 환자를 돌보고 시위를 하다가 부상당한 젊은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작년 8월 그의 시위대 치료가 군에 발각이 되어 투옥되어 4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였다. 12월에 풀려나자마자 그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전투지역으로 가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국민들을 보호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카레니 지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KDF(Karenni Democratic Front) 전투원이 되었다. 한 손에는 총을 들고 한 손에는 약을 들고 미얀마군에 대항하고 병사들을 치료하였다. 그리고 지난 2월 17일 전투현장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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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웅 찌 목사. 사진: 오영철 제공

그의 죽음은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길들이 있었다. 양곤에서도 그의 역할은 의사와 목사로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카레니 지역에 가도 일반 시민들을 위한 의사와 목사로 충분히 섬길 수 있었을 것이다. 전투 현장에 가지 않아도 부상병들을 안전한 곳에서 돌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선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가장 험하고 위험한 길들만 선택한 것이다.

그의 죽음을 보면서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있다. 독일에서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목사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이다. 그도 아웅 찌처럼 총을 든 사제로 인식되고 있다. 촉망받았던 신학자 본 회퍼는 39살의 나이에 교수형으로 사망하였다. 히틀러의 암살 계획이 발각되어 2년여 동안의 옥고를 치르다가 전쟁이 끝나기 한 달 전인 1945년 4월 9일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본회퍼가 오버랩 되는 것은 단지 총을 든 사제라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동기와 자세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두 목사는 모두 편한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성공의 삶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다른 길을 갔다. 본회퍼의 중요한 사상은 ‘고난을 나누는 신학’과 ‘이웃을 위한 교회’이다. ‘악에 대한 저항’과 ‘정결된 삶’이 ‘행동하는 신앙’으로 연결이 되었다. ‘아웅 찌’에서 동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고난당하는 이웃과 함께 하였다. 둘 다 죽음의 자리까지 함께 하였다.

본회퍼의 묘비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그의 형제들 가운데 서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

불의에 항거하여 살았던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불리운다. 아웅 찌는 그의 고향이 아니라 낯선 카레니주의 산자락에 묻혔다. 전쟁 중이지만 그의 희생을 기념하는 그의 동지와 카레니 사람들에게 의해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그의 묘비는 초라해도 그의 희생과 헌신은 카레니와 동지들의 가슴안에 새겨져 있다. 그들도 아웅 찌를 본회퍼처럼 기억할 것이다. “카레니와 동지들 가운데 서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

의사이며 목사인 아웅 찌는 불꽃 같은 마지막 삶을 살았다. 전쟁으로 아픔을 당한 미얀마인들에게 선한 이웃과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남았다. 그렇지만 내 안에 여전히 질문이 남아 있다. 또 다른 길은 없었을까? 의사와 목사로서 더 큰 유익을 줄 수는 없었을까? 그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사람들은 나의 묘비에 무엇이라고 적을까?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증인’이라고 적을까? ‘온전한 증인들’은 그들의 소식 만으로도 나의 미성숙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 앞에 나를 세운다.

군부의 권력의 탐욕으로 시작된 미얀마의 전쟁은 국가적 아픔과 절망을 가져왔다. 이 전쟁은 어떤 사람에게는 가지 않아도 될 장소로 가게 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상황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을 경험하였고 지쳐있다. 명분과 실리가 없는 미얀마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고난의 십자가를 통하여 화해를 이루신 예수님의 임재가 미얀마 땅에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아웅 찌 목사는 어쩌면 고난의 십자가의 길을 그의 방식으로 걸었던 것은 아닐까? 절망 중에 있는 미얀마인들의 마음 속에 십자가의 흔적을 보여주었다면 말이다. 비참하게 생애를 마무리한 아웅 찌 목사의 삶의 이야기는 산속 무덤에서 끝나지 않았다. 미얀마인들의 마음 속에 ‘그들과 함께 한 선한 이웃과 예수님의 증인’으로 계속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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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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