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동시다발 발생 ‘초긴장’…정부 “배후에 야당 대선후보” 주장
경제난 속에 하루가 멀다고 물가가 치솟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며칠 새 상점 약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극심한 사회 불안 양상의 배경에 대해 정부는 “야당 유력후보의 선동에 따른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과 클라린, 텔람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간헐적으로 보고되던 상점 강·절도 사건이 지난 21∼22일 들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남부 파나고니아 도시 바릴로체를 비롯해 와인으로 유명한 서부 멘도사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150여건의 상점 약탈이 이어진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동영상에는 괴한들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집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닥치는 대로 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텅 빈 선반, 잠긴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불타는 가게를 찍은 사진도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상점 앞에 서 있다가,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괴한들을 향해 총을 쏘는 가게 주인의 방어도 동영상에 담겼다.
악셀 키칠로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는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상점 약탈과 관련,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94명이 구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르히오 베르니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치안 장관은 “경찰에 의해 저지된 약탈 시도는 150건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간지 클라린은 가브리엘라 세루티 대통령실 대변인이 상점 약탈 배후에 극우 계열 정당인 ‘진보자유’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 의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밀레이 의원이) 사회 불안정을 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선동을 준비했다”고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아니발 페르난데스 보안장관도 “약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특정 그룹의 (범법)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며, 사실상 밀레이 의원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의원은 대통령선거(10월 22일)를 두 달가량 앞두고 지난 14일 치른 대선 전초전 성격의 예비선거에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현지 매체들은 연간 110%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민 생계비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의원 측이 민심 불안을 더 가중해, 집권당 반감 여론을 더 증폭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력을 강화하는 한편 구금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방침을 천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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