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의 <화장실 프로젝트(Toilet Project)>
예전부터 조각이라면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각이 녹아내리고 흘러내리면서 원래 형태가 변형되고 사라진다면 어떨까? 그것을 과연 조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러한 도전을 시도하였던 작가가 신미경이었다. 그는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 또는 박물관에 잘 보존·전시되어 있는 고대 조각들을 비누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비누로 제작한 자신의 작품들을 화장실 세면대 위에 놓고, 사람들이 실제로 손을 씻는데 사용하도록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누 작품을 사용하면서 그의 조각은 형태가 허물어지고, 작아지고, 녹아내리게 되었다.
이 화장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즈음에 신미경의 작품은 원작의 완벽한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고고한 감상 대상이 아닌, 철저히 자기 자신을 버린 사용 도구였다. 그러나 이 일그러진 형태의 작품은 당당히 전시실에 설치될 수 있었는데, 여러 사람을 씻어주면서 녹아내린 형태의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그것은 누구나 환영하고 누구나 선호하는 그런 작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의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아름다움의 메시지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어떠한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십자가는 어떠할까?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은 버린 바 되었던 십자가. 이 때문에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준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들이 차치(且置)하였던 이 십자가는 사실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존귀와 영광 자체였다.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이다. [GNPNEWS]
이상윤(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