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호 / 믿음의 삶]
처음 기도훈련학교에 참석했던 날이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삶의 의욕도 없고 매사에 신경질적이었습니다. 첫날 훈련학교 면접을 볼 때 나는 선교사님에게 어쩔 수 없이 오늘만 참석하기로 했을 뿐, 이 학교를 다닐 마음이 없다고 했습니다. 선교사님은 일단 오늘 하루만 참석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하셨습니다. 내 계획대로 순조로운 출발이었습니다.
사실 나처럼 믿음 없는 놈에게 기도훈련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있는 분들과 차원도 다르고 민폐만 끼칠 게 뻔했습니다. 나는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첫 강의는 지루하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쉬는 시간까지 못 기다리고 주머니 속 자동차 키를 만지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던 순간, 강사님의 한 마디에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이 말씀이 내 몸 속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볼까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말 나 같은 죄인 때문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는 게 믿어졌습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다 하고나니, 다음 주가 기다려졌습니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나자 그 마음은 식어버렸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하겠다고…. 이정도도 잘 한 거라 생각하며 학교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훈련 장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날 강의로 또 제 마음을 건드리셨습니다. 이렇게 한 주 한 주 계속 이끌려갔습니다.
한 주 한 주 감동에 이끌려
주님은 요리조리 빠질 궁리를 하며 뺀질거리는 저를 한 집회장소의 엘리베이터 섬김이를 시키시면서 마음의 무장해제를 시켜주셨습니다. 인파 속에서 헤매던 할머니를 안내해드리기 위해 앞장서 가고 있었는데 고맙다고 웃으시며 따라오시던 할머니가 제 뒤에서 손을 꼬옥 잡으셨습니다. 순간 훈련 첫 날 저를 울게 만들었던 그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은혜롭게 대회를 마치고 나니 이번엔 복음훈련과 아웃리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음훈련은 가기 싫어서 신청서만 작성하고 전화면접을 망치기로 계획했습니다. 면접관에게 전화가 오자 동문서답을 하려는데, 마침 신청서 작성을 도와줬던 아내가 갑자기 집에 들어왔습니다. 옆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바람에 성심성의껏 면접에 응한 저는 결국 합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복음훈련에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왜 기쁨이 없었는지, 왜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왜 복음이 필요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주님을 신뢰하게 되었고, 절대 안 가려고 했던 아웃리치를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안 해도 주님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이렇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믿음과 은혜를 그때그때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가 기쁘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만으로 너무 든든했습니다. 그분은 나의 섬세한 것까지 알고 계셨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아웃리치 재정을 준비하면서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인이 헌금해 주신 돈에서 7만원을 개인적으로 썼습니다. 어차피 나 쓰라고 준 돈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없었고, 주님도 이해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국 전날까지 팀 전체의 재정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출국 당일 공항에서 남은 재정을 물어보았을 때,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7만원이 모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완벽하게 채워주셨지만, 제가 하나님의 영광에 흠집을 냈습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팀원들에게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제 이런 위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이 복음을 혼자만 누릴 게 아니라, 하나님 말씀대로 이 복음이 땅 끝까지 전해질 때까지 중보자의 삶으로 살아가도록 할 것입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복음기도신문]
박경구 집사(갈보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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