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에서 은혜롭게 선교보고를 마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선교지로 돌아왔다. 다음세대 선교사로 헌신하고 열방에서 단기선교의 마지막 해를 잘 보내리라 다짐하며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네? 코로나요? 이곳은 아직 괜찮아요. 한국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한국 걱정만 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우리 팀은 한국보다 더 큰 현실에 부딪히고 말았다. “계엄령이 선포되었습니다. 외출을 자제해 주시고 집에 머물러 있으세요.” 처음에는 당황했다. 이곳에 코로나가 퍼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계엄령이라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 비상식량으로 쌀과 밀가루를 10kg 넘게 사다놓고 어찌됐든 잘 생존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다. 학교 수업도 쉴 수 있었고 밖에도 나가지 않으니 집에 쉬는 느낌이었는데 일주일이 넘어가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우리 팀은 휴교된 안전한 대학교의 기숙사로 옮겼다. 그곳에서 매일 짧은 노동과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선교지에서 내가 가졌던 마음은 ‘생존하자’였다. 지켜줄 사람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는 곳에서 함께 있는 지체와 잘 생존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러나 ‘내 생각대로’ 생존했다. 그로 인해 팀의 불화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많이 답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럼에도 난 적당히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즈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모임에서 주님은 선교지에서의 나의 태도가 믿음이 아니었노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범사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그분에게 주도권을 내어드릴 때 하나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계획하고 주장하고 나의 의견을 반영하려 했을 때의 결과는 팀의 불화였다. 하지만 하나님을 인정하고 “아버지의 뜻이 나에게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라고 구할 때 그분은 친히 그 길을 지도해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제 한국에서 믿음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주님이 주신 마음을 따라 고려인 다음세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을 대하며 어려움도 있었으나, 이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기도할 때 말씀을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을 주셨다. 이제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 분의 뜻을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 말씀의 자리로 나아간다. 아직 믿음의 근육이 부족하지만 매일 하나님께 구하고 하나님과 깊게 교제하면서 그 주님을 다음세대에게 전하고 싶다. 주님이 친히 내 길을 지도해주실 것을 믿는다. [복음기도신문]
김지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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