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화요일 새벽 4시경, 규모 6.4의 강진이 알바니아 수도와 인근 두러스(Durres)와 수마네(Thumanë) 지역을 강타했다. 1926년 이후 이곳에서 발생한 최강 지진이다.
이번 지진은 사람들이 깊이 잠든 시간에 발생, 대피할 겨를도 없이 무너져버린 건물에 바로 매몰돼,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큰 상황이다. 참고로 2017년 한국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4였다.
사고 직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매몰자 등 피해 소식이 계속 보고되는 가운데 사고 3일 째인 29일 현재 49명이 사망했고 약 650명 정도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건물 잔해를 정리하는 가운데 사망자 수가 추가확인 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첫 강진 이후 100여 차례 넘는 여진 속에 규모 5.1∼5.4 사이의 비교적 강한 여진으로 인해, 공포감와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 해 100여 명이 부상했으며, 주택 수백 채가 파손된 바 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알바니아 정부는 28일 예정된 107주년 독립기념일 행사 전면 취소 및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터키 등 이웃 국가들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9월에도 규모 5.8 강진으로 수백채 파손
필자는 사고 직후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불과 25km 거리인 수마네 지역을 방문했다. 이곳은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 중 2/3이상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구조 인력들이 붕괴된 현장에서 추가 생존자를 찾고자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붕괴돼 형체를 알 수 없거나 벽들이 무너진 곳, 출입이 통제된 곳, 추가 붕괴가 예상 되는 곳 등 피해가 컸으며 무엇보다 현장 둘러보는 중에 계속적으로 여진이 있어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여러 구호 단체와 교회, 그리고 국내외 언론사들이 들어와 상황을 파악하고 돕고 있다. 이재민을 수용한 텐트 상황으로는 음식과 물, 의복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이다. 하지만 텐트 내에 메트리스가 부족하거나 이미 추워지고 습기가 가득한 바닥에 올라오는 찬 기운에 버티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 취재진과 NGO의 방문에 무작정 도움을 청하거나 일부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러스 이재민 수용 시설이 그러하듯 지진 피해와 실질적으로 거리가 먼 일부 집시들이 들어와 이재민 인척하며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모습을 또한 볼 수도 있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통제와 사고 현장 사이에 혼선도 있는 가운데, 지난 1998년 코소보 사태로 피해를 입고 알바니아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코소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형제국가인 알바니아를 직접 찾아와 이번 지진 사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돕고 있다. 이로 인해 두러스쪽 피해자들중 상당수가 코소보 정부 도움으로 다른 북쪽 도시의 호텔이나 코소보 내의 호텔로 옮겨졌다.
코소보를 비롯, 세계 각국의 지원팀 현장에서 도움의 손길
피해 규모와 사망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혹시 모를 기대를 가지고 한 사람의 생존자라도 더 찾고자 매몰 지역에서 각국에서 온 구조대원들이 지금도 애를 쓰고 있다. 또한 주변국의 인도적 재정적 지원과 터키에서 임시 가옥 500개를 지원하겠다는 소식, 그리고 한국 정부에서도 30만 달러를 인도적 차원에서 보낸다는 감사한 소식도 접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집과 교회는 모두 안전한 상태다. 새 건물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해 계속되는 여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집에 들어와 있다. 도리어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로 저희에게 찾아온 더 심각한 더러스 피해지역 사역 선교사들을 교회 게스트룸에 머물게 하며 섬기고 있다.
소식을 보내기 위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집에서 계속 여진을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원지 가까이에 있을 시민들이 느낄 공포심이 염려도 된다. 밖에는 차가운 겨울 비가 매일 밤마다 거침 없이 쏟아지고 있다. 속히 한 명이라도 더 생존자를 찾고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복구가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요청한다. (알바니아=주준성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