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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남 칼럼] 대체신학 이슈와 “하나님의 이스라엘”(갈 6:16) 연구 (4)

ⓒ Jeff Jewiss on Unsplash

– 차례 –

I. 들어가는 말
II. 사울/바울과 예루살렘 교회
III. 사울/바울과 다메섹 교회
IV. 사울/바울과 아라비아 교회
  1. 아라비아를 택하여 간 이유
  2. 아라비아 그 이후 10년
3. 아라비아에서 선포한 메시지
V. “하나님의 이스라엘”(갈 6:16)과 확장 신학
VI. 나가는 말

3. 아라비아에서 선포한 메시지

사울/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선교지로서 아라비아를 언급하고(1:17), ‘아브라함 언약’(3:1~29), ‘하갈과 사라’(4:21~5:1) 등과 같은 여러 신학적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주제들은 아라비아에서 아라비아인들 또는 아라비아 교회 공동체와 공유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아라비아와 디아스포라 유대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아라비아와 디아스포라 유대인

디아스포라 유대인과 친하게 지냈던 누가에 따르면, 오순절 날이 이르매 사도 베드로가 성령이 충만하여 세계 각국으로부터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비롯한 여러 청중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였다(행 2:9~11).[1] 그 설교를 듣고 회개하고 세례를 받은 자들의 수가 삼천 명이나 되었다. 그들 중에 아라비아인들도 있었다(행 2:11). 그들은 곧 아라비아에서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 또는 유대교로 개종한 자들로서 아라비아의 여러 회당 출신들이었다.[2]  

여기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왜 다메섹 체험을 통해 이방인의 사도가 된 사울을 다메섹의 아나니아에게 위탁하셨겠는지를 논의하여 볼 필요가 있겠다. 아나니아는 곧 다메섹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다메섹 교회 공동체의 지도자였다. 당시 다메섹은 유대와 사마리아와 나바티아 왕국을 연결하는 국경 도시로서 아라비아에서 온 상인들과 파르티아(바대) 사람들과 유대인들도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오순절 날에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든 여러 디아스포라 유대인 그룹 중에서 아라비아를 비롯하여 바대(파르티아)와 메대와 엘람(페르시아)과 메소보다미아는 예루살렘 동쪽에 위치하였다(행 2:9). 또한, 다메섹은 페르시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상권의 길목이었고, 아라비아 남부와 아프리카 북동부의 몰약과 유향 산지에서 올라오는 향료 무역 길의 내륙 집산지였다.

당시 다메섹에는 아주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증거들을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울은 예루살렘에서 다메섹의 여러 회당에 가져갈 공문을 대제장으로부터 발급받았다(행 9:1~2). 다메섹 체험 이후에는 여러 회당을 방문하여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선포하여 다메섹에 사는 유대인들을 당혹하게 하였다(행 9:20~22). 나바티아 왕국의 다메섹 고관(고후 11:32~33)이 사울을 살해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다메섹 주재 유대인들(행 9:23~25)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메섹에는 유대인들이 이끄는 여러 상단이 있었으며, 다메섹 교회 공동체의 지도자 아나니아가 그들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우리는 사울이 오순절 날에 예루살렘에서 사도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 기독교인들이 된 아라비아인들을 다메섹의 아나니아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사울의 제자들이 그를 피신시키기 위하여 활용한 광주리는 아나니아와 관련된 상단이 상단 물품 배달을 위하여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3] 사울은 다메섹의 여러 유대교 회당을 방문하여 복음 사역을 펼쳤던 것처럼 아라비아의 여러 유대교 회당을 방문하여 사역하였을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사울이 아라비아로부터 다메섹으로 돌아온 후 다메섹 주재 아레다 왕의 고관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았을 때 그를 광주리에 태워 피신시켰던 자들이 바로 사울의 제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초로 그의 아라비아 삼 년 사역이 다메섹 교회 공동체에 속한 그의 제자들과 더불어 아주 역동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들은 사울의 아라비아 사역 현장에 단기 또는 장기 사역자로 함께 하였을 것이다.

   2) 아브라함 언약

사울/바울 당시 유대교는 아브라함을 유대인들만의 조상으로 여겼고, 이방인 개종자들이 성전 예배에서 그를 “우리 조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4] 그런데, 사울은 다메섹 체험을 통해서 자신이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으면서 아브라함 언약에 대하여 새롭게 깨달았다. 그는 아라비아의 여러 회당에 모인 유대인들과 유대교로 개종한 아라비아인들에게 또는 일반 아라비아인들에게 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에 관해서, 특히 그가 새롭게 깨닫게 된 아브라함 언약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였을 것이다. 그 논의의 핵심이 그가 갈라디아 지역의 여러 교회에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형제들아 내가 사람의 예대로 말하노니 사람의 언약이라도 정한 후에는 아무도 폐하거나 더하거나 하지 못하느니라. 이 약속들은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말씀하신 것인데, 여럿을 가리켜 그 자손들이라고 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한 사람을 가리켜 네 자손이라 하셨으니 곧 그리스도라”(갈 3:15~16).

바울은 누가 진짜 아브라함의 씨(헬라어 sperma)인지를 따진다. 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들이 “그의 자손들”(씨들, 헬라어 복수 spermasin)이 아니라 한 “자손”(씨)에게 주어지고, 이 하나의 씨 혹은 한 자손이 바로 그리스도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씨는 단수이지만, 집합 명사라고도 한다. 그 “씨” 안에 숱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의 진정한 자손은 혈통을 따라 태어난 자손들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자손들이다. 따라서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된 약속의 진정한 상속자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5] 하나님은 아브라함뿐만 아니라 바로 이 “씨”,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아브라함의 상속자이며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온전히 성취하신 분이다. 그리스도 안에서만 아브라함의 약속은 가장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다.[6]

톰 라이트(Tom Wright)는 갈라디아서 3장을 바울의 아브라함의 가계에 대한 긴 주해라고 설명하며, 바울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누가 아브라함의 가계에 속하게 되는가’의 문제라는 주장을 한다. 라이트는 이 사실이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아브라함과 함께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3:29)라는 말씀으로 분명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라이트는 이 구절에 나타난 논의의 결론은 ‘당신이 아브라함의 가계에 속했다면, 당신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것이다’가 아니라, ‘당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면, 당신은 아브라함의 가계에 속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7]

게리 버즈(Gary Burge)는 라이트가 “씨”를 “가문”이라고 해석한 것은 옳다고 평가하며, 랍비 전통에는 아브라함의 씨와 메시아를 연결하는 고리가 없었지만, 다윗의 씨와 메시아를 연결하는 고리는 흔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바울이 그렇게 하였다고 설명한다.[8] 김세윤은 라이트가 주장하는 아브람의 종말론적 가족 창조와 관련하여 바울이 아라비아에서 선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울은 열방을 아브라함의 가족 안으로 불러들이는 그의 선교사역을 수행하면서, 이스라엘에 가장 가까운 이방 민족이면서 마침 다메섹 이웃에 살고 있던 이스마엘의 후손들로부터 시작해서 아브라함의 두 아들들인 이삭과 이스마엘의 후손들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9]

또한, 김세윤은 바울이 광주리를 타고 성벽을 넘어 탈출한 것(고후 11:32~33; 행 9:23~25)을 언급하며 바울이 아라비아에서 복음을 선포하지 않고 신학적인 묵상만 하고 지냈다면, 나바티아 왕국의 왕이 왜 그곳에서 바울을 체포하려 했겠는지에 대하여 질문을 제기하면서, 바울이 이방인의 사도가 되어 아라비아인들과 더불어 지내면서 아브라함의 종말론적 대 가족이 바로 아브라함의 진정한 후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워지게 된다고 선포하였을 것이라고 우리가 추론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10] 아라비아는 곧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부여받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계시의 빛으로 아브라함 언약이라는 신학 주제를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장소가 되었을 것이며. 이스마엘의 장자 느바욧의 후손들인 나바티아 왕국의 백성들로서 아라비아인들은 그 주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 논의를 “하갈과 사라”에 대한 제목으로 계속하여 보자. <계속> [복음기도신문]


[1] Gary Burge, 『예수와 땅의 신학』, (새물결출판사, 2020), 133.

[2] Josephus, Ant. 1.220-21; cf. Hengel and Schwemer, Paulus, 190. Martin Hengel, “Paul in Arabia”, Bulletin for Biblical Research 12.1 (2002) 50에서 재인용.

[3] 최종국, 『바울보다 너!』, (서울: 쿰란 출판사, 2014), 217-249. 최종국은 이 책 “아나니아” 편에서 왜 주 예수께서 다메섹 체험을 한 사울에게 다메섹 교회의 지도자인 아나니아를 보내셨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다룬다. 아나니아는 다메섹에 본부를 둔 가운데 상단을 운영하던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망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울의 제자들이 그를 피신시키기 위하여 활용한 광주리는 아나니아 상단이 상단 물품 배달을 위하여 사용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점은 그와의 개인적인 교제 중에 들은 바다.

[4] Davis, The Gospel and the Land, 177: Barrett, C. K., From First Adam to Last: A Study in Pauline Theology (London: Black: New York: Scribners, 1962), 31: 참조, Kasemann, E., “The Faith of Abraham in Romans 4” in Perspectives on Paul (London: SCM Press; Philadelphia: Fortress, 1971), 86. Gary Burge, 『예수와 땅의 신학』 재인용 166.

[5] Gary Burge, 『예수와 땅의 신학』, 170.

[6] 이필찬, 『이스라엘과 교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372.

[7] 톰 라이트, 바울의 복음을 말하다. 최현만 역, 201.

[8] Gary Burge, 『예수와 땅의 신학』, 170.

[9] Seyoon Kim, “N. T. Wright, Paul: A Biography (Sanfransico: HaprerOne, 2018)에 대한 논평”, 『칭의와 하나님의 나라』, (서울: 두란노, 2020). 204-205. 라이트는 바울이 아라비아에서 이방인의 사도로서 3년 동안 선교사역을 펼쳤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김세윤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나는 바울이 나바티안 왕국(아라비아)의 이스마엘 자손들에게 선교했다는 나의 이론이 바울의 선교를 아브라함의 종말론적 가족을 창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려는 라이트의 노력을 멋지게 지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10] Seyoon Kim, “N. T. Wright, Paul: A Biography (Sanfransico: HaprerOne, 2018)에 대한 논평”,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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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남 | 아신대학교(ACTS) 선교대학원 교수 및 GMS 아랍권 선교사(천안장로교회 파송. since 1989). 그의 책으로 『이슬람과 메시아 왕국』CLC, 2009)과 아랍권 및 이슬람권 선교와 관련된 여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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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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