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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통신] 5년 동안 한 번 성찬식을 가졌습니다

▲ 카렌 난민의 성찬식(통신원 제공)

‘신학함’이란 굳이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된다. 신앙이란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들 상황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그 신앙을 설명해 주고 더 깊게 하나님을 만나도록 하는 것이 신학이다. 이렇게 볼 때 신학을 학문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평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평범한 신자들의 이해와 고백들 속에 깊은 신학의 의미가 녹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평의 카렌 난민 공동체 교회의 운영위원장 ‘떼인져’의 고백이 그런 경우이다.

“5년 동안 한 번 성찬식을 가졌습니다.”

짧은 그의 고백 속에는 그들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신앙의 유산이 표현되었다. 그는 2015년 12월 23일 한국 정부가 ‘재정착 프로그램’으로 처음 초청한 4가족 22명의 카렌 난민 중 한 명이다. 한국에 온지 이제 거의 만 5년이 되었는데, 성찬식을 한번만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적어도 1년에 두 번 정도는 성찬식을 한다. 그런데 5년 동안 한 번밖에 갖지 못했을까?

그 성찬식을 내가 인도하였기 때문에 그 배경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2년여 전에 한국 방문하였을 때 처음으로 부평의 카렌 난민 공동체를 방문하였다. 방문하기 전에 담임하는 목회자에게 몇 번 부탁을 받은 것이 있다.

“오시면 꼭 성찬식을 인도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당시 처음 온 난민들이 도착한지 2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성찬식을 갖지 못하였다. 성찬식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주위에 목사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볼 때 그들을 위한 성찬식을 인도할 만한 목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성찬을 인도할 목사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내가 그 목사라는 것은 그들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목사’ 자격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오늘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학력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인격과 사회생활, 그리고 가정생활과 목회자로서의 사역의 결실을 본 후에 결정한다. 목회자가 된지 보통 10년 이상 지켜본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의 목회자는 목사가 되지 못한 채 전도사로 은퇴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사 안수를 받는 경우들이 제법 있다. 많은 선교단체들이 카렌과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성찬식을 인도하도록 허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 선교사가 세운 단체의 대표를 지낸 목회자를 보면 이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오랫동안 그 단체와 일을 하였고 그 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가 되었다. 대표가 되기 전에 한국 선교사가 주도하여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 단체가 문제가 되어 나왔다. 그리고 카렌침례총회의 교회에서 목회하게 되었다. 목회자로서 주어진 역할을 할 수는 있었지만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성찬식과 세례식이다. 그것은 그 공동체가 허락해주지 않았다. 아직 목사로서 자격이 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그 목회자 한 명뿐이 아니다. 이와 동일한 경우를 여러 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이 볼 때 성찬을 인도하려면 그 자격을 갖추어 한다고 보았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며 그의 피와 살을 나누는 의식은 너무 소중하다. 그러므로 그것을 누구에게나 집전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의 ‘신학함’이다. 그들의 신앙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집단적인 약속이다. ‘목사’라는 자리가 그들이 볼 때는 보통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목사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목사들을 섬기고 대접한다. 그리고 목사들은 그 자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독특한 자부심이 있다.

이런 면에서 유명한 선교학자 앤드류 웰즈의 주장은 선교사들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토착화 원리란 각 공동체가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자기네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확증이다.”

그들은 교회의 의식들을 신앙의 유산으로 물려주고 있다. 그것은 성경과 그들의 상황 그리고 교회의 경험이 조합된 것이다. ‘목사’라는 자격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 교단이나 단체의 목사에게 쉽게 부탁을 하거나 요청하지 않는다.

그런 소중한 자리에 나도 끼워주었다. 나는 카렌 목사와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자격이 없음을 안다. 인격이나 삶 그리고 신앙과 목회자의 경험 등에서 그들의 시험과 통과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들의 목회자였다면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단지 그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 목사 선교사이기 때문에 목사로 대접해 준 것이다.

“2년여 전 오 목사님이 성찬을 인도하여 주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에도 꼭 다시 한 번 성찬을 인도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성찬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부탁한다. 2년여 만에 성찬식을 인도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춘 목사를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그런 대상이라는 것이 과분할 따름이다.

‘신학함’을 생각한다. ‘신학함’이란 일반 신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더 혼미해질 수 있다.
‘신학함’이란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신학을 할수록 하나님의 크심 앞에 더 겸손하고 낮아져야 한다.
‘신학함’이란 신학교의 교수를 위한 학위 과정만이 아니다. 만약 신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하나님과의 경험이 더 멀어지게 되었다면 그 신학은 진정한 ‘신학함’이 아니다.

카렌 난민 교회공동체의 한 성도의 고백은 ‘신학함’의 참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성찬식에 대한 사모함이다. 그리고 그 의식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서 적합한 인도자를 찾고자 하는 자세이다. 그리고 그 의식을 인도하는 목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통하여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사랑에 대한 그들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였지만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그 표현은 가볍지가 않다. 이것이 진정한 ‘신학함’의 한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무익종(본지 통신원)>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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