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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청교도 복음주의 신학자 제임스 패커가 남긴 신학적 유산 8(끝)

제임스 패커. 사진: 유튜브채널 TS4M 캡처

기독교학술원장이자 샬롬나비 상임대표인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가 지난 7월에 소천한 금세기 최고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현대판 청교도’로 불리는 제임스 패커의 신학과 그의 신학적 유산에 관해 정리한 기고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4) 개혁주의적 성결론

<1> 오늘날 복음주의 성경론 진단

패커는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이 분주함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성결을 상실한 것을 지적한다. 그는 오늘날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성결이 빛을 잃은 이유를 네 가지 제시한다.

첫째,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와의 논쟁에 몰두하여 복음주의자들은 성결에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와 대결에서 성경적 믿음을 변호하기 위하여 애쓰니 지난날 청교도 선조만큼 열정적으로 성결 추구하지 못한다.

둘째, 승리의 삶, 완전한 성화, 제2의 축복 등의 성결의 가르침에 환멸을 느낀다. 이러한 주제들은 오늘날 신자들의 이해에 있어서 갈등이 많고 신자들의 일상적인 복잡한 삶에 실현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본다.

셋째, 재능있는 자들이 다른 주제를 다루어 상당수가 성결에 대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

성결을 다루기 위한 성경적 통찰, 신학적 깊이, 인간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넷째,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민감하지 못하다.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은 하나님의 거룩하심,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 죄를 오염으로 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사랑과 친하심에만 치중한다.

패커는 성결의 퇴보에 대해 한탄한다: “성결이 이렇게 복음주의의 커다란 걱정거리가 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는 사실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복음주의의 놀라운 진전들이 성결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이다.”

<2> 개혁신학적 성결론의 기본 7가지 원칙 제시

패커는 성결의 본질, 배경, 뿌리, 주체, 체험, 규칙, 핵심을 밝히면서 성결론의 기본 일곱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성결의 본질은 헌신을 통한 변화다. 성결은 그리스도인이 평생 실천해야할 회개의 또 다른 측면이다. “영적 성결은 우리의 인격을 하나님의 양자(養子)라는 특별한 새 지위에 걸맞게 바꾸는 작업이며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완전하게 다듬는 일이다.”

둘째, 성결의 배경은 그리스도를 통한 칭의다.

셋째, 성결의 뿌리는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하는 것이다.

넷째, 성결의 주체는 성령이다.

다섯째, 성결의 체험은 갈등의 체험이다. 패커는 신자 안에 거하는 죄를 인정한다: “우리 안에 거하는 죄는 유혹과 기만, 광기 등의 형태를 띠고, 하나님을 거역하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방출해서 우리가 ‘전적 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게 한다.” 여기서 패커는 승리주의적 성결론을 배격한다. 패커는 성결에 대한 완전주의 주장을 도피주의적 망상으로 간주한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간에 세상에서 성결을 추구함으로 갈등에 벗어 날 수 았다고 하는 모든 발상은 도피주의적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패커가 웨슬리의 완전한 은혜에 대하여 제동을 걸고 개혁신학적 이해를 분명히 한 것은 성결론에 있어서 바른 이해의 제시이다.

여섯째, 성결의 규칙은 하나님이 계시한 율법이다.

일곱째, 성결의 핵심은 사랑이다.

여기서 패커는 성결에 대한 회의주의적 포기에 빠지거나 완전주의적 환상에 빠지지 않고 개혁신학적 균형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패커의 성결론은 개혁신학의 전통, 어거스틴, 루터, 칼빈, 낙스, 오웬, 에드워즈의 입장에 서고 있다고 본다.

XIV. 양성 평등 천명 및 동성애 비판

패커는 오늘날 구미교회가 이성(異性)애와 이성 결혼에서 벗어나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는 가운데서도 정통적인 양성 역할을 강조하는데 충실했다.

패커는 성경적 남성과 여성 역할에 대한 상보주의적(complementarian) 관점을 제시했으며 남성과 여성에 관한 자문위원회(the advisory board of Council on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 위원으로 봉사했다. 그는 젠더의 역할(gender role)에 대하여 남편이 사랑스럽게 리드하고 그의 아내를 위하여 보호하고, 아내는 즐겁게 남편이 제공하는 리더십을 인정하고 복종하는 젠더의 역할을 제시했다. 상보주의자로서 패커는 남편이 교회에서 리더하는 우선적 책임을 지니며, 남성만이 장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91년 패커는 “여성을 장로 만드는 것을 멈추자”(“Let’s Stop Making Women Presbyters”)라고 라는 영향력 있으나 논쟁적인 글로 그의 입장을 개진하였다.

필자는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있어서 패커의 입장은 너무 편협하며 성경적이 아니라고 본다. 구약의 드보라 같은 여 사사(士師), 신약에서 안나 같은 여선지자의 경우를 본다면 여성도 교회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님이 성령으로 은사를 주시면 여성도 얼마든지 목회자와 장로로서 설교와 행정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 목회자와 장로는 남성 목회자와 장로와는 다른 영역에서 사역함으로써 서로 갈등을 빚지 않고 상보적(相補的)으로 사역을 할 수 있다. 교회의 신자들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목회자와 장로들의 역할이 다양하게 있다.

패커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하였다. 결국 2002년 밴쿠버의 뉴 웨스트민스터 교구 성직자 회의(synod)에서 동성결혼을 주례한 자의 주교됨을 인정했을 때, 패커는 이를 반대하는 다른 목사들과 함께 그 회의장을 도중에서 나왔다. 캐나다성공회(ACC)가 동성결혼에 찬성했을 때 그가 속한 교회가 ACC를 탈퇴하고, 그의 성공회 주교 면허를 반납한 것은 최후의 청교도로서의 마지막 신앙 행위였다.

XV. 가톨릭 교인들과의 대화와 연합 노력

패커의 삶 속에서 한 가지 논쟁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그가 1970년 가톨릭과 대화하고 연합을 시도하여 책을 출판하고 1994년 ‘ECT 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1994년 ‘ECT 문서’는 1970년대 가톨릭과 복음주의 협력 운동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프랜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와 그의 아들 프랑크 쉐퍼(Frank Schaeffer)를 촉구하면서 제리 포웰(Jerry Fawell)에 의해 창립된 도덕적 다수자(Moral Majority)운동과 같은 준(準)교회기구에서 일어난 미국에서의 더 큰 에큐메니칼 화해(a larger ecumenical rapprochement)의 일부였다. 패커는 1970년 책 출판 사건으로 선배 복음주의 동료인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 1899-1981)와 결별 당하고 1994년 사건으로는 비판을 받아 그의 동료들로부터 굉장한 논쟁에 휘말린 일이 있었다. 특히 『복음주의와 가톨릭 함께: 공동선교를 향하여』(Evan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 Toward a Common Mission)(ECT) 라는 책에 대한 패커의 동의와 관여는 후배 복음주의자들로부터 강하게 비판을 받았다.

1966년 10월에 마틴 로이드-존스는 ‘복음주의자들의 전국 회의(the National Assembly of Evangelicals)’에서 영국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한 교단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존 스토트는 거부하였다. 그리하여 영국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었다. 1966년 성공회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와 마르틴 로이드-존스의 분열 후 패커는 1970년 복음주의자인 패커와 콜린 부하난(Colin Buchanan)이 영국 천주교인들(Anglo-Catholics)과 함께 『연합으로 위한 성장: 영국에서 연합된 교회 형성을 위한 제안들』이라는 책을 내었다.

이때 로이드 존스는 패커와의 관계를 끊고, 복음주의 잡지 이사회에서도 물러나게 하고, 그들이 20년전 함께 시작했던 청교도 컨퍼런스(the Puritan Conferences)를 중단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이드 존스는 비판적인 교리적 이슈에 대한 많은 성경적 근거가 양보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여기서 마르틴 로이드 존스는 가톨릭과의 대화에 있어서 너무 옹졸함과 교리주의적 측면에만 갇혔다고 본다.

이 문제가 매우 복잡한 것은, 패커는 가톨릭과의 대화에서 그가 강조한 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의 칭의 이해에서 조금도 물러선 이해를 표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에 패커 등이 개혁신학적인 칭의 이해에서 물러섰다면 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칭의 이해에 있어 개혁자들의 이해가 성경적 입장이라는 것이 아주 확고하기에, 함께한다는 것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운동 같은 데서의 함께함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는 것이다.

패커는 그 사건으로부터 다시 24년 이후인 1994년 미국 복음주의 평신도로 교도소 선교회 사역을 하는 찰스 콜슨(Charles Colson)과 가톨릭 신부요 뛰어난 공적 신학의 선구자인 리처드 노이하우스(Richard J. Neuhaus) 등과 함께 가톨릭 교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문서에 서명하였다. 이를 설명하는 내용의 책을 편집하여 낸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 교인들이 함께: 공동의 사명 수행을 위하여(Evan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1994) – ECT: Toward a Common Mission)』라는 책에 기고하고 일정한 영역에서 복음주의자들과 천주교인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였다.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 교인들이 함께(Evangelical and Catholic Together(1994)’ 신앙고백을 한 문서인 ECT 문서는 척 콜슨(Charles Colson)이 중심이 되어 21세기를 맞이하는 복음주의와 가톨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합의한 선언문이었다. 패커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지했고 이에 대하여 다른 복음주의자들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하여 가장 강력히 반대하면서 이의를 제기한 복음주의자들은 제임스 케네디(D. James Kennedy), 존. F. 맥아더(John F. MacArthur), 그리고 R. C. 스프로울(Sproul), 존 안커버르그(John Ankerberg) 등이었다. 이들 복음주의자들은 이 선언이 신학적 동의를 요구하는데 있어서 “너무 멀리 나갔으며,” “그릇된 방향으로 걸음”이라고 비판하였다. 로마 가톨릭은 트렌트 공의회(the Council of Trent)에서 ‘오직 믿음’(sola fide)을 정죄하고 이 정죄(anathema)를 해제하지 않았다. ‘오직 믿음’(sola fide)은 복음주의와 가톨릭을 신학적으로 근본적으로 분리하는 복음주의 신학의 근본적 특징(a fundamental distinctive)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이 선언이 복음에 대한 공동헌신 공포를 착각하게 하고, 복음을 문제거리로 만듦으로써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양보함으로써 절대적 진리를 공격한다고 비판하였다. 이 문서는 진리 이슈에 대한 우리 시대 문화의 최소주의자들의 접근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퇴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사회적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운동 같은 데서의 함께목소리를 내는 것는 맥아더나 스프로울이나 케네디도 동의하는 바이다. 질문의 핵심은 복음주의와 천주교 사이 신학적인 일치가 있다고 말하고 서명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많은 분들은 사용된 용어가 명료하지 않아 각기 다른 식으로 이해하면서 같이 한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 패커는 신자들은 기독교로 결신자를 얻기 위하여 교단적 차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ECT를 변호하였다. 필자는 패커가 이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복음주의와 가톨릭의 화해할 수 없는 차이점을 무시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패커는 칭의 교리를 확고하게 믿고 있다. 다만 교리적 영역이 아닌 윤리적·문화적 영역에서 복음주의자가 가톨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을 뿐이라고 믿는다.

맺음말

제임스 패커는 93년 생애 중 70년을 저술 활동과 교수 사역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고 기도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성령 안에서 하나남과 동행하고 자신의 죄와 싸워 거룩함과 회개를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성경의 무오한 권위를 변호하고, 청교도 신앙과 인물들을 20세기 성도들에게 소개했다. 제임스 패커는 성공 윤리를 거부한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인생 자체가 성공담이다. 2005년 타임스 잡지는 패커를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명 중 한 명으로 지명했다.

패커는 그의 출판물과 연설을 통해 알려진 대로 청교도 학자로 유명했지만, 그는 헌신적인 성도였으며, 기본적으로 미래의 목회자 교육 양성과 가르침에 힘썼고, 교회위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생애 후반부 25년간, 패커는 오늘날 기독교(CT) 잡지를 통해 종종 문화 비평 주제를 다루는 수필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노년의 패커는 2015년 성탄절 즈음 황반변성으로 실명했는데, 당시 TGC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하나님은 자신이 하시는 일을 다 알고 계십니다. 저는 실명을 하나님의 사인으로 받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록 자신이 눈은 멀었지만 여전히 천국을 향한 여정에 있음을 인정했다. 시력을 잃은 후 한 교회에서 인터뷰에서 그는 “나이듦은 하나님이 더 나은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준비하는 방법이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살아가자”고 말했다.

패커는 종교다원주의와 세속주의의 물결이 편만한 가운데서 복음주의 가치 수호에도 앞장 서, 동성결혼에 찬성하던 캐나다 성공회(ACC)에서 탈퇴했으며, 자신의 성공회 주교 면허도 반납했다. 그는 옛 청교도의 정신을 본받아 오늘날 청교도의 사명을 다하고자 하였다. 그의 사망 소식은 재직 중이었던 캐나다 벤쿠버(Vancouver) 리젠트 칼리지(Regent College)에 의해 공개됐다. 리젠트 칼리지 측은 “그는 보석과 같은 교직원이었다”면서 “그의 초점은 항상, 그리스도에게 있었다. 그는 매일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부상을 입었음에도 무릎을 꿇고 기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TGC(The Gospel Coalition)에 따르면,

제임스 패커에게 교회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방법으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Glorify Christ every way.”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패커는 하나님을 노래하며 그분께 기도하지 못하게 하는 신학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복음주의 신학계의 대표 신학자로서 타임지가 발표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패커는 성경과 성령 등 교리적 주제에서 거룩한 삶과 기도 등 신앙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글을 써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옥스포드대 신학부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평가한 바같이 패커는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한, 신학과 삶을 통합한 신학자”(theologizer)이다. 패커의 삶 속에서 그의 신앙, 인격, 신학적 성찰이 하나를 이루었다. 이것이야 말로 21세기를 함께 살아온 그리스도인으로서 어거스틴, 루터, 칼빈, 낙스처럼 오늘날 개혁주의적 복음주의 신앙인들에게 물러준 위대한 유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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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 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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