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 공동체의 주방장으로 섬기게 된 10월. 이번 달 주방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했다. 왜냐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김치를 담그라는 주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치를 담그라고요?’ 주부라면 한 번쯤 해 보았을 김치 담기는 내게는 넘어야할 산 같았다. 나는 시집오기 전까지 음식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었고, 요리도 글로 배웠다. 2인분의 식사를 위해 20인분의 국을 끓이고, 카레를 한 달 분을 만들어버려 남편이 힘들게 먹다가 결국 먹기를 거부하게 만든 새댁, 여전히 칼이 무섭고 주방 일에 서툰 사람이었다.
앞이 캄캄해지면서 하늘이 빙빙 돌았다. 그리고 격한 심호흡으로 주님의 이름을 자꾸만 부르게 되었다. 그렇다고 주님의 명령에 “No.”라고 할 수 없었다. “네. 아멘!” 대답을 하고 난 후, 인터넷에서 김치 담그는 법을 수십 번 검색했다.
결정을 내리고 3포기의 배추를 샀다. 처음 담그는 김치라 실패를 예상하고 배추를 적게 샀다. 배추 3포기가 내게는 300포기는 되어 보였다. 김치 담글 날을 정하고 배추를 볼 때마다 올림픽을 치를 선수처럼 마음을 굳게 먹게 되고 밤낮 그 일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막막해 하는 날 주님이 아셨는지 나보다 먼저 앞선 도움의 손길을 열어 주셨다. 함께 계신 선교사님께서 초반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마쳐 주시고 양념만 하면 끝나도록 해주셨다. 드디어 양념을 하는 순간이 되었다. 맛을 본 다른 선교사님께서 “맛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진짜요?” 맛을 본 순간 감격스러웠다. 진짜 맛이 났다. 내 손끝에서 김치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을 주님이 하셨다.
이후 지체들의 칭찬이 내겐 주님의 격려와도 같았다. 새로운 사건들 앞에서 믿음으로 넘어서기까지 두려워하고 덜덜 떠는 내게 주님은 믿음의 한 걸음을 걷게 하시고돌파하는 믿음으로 서게 해주셨다. 조치는 다 돼있었다. 실패와 상관없이 맛있게 먹어줄 믿음의 공동체가 있고, 함께 연합하고 섬겨줄 사랑하는 지체가 있다는 것이었다. 감사했다. 그리고 주님은 내게 영광을 취하게 해주셨다.
믿음의 삶도, 기도의 원리도 이리 단순한 것이었다. 모든 조치는 주님이 다 해놓으셨다.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만 하면 믿음의 삶은 부요해지고, 기도하기만 하면 주님이 이루신다는 것이 진짜였다. 믿음의 돌파 앞에서 한 걸음 떼기가 무서운 것은 ‘잘 하고 싶은 나’, ‘실패하고 싶지 않은 나’가 있기 때문이며,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고 또 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소한 나의 일상이 믿음의 큰일이 될 수 있도록, 믿음의 한 걸음에 나를 드리는 돌파를 매순간 주님은 이루어 주고 싶으셨다.
한 선교사님께서 물어오셨다. “어때, 한 번 해보니 할 수 있지?”, “네. 선교사님 또 담글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고, 용기가 백배가 됐네.” 믿음의 돌파 이후 오는 건 믿음의 용기였다. 내게서 나올 수 없는 믿음의 용기,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시며 주신 승리였다.
소소한 일상에서 부딪히는 모든 장애물 앞에 손에 땀이 나고 격한 심호흡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주님 바라보고 달려갈 수 있기에 안전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내 작은 삶도 포기치 않으시는 주님이 열방과 곳곳에 있는 당신의 교회를 일으키실 것을 믿는다. [복음기도신문]
김미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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