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전도지를 건네고 받으시는 분들 옆에 계속 같이 올라갔다. 계단 끝에 도착할 때까지 혀가 꼬이기도 했지만, 주님이 말하게 하시는 내용들을 순종하며 선포했다.
“나 스스로 죄를 끊을 수 없었던 우리에게 지옥의 심판에서 건지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분 안에서만 진정한 죄로 부터의 구원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진정한 참 행복과 만족이 있습니다.”
“죄로 인한 두려움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신 기쁜 소식이 내가 되어 죽으신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만 있습니다.” “내가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함께 부활한 생명임을 믿기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등등.
전도지를 나눠드리며 말했더니 어떤 할아버지는 “내가 신이다!”, 어떤 분은 “나 대학 다녀서 다 알아!” 라며 짜증을 냈다.
어떤 분은 활짝 웃으시며 “저 교회 다녀요. 그런데 하나님 어머니를 아시나요?” 라고 되물었다. “저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이심을 믿습니다.” 이야기 했더니 얼굴이 싸늘해진 채로 “그럼 됐어요.” 하고 총총 사라지는 분.
나의 얼굴을 혐오스럽게 쳐다보며 “나 불교 믿어요, 아무 종교나 다 좋지 뭘 그래요” 말하는 사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 사람에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다 내게로 오라 주님 말씀하십니다. 그 분 안에만 참 평안이 있어요.” 말씀드렸더니 조용히 전도지를 받고 읽으며 가는 사람.
복음을 전할 때마다 부끄럽고 어색한 마음은 사라지고, 전하면 전할수록 담대히 복음을 전하게 하시는 주님을 경험했다. ‘복음을 하나 같이 열이면 열 귀담아 듣지 않으려는 이들의 영혼이 오늘도 돌아오기를 주님은 바라시는 구나. 배도 고프고, 덥고, 빨리 짐이 있는 베이스로 가고 싶은 마음이 순간 들었지만 주님이 나를 위해 오랜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셨는데 주를 위해 복음 전하는 이 몇 시간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해서 돌아가고 싶어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공원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말씀기도와 숙소로 정하고 짐을 풀고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허락하셨다. 다양한 고백과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교회를 섬기는 성도로서 갇혀 있었던 나의 시야들과 생각을 깨뜨리셨던 시간이었다.” “교회의 한 몸 된 지체들간의 교제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틀에 매여 하루가 진행되는 것 같다.” “이동이 너무 잦아 힘든 건 사실이다. 한 곳에 정착해서 직접 집으로 들어가서 전도도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이번 아웃리치팀으로 명명된 ‘반석교회’ 성도 간에 교제함이 부족했던 점과 정해진 일정표의 틀에 매여 있었던 점을 보게 하셨다. 충분한 양식 없이 이동이 잦아 아이들을 비롯한 지체들의 몸이 많이 지쳐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때라도 보게 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는 이런 생명력으로 움직이는 교회이기에 아멘하고 즉시 순종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머물게 하신 이 장소에서 주님이 옮기게 하실 때까지 머물기로 결정하고, 1시간 정도 정탐했다. 주위의 마을 상황을 파악한 후 돌아와 정탐한 내용을 나누고 어떻게 어느 쪽으로 전도하러 나가면 좋을지 기도하며 결정하기로 하였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누구의 권위로 내려진 지시나 명령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가 아닌 십자가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한 마음으로 모아진 의견에 함께 어떤 불만도 내세우지 않고 순종하여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교회가 생명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경험하게 되었다.
다들 배고픔과 체력의 한계가 절정에 달했다. 내일 전도 나갈 힘조차 다 소진된 상태였다. 그날 저녁, 주님이 엘리야의 까마귀를 보내주셨다. 따뜻한 찐 감자 한 봉지와 복숭아 3개, 자두 4개. 우리가 묵고 있었던 정자에 놀러 오셨던 할머니 중 한 분이 주신 것이다.
이 엘리야의 살아있는 까마귀를 경험하면서 반석교회 모두가 감동했다. 배고픔을 해결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억하고 계심을 경험하였기에 눈물이 났다. 주님이 살아계셔서 우리를 아시고 돌보심을 찬양했다.
다음날 아침. 감자로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오전 내내 다들 쓰러져 누워있다 배고프면 물마시고 또 다시 누워있음을 반복했다. 예찬이가 자꾸 배고프다고 엄마에게 징징거리는 것을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기도만 하며 있어야 하는 상황들…
육체적으로나 존재적으로 가장 소망 없는 절망의 끝을 경험하고 있던 그때, 문득 팀원들 한분 한분이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만이 자신의 유일한 만족임을 고백하는 그들. 세상에서는 비천한 것처럼 보이나, 주님의 한없는 은혜를 입고 사는 행복자임을 눈물로 고백하는 그들. 어떠한 화려한 집보다 초막보다 주님이 좋다고 고백하는 그들. 살아계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인도하시는 어느 곳이든 그곳이 하늘나라임을 고백하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정말 이런 동역자들이라면 평생 함께 해도 행복하겠다…” 종신토록 하늘 가족으로 함께 할 지체들이 이런 믿음의 동역자들 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주님께서 만나게 해주신 믿음의 공동체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귀한 보화들이었는지를 ‘야다’(히브리어 ‘체험하여 알다’는 뜻. 편집자)하여 알게 하셨다.
교회개척 할 때 필요한 게 뭐냐 누가 물으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돈? 아니요. 건물? 아니요. 다른 것 필요치 않아요. 진짜 필요한건 주님을 향한 절대 믿음!” 어떤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교회를 세우시는 분은 주님이라는 이 확신 하나로 믿음의 순종 내어드리기만 하면 주님이 반드시 주님의 때에 주님 수준으로 교회를 세우실 것이다. 이 믿음 하나면 충분하다!
열흘 남짓한 아웃리치 기간 동안 복음을 듣고 회심하여 주께 돌아오는 성도들과 교회가 대구 땅에 세워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돌아올 때에도 믿음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전해도 듣지 않는 영혼들 속에 과연 열매가 맺어질까? 열매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의 때가 이르면 내가 거두는 것이 아닌 주님이 거두심을 끝까지 신뢰하며 대구 땅을 주께 올려드렸고 그리고 교회개척 전도여행을 마무리하며 돌아오게 하셨다.
주님이 하셨다. 주님께만 이 모든 영광 올려드린다. [복음기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