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 세르비아에 갇힌 난민들이 혹한의 날씨에 한뎃잠을 자며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는 헝가리로 가려는 난민 7300여 명이 발이 묶인 채 임시 쉼터에서 머물고 있다.
1000여 명은 영하 15도 안팎의 날씨에 쉼터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난방도 안 되는 역 주변 버려진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 상당수는 젊은 남성들이지만 어린이들도 많다.
의약품은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들에게는 추위뿐 아니라 감기, 동상도 위협이 되고 있다.
추위를 이기려고 창고 안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바람에 폐 질환에 걸리기도 하고 제대로 씻지 못해 이에 감염된 난민들도 있다.
구호단체 직원들은 유럽 최대 난민촌이었던 프랑스 칼레 ‘정글’ 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작년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지중해 난민 송환 협정에 서명하면서 서유럽으로 가는 육로인 발칸 루트에는 계속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세르비아는 비EU 회원국이지만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해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헝가리가 국경을 차단하면서 발칸 루트로 들어온 난민들은 베오그라드에 발이 묶였다.
정부가 마련한 난민 시설이 있지만, 이들은 추방당하거나 언제 난민 인정 심사를 받게 될 지 알 수 없어 구호단체에 의지하거나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위험천만한 방법으로 헝가리 국경을 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두 달간 1600여 명의 난민이 헝가리, 크로아티아로 들어갔다가 불법적으로 다시 세르비아에 송환됐다고 밝혔다.
UNHCR은 발칸반도의 EU 회원국들이 불법적으로 난민들을 세르비아로 쫓아내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17세 파키스탄 소년은 20차례 헝가리,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가려고 시도했지만 매번 경찰에 붙잡혀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빼앗기고 세르비아로 쫓겨났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젬마 파킨 대변인은 몇 년간 난민을 돕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열악한 상황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며 정글 칼레 난민촌보다도 더 위험하다. 유럽 안에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