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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생존모드 vs. 생명 모드

▲ 비커밍교회가 있는 서울 인사동 거리 ⓒ 오영철

2021년 한국교회의 중요한 도전은 미래의 생존 가능성이다. 심각한 한국교회의 교인 감소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분명해진다. 2010년 이후 10년 동안 한국교회 최대 두 교단의 교인 감소 비율은 거의 18%이다. 장로교 합동측이 2010년에 295만 명에서 2020년에 238만 명으로, 통합측은 285만 명에서 239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두 교단이 10년동안 각각 57만 명과 46만 명을 합하여 103만 명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두 교단의 교인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생존의 위기이다.

감리교회 총회 장정개정위원회 위원장은 감리교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표현하였다.

“감리교회가 처한 상황을 보면 ‘개혁’이라는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다. 감리교회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혁 입법이 아니라 생존 입법이 필요하다.”

이런 현상은 심각한 질문을 하게 한다. 하나님의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란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공동체이다. 그런데 그들의 관심과 토의 주제가 생존의 가능성이다. 너무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고민하게 된다. 한국 교회는 미래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 방문한 ‘비커밍 교회’는 이런 질문 속에서 교회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 시대에 교회개척’을 하였기 때문이다. 비커밍 교회는 2021년 4월에 개척했다.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이다. 인사동의 한 까페에서 시작된 비커밍 교회는 6월에 현재 장소를 알게 되었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7, 8월에 코로나 4단계가 되면서 대면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9월이 되어야 대면 예배를 드리는데, 수용인원의 10%만 참석할 수 있다. 인사동은 주택가가 아니라 거주인들이 많지 않다. 이것은 교회 개척에서 하지 말아야 할 요소들이 뭉쳐져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비커밍 교회를 개척한 박정윤 목사의 고백은 놀랍다.

“개척의 은혜가 너무 커서 힘들고 어려움보다는 너무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을 뵙고 하나님의 기적, 교회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9월 말에 나눈 카톡의 내용이다. 그리고 오늘 만닜다. 6개월 밖에 안되는 짧은 개척교회이지만 생명의 드라마가 깊게 흐르고 있었다. 교회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기적을 나누고 싶었다.

‘비커밍 교회’는 인사동 주변부의 약한 공동체이다. 1년도 안된 연약함의 요소가 겹겹이 겹쳐 있다. 위치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 지하 2층에 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교회 간판도 없고 흔한 십자가도 없다. 주일 오전에만 세워놓은 교회 배너가 유일한 교회 표지이다. 인사동의 자그만 상가보다 인지도가 낮다.

그 주위에 조계사가 있다. 1395년에 세워진 조계사는 한국 불교안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근처에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있다. 상해 임시정부와 한국의 독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인사동은 많은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들리는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그에 비하면 비커밍 교회는 그야말로 눈에 띄지 않은 존재이다. 아니 아예 없는 존재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신비하다. 연약한 공동체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척자인 박정윤 목사의 확신 있는 고백이다.

“우리 개척멤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자연스럽게’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고 상황을 자연스럽게 인도하셨습니다.”

이 고백 속에는 비커밍 교회가 어떻게 준비되고 시작되고 이어져왔는가를 말해 준다.

“갤러리 주인인 회장님은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선교적 교회’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교적(Missional) 이란 의미는 다음과 같다.

시설을 빌려준 분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아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세워진 갤러리에 교회를 위한 계약은 전혀 상업적이지 않았다.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주일 학교를 위한 공간도 적당했다. 목회자를 위한 사무실도 그냥 사용하도록 허락받았다. 그리고 생명이신 예수님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인도하셨기 때문이다.

“선교하시는 예수님과 연합하여 성경적 건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당신이 속한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선교사의 태도이다.”

예수님과 연합한 성경적 원리와 더불어 지역 사회와 분리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비커밍 교회는 선교적 교회의 내용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음을 본다. 지역과 소통하며, 지역과 더불어, 지역속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교회가 그 지역에 거치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의 한 공동체로서 존재를 소망한다.

주차장도 거짓말처럼 해결됐다. 그 지역 특성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예배 후 교제할 장소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 지역과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기는 지역은 온라인으로 확장됐다. 온라인을 통한 3분 메시지를 통하여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를 접근한다. 그 메시지를 듣고 찾아온 자매도 있다. 온라인을 통하여서도 생명 나눔은 계속된다.

코로나 시대에 교회 개척이 가능한 중요한 원인은 서울드림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교회는 단지 개척자를 파송하고 지원하는 정도가 아니다. 개척하고자 하는 목회자를 소개하고 광고하도록 한다. 교인 중에서 원하는 교인들은 개척하는 교회에 참여하도록 격려한다. 실제로 서울드림교회의 성도들이 개척준비부터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대형교회를 이루어 이름을 크게 내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생존 모드가 아니라 생명 나눔 모드이다.

서울드림교회의 중요한 사역원리는 건물이나 재산을 세우지 않고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그 원리가 비커밍 교회의 출발에서부터 흐른다. 교회당 건축은 미래에도 옵션이 아니라고 한다. 기대하는 비전이 있다. 생명의 재생산이다. 중 대형교회를 꿈꾸기 보다는 나눌 때가 되면 분립 개척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였기에 그런 비전을 꿈꾼다.

코로나의 위기 상황은 복음이 더욱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음이란 시대나 상황을 초월한 영원한 생명 나눔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생존에 대한 심각한 염려가 큰 강물처럼 밀려온다. 나타난 통계와 수치를 보면 합리적인 관점이다. 그렇지만 기독교는 가장 위기시대에 하나님의 능력을 더 잘 보여왔다. 인력이나 재정 능력을 초월한 것이 하나님 나라이기 때문이다.

비커밍 교회는 어려운 시대에도 성공하고 있는 개척교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가 여전히 세워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대교회는 로마시대의 주변부였다. 생존조차 버거웠던 초대교회는 제국 로마를 변화시켰다. 주변부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증거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지금도 동일하다. 비커밍 교회는 예수님의 선교적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세상 속에서, 세상과 분리되지 않아야 함을 노력하고 있다. 생명 되신 예수님께서 여전히 그들과 동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형교단들’은 미래의 생존을 걱정한다. 인사동의 ‘미력한 비커밍 교회’는 생명의 기쁨을 노래한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그림은 교회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교회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위해 이 땅에 존재한다. 비커밍 교회의 짧은 교회개척 이야기가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은 보여준다. ‘생존’이 아니라 ‘생명의 역동’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보여주는 비커밍 교회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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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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